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구내식당 맛 없고 벌레까지""경영난으로 품질 뒷전… 재료 상당 계열사 냉동식품 경쟁자 없어 개선 안돼"인근 식당 등 인프라 없어 식사 위해 직원들 원정도

정부 세종청사 공무원들 사이에서 구내식당을 위탁운영하는 동원홈푸드의 식단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동원그룹 본사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동원그룹 계열사 동원홈푸드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 세종청사 구내식당 3곳을 위탁운영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밥투정'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불만의 원인은 '맛'.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볼멘소리는 지난해 말 이주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식사에서 벌레가 나온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공무원들은 불만을 넘어 분노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밥 다운 밥'을 먹기 위해 자가용을 타고 인근 지역까지 원정 식사를 나가는 수고도 마다치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배 채우기 위해 먹는 식사"

세종청사에 입주한 공무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내식당 식단의 질 때문이다. 문제의 식사를 제공하는 업체는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홈푸드. 단체급식 식당업과 식당운영 자문업 및 식품도소매업을 목적으로 1993년 설립된 회사다.

동원홈푸드는 현재 세종청사 내 3개소의 구내식당을 사실상 독점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가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를 제칠 수 있던 배경은 지난해 3월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에서 대기업을 제외하기로 한 기획재정부의 기준이 세종청사에 먼저 적용됐기 때문이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구내식당 입구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따라서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들은 입찰 참여가 제한됐다. 대신 동원홈푸드와 이씨엠디, 아라코 3곳만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 결과 동원홈푸드가 선정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의 구내식당을 100% 위탁운영하게 됐다.

동원홈푸드의 식단은 입주 초부터 악명 높았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음식 수준이 형편없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 목소리는 여전하다. 그동안 수많은 급식사업을 벌여온 동원홈푸드로서는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식사가 너무 맛이 없어 사실상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고 있다"며 "구내식당들의 운영자를 달리해 경쟁체제를 조성해야 식사 품질이 나아질 텐데 동원홈푸드가 독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제대로 개선이 안 된다"고 푸념했다.

경영난과 밀접한 연관?

식단 맛의 '비밀'은 동원홈푸드가 겪고 있는 경영난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원홈푸드는 현재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지난해말 1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 1분기에도 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이어갔다.

자연스레 재무상태도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12%에서 지난 1분기 25%로 증가했으며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715%에서 819%로 늘어났다. 부진의 원인은 동원홈푸드가 쟁쟁한 경쟁사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연히 식사의 질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원홈푸드가 제공하는 식사는 한끼에 3,5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높은 영업이익을 내기 위해 원가를 줄이는 과정에서 식사의 수준을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게 업계 관계자의 견해다.

문제는 식사의 질만이 아니다. 밥상 위를 동원그룹 계열사가 공급한 제품으로 도배한다는 점도 공무원들의 불만 사항이다. 동원홈푸드는 동원F&B가 생산한 냉동식품이나 김 등을 반찬으로 제공해왔다고 한다. 당연히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동원홈푸드는 식재료의 상당부분을 동원F&B에서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64억4,373만원, 2011년에는 62억5,099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동원F&B는 동원홈푸드 지분 100%를 보유한 음식료품 제조ㆍ가공ㆍ판매업체다.

그러나 동원홈푸드는 준비한 반찬이 떨어지면 가장 빨리 준비할 수 있는 냉동식품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해명에도 동원홈푸드는 공무원들로부터 수요예측에 실패해 부실한 식단을 내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근 지역으로 식사 원정

물론 이런 불만을 접수한 동원홈푸드도 가만히만 있던 건 아니다. 식사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나름의 자구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맛이 일부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이전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국과 밥에서 벌레가 나오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무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다. 특히 사고 이후 벌레를 그대로 건져버리는 등 원인 분석 및 재발 방지 대책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이처럼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입맛을 버린 식단이지만 그마저도 쉽게 맛보기 어렵다. 급식인원은 5,000여 명에 달하지만 좌석은 1,500여 석으로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번 점심시간이면 구내식당 내 긴 줄이 늘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진다고 한다.

그래도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구내식당을 찾을 수밖에 없다. 주변에 아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구내식당 외에 마땅히 이용할 식당이 없어서다. 따라서 최근에는 점심시간에 차를 타고 나가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는 전언이다.

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은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삼삼오오 그룹을 만들어 공주나 조치원 등 인근 지역으로 식사를 하러 나가는 이들도 상당수"라면서도 "마음 같아서는 매번 나가서 먹고 싶지만 시간이나 휘발유 값 등 때문에 여의치가 않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