조세피난처 은닉자금 정조준… 재계 자료확보해외 무기도입 리베이트 해외 은닉 포착역외탈세 수사에 정재계 촉각 물밑 조율설도세관 특별수사팀 대기업 총수 일가 겨눈다 소문

서울검찰청사
기업의 해외 은닉자금에 대한 수사가 곧 본격화 될 조짐이다. 또 뉴스타파가 공개한 해외 역외탈세 리스트에 대해서도 본격 사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 재산을 은닉한 인사들과 기업들 관계자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검찰과 과의 공조체제구축이 주목을 끈다. 지금까지 검찰은 절차상 어려움으로 인해 해외 은닉자금에 대해 거의 손을 대지 않았지만 세관의 전문성을 적극 도입해 해외 은닉재산을 파헤치겠다는 각오다. 이에 검찰과 세관 안팎에서는 양대 기관의 협력이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

검찰-세관 협력 시너지 기대

검찰은 무기 중개업자들의 '리베이트 역외탈세' 의혹과 관련, 지난 7월 10일 대우인터내셔널 본사 등 5∼6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김형준 부장검사)는 해양경찰청의 해상 초계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무기 중개업체가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겨 해외 페이퍼컴퍼니에서 세탁한 후 빼돌린 혐의(조세포탈 및 관세법 위반 등)를 잡고 이날 오전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관세청
검찰이 추적 중인 의심스러운 자금의 규모는 최소 수십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검찰이 조세회피처 등을 활용한 역외 탈세 사범에 대해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은 무성했지만 비로소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이날부터 시작된 역외탈세 사법수사는 박근혜정부 들어 사실상 처음이어서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외사부는 서울세관 조사국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해상초계기 뿐만 아니라 뉴스타파가 공개한 개인과 기업들의 역외 탈세를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은 공조체제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때 서울세관 직원 11명이 함께 압수수색에 참여한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과정에서 직원 10여 명 이상 동원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에서는 검찰과 세무당국이 곧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최대 수백억 원을 역외탈세한 이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검찰과 세관 소식통들의 전언에 따르면 두 기관은 역외탈세 혐의로 대기업인 A사와 B사 등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탈세를 위해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기업들에 대한 검찰과 세관의 공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곧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다른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불안 섞인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산하 서울본부세관과 공조해 현재 A사와 B사 등이 해외로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빼돌려 탈세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22일 서울 언론회관에서 열린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기자회견'에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왼쪽)와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이 날 기자회견에서 이수영 전 경총회장 부부 등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서울본부세관 소속의 특별사법경찰이 두 기업의 수ㆍ출입 신고 자료나 외환 거래내역 분석 자료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두 기업 관계자들이 이르면 9월 중 소환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수사 이미 시작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A사와 B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뉴스타파의 폭로가 있기 전에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검찰의 내사는 이미 그 이전부터 진행됐고 현재 상당한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현재 서울본부세관은 이들 외에 다수의 다른 기업들의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수사대상 기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에서도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보유한 기업이나 개인 등의 자금 흐름을 살피고 있다.

뉴스타파가 최근까지 폭로한 명단에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을 지낸 이수영 OCI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 등이 포함됐다.

또 최은영 현 한진해운 회장, 조용민 전 한진해운 홀딩스 대표이사, 황용득 현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겸 전 SK케미칼 부회장과 부인 김영혜씨,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 폴란드차 사장,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배우자 윤석화씨, 이수형 현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현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 전성용 전 경동대학교 총장,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등이 명단에 들어 있다.

세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조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대부분 기업인들이고 고위공무원이나 관료는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된 바 없다"며 "하지만 입수한 첩보들 중에는 기업인 외 특정 인사들에 대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사부 주변에서는 검찰과 세관의 이번 공조가 제대로 힘을 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4월 같은 시기에 각각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과 서울세관 조사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형준 부장과 이재길 국장은 공교롭게도 전 보직이 각각 인천지금 외사부장과 인천세관 조사국장으로 인천에서부터 긴밀한 업무공조체제를 구축한 상황이다.

또 이번 수사에 서울세관 11명이 동원된 배경도 두 사람의 공조체제가 가동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사정당국 주변의 시각이다.

김형준 부장은 과 업무공조체제를 공고하게 하기 위해 올해 4월 부임시 그동안 신임 외사부장 부임 때마다 있었던 간부들의 업무보고 방문을 거절하고 직접 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으로 업무보고를 대체해 신망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있었던 서울세관 조사국 총괄과장 퇴임식에 검사이상 직급으로 최초로 참석, 감사패를 전달해 퇴임자 가족뿐 아니라 세관직원들을 감동시키는 등 성의를 다해 세관의 적극적인 공조를 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은 대기업들의 수출입신고 조사 강화를 통해 관세 포탈을 막고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은 대부분의 대기업이 중국 동남아에서 수입할 때 원자재 부품 반제품을 정상가격의 1/10 수준까지 낮춰 신고해 관세와 부가세를 절감하거나 수입가를 정상가격보다 높게 신고해 수출업자에게 대금을 과다 지급하거나 수출할 때는 저가로 신고해 수입자에게 과대 수익을 얻게 하는 방법으로 정상수익과의 차액을 빼돌려 재산해외도피와 외화유출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관은 대기업이 수입가를 비정상적으로 낮게 신고하는 것만 바로 잡아도 3조원 이상의 관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대기업 및 국내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수입 부분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한편 자본거래 원산지 지적재산권 관리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