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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 참여 사업자의 증언

"MB정권 실세들 수백억 챙겼다… 청와대 A 비서관이 비리 핵심…”
참여 업체 들러리에 불과 약속 대금 대부분 지급 안돼
각종 이벤트는 보여주기쇼 막대한 예산 비자금으로…
  • 2009년 5월 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식세계화추진단발족회의에서 김윤옥 여사가 한식을 이용한 상차림을 둘러보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청와대 A비서관이 핵심”

MB정권 청와대 실세도 연루 뒷돈 대가 사업 특혜

한식세계화 사업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최근 이 사업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한 인물들의 증언이 나와 의혹의 진위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간한국>은 지난 제 2489호(2013년 8월 12일자)를 통해 한식세계화 사업 의혹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해당 기사의 핵심은 이렇다. 이명박정부 당시 김윤옥 여사를 중심으로 추진된 한식세계화사업이 실제로는 김 여사의 주도가 아니라 이명박정부 실세들의 작품이었으며,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 예산 수백억원이 실세들의 주머니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또 이 사업은 애초 청와대 실세들의 자금마련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들이 사업의 중심에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비서실의 A비서관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 청와대를 비롯해 사정당국은 4대강 사업 비리 의혹과 국정원 대선개입 파문, 그리고 기업수사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관계로 이 사업의 실체를 제대로 검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리의 시작은 국정원?

한식세계화사업은 2008년 말경 김 여사를 위한 사업계획안을 국정원이 청와대에 올리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한류문화사업 등 몇 가지 기획안을 올렸으나 청와대는 김 여사가 평소 요리를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 한식세계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업은 기획단계에서 이미 전혀 다른 목적을 두고 추진됐으며, 비서실은 실세들의 지시에 따라 이 사업의 규모를 최대한 부풀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같은 증언은 이 사업에 직접 참여한 인사 외에 사업에 관계됐던 복수의 인사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어서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대체 이 사업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어 보았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한식세계화사업에 사업자로 참여했다는 K씨를 만났다.

K씨는 현 정권이 MB정권의 비리를 들춰내는 것에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행여 자신이 한식세계화사업 비리에 연루돼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K씨는 먼저 자신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입을 열었다.

K씨는 “어느날 청와대와 줄이 닿는 한 지인이 찾아와 ‘청와대가 음식 관련해 큰 사업을 벌이는데 참여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나는 귀가 솔깃해서 깊게 생각해 보지도 않고 하겠다고 했다”며 “이후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를 직접 만나 사업에 대해 여러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그쪽(청와대 비서실)에서 하라는 대로 했다. 결과적으로 손해만 보고 이익은 전혀 없었다. 나중에 정부에서 나온 사업 예산이 부적절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식세계화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대부분 들러리에 불과했고 식자재 납품과 각종 요리 재료 납품에 대해 약속했던 대금은 일부만 지급됐고 나머지는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거창하게 외형만 키운 각종 이벤트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뿐이었고, 이 사업에 참여하면 훈장처럼 내려 주겠다던 각종 특전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에 대해 K씨는 “청와대는 사업을 위해 수많은 업체들을 끌어들이고 그 업체들로부터 각종 협찬을 받아냈지만 정작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고 보니 기획부터 본 행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형편없었다”며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청와대 주도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배정됐지만 실세들은 이 예산을 비자금으로 챙기기 위해 협력업체들을 끌어들인 것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좀 더 구체적인 증언을 들어보면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의구심을 낳게 했다. 하지만 증언이나 당시 상황 묘사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K씨에 따르면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처리한 인물은 A비서관이다. 그는 직접 사업자들을 만나 사업 참여를 종용하기도 했다는 게 K씨의 설명이다. K씨는 A비서관에 대해 한마디로 “청와대 사기꾼”이라고 정의했다.

K씨는 “A비서관은 사업 참여가 결정되자 일종의 커미션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돈은 나랏일을 위해서 쓸 돈이라고 황당한 소리를 했다”며 “내가 아는 일부 업자들은 A씨의 반 강제적 요구에 오히려 적자를 보고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사업 내용과 별도로 한식세계화 행사에 동원한 뒤에는 더 이상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즉, 행사를 개최해 예산 소비 명분만 만들어 놓고 행사 이후에는 모든 사업이 취소됐다. 사업 예산은 사업 참여 사업자에게 거의 배분되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윤옥 내세운 비리사슬

한식세계화사업에 대해 잘 아는 또 다른 한 인사를 지난 21일 광화문 부근에서 만났다. 이 인사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A비서관을 근거리에서 직접 지켜본 L씨다. L씨는 한식세계화사업을 “당시 실세들이 벌인 일종의 쇼”라고 규정했다.

L씨는 “이 사업은 MB정부 당시 몇몇 실세들의 지시로 기획됐고 예산규모까지 청와대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며 “이 실세들은 2007년 대선 당시 MB 캠프에서 일하다 결정적인 실수로 이 대통령의 눈 밖에 난 A비서관을 내세워 이 사업을 실행하게 했다. 당시 A비서관은 정확한 직책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청와대 직원들 중에는 A비서관이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A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말기에 ○○비서관이라는 정식직책을 받았으나 이 직책도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자리를 억지로 만든 것이었다.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식세계화사업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해준 일종의 포상 아니냐”는 시각이 만연했다고 L씨는 증언했다.

L씨는 A비서관의 사업추진 내용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다.

L씨는 “A비서관은 여러 사람과 연결돼 있었다. 한식세계화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 중에는 A비서관과 개인적으로 연결된 업체들이 많다. A비서관은 이 업체들을 끌어들이고 이 업체들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한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사업을 A비서관이 추진할 당시 그를 도왔던 인물은 역시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B씨다. B씨는 현재 모 부처에서 아직 근무 중인 상태로 그는 사업의 자금지원 부분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비자금 세탁은 ○○대사관에 근무하는 최모씨가 담당했다고 L씨는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최씨는 대사관 자금으로 이 돈을 세탁해 해외계좌로 송금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최씨가 이 역할을 맡은 내막에는 최씨의 배우자가 있다. 배우자 S씨는 한식세계화사업에 개입돼 있다. 또 S씨는 A비서관과 매우 절친한 관계로 알려졌다.

L씨의 증언은 이어졌다. “이 사업에는 H씨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업체 선정과 관련해 A비서관을 측면에서 지원했고 다보스포럼 만찬 협력업체 선정에도 관여했다. 그는 신재민, 박영준 등과 함께 이명박정부 비리 사슬에 포함된 대표적 인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이 사업에 가장 큰 특혜를 입은 것으로 거론되는 인사 중 유명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J씨도 있다. J씨는 MB정부 당시 청와대 핵심의 도움을 받아 한식세계화사업을 추진해 상당한 이익을 취했을 뿐 아니라 현 정부 핵심인사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여러 사업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첩보가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식재단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제보가 접수돼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정황이 확보되면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식세계화는 2008년 10월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열린 ‘코리안 푸드 엑스포 2008’에서 있었던 ‘한식 세계화 선포식’을 통해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한식을 세계인이 즐기는 세계 5대 음식의 반열에 올리고자 시작된 한식세계화 정책은 당시 국무총리직을 맡고 있었던 한승수 국무총리까지 참여하는 등 범정부적 차원의 규모로 추진된 계획이다. 4,800조원에 이르는 세계 식품산업 관련 시장을 한식세계화로 공략해 이를 차세대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였다.

이러한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가수 비를 홍보대사로 삼고 기업은행도 식품 관련 중소기업들을 대폭 지원해 한식세계화에 한몫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의 구상은 단순히 구상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이를 구체화하고 추진했다.

2009년을 시작으로 한식세계화 사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본격화 됐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엔 전 영부인이었던 김윤옥 여사가 있었다. 한식세계화 프로젝트의 명예 회장으로 임명된 김윤옥 여사가 앞치마를 두른 채 요리하는 모습이 연일 신문 위에 오르내렸다.

영부인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던 한식세계화는 뉴욕으로의 진출 계획을 세우는 등 수백억대의 예산을 배정받으면서 명실공히 정부의 야심 프로젝트로 분류됐다.

청와대 A비서관 예산 빼돌려 리베이트 의혹

MB정부 청와대 A비서관은 예산 집행과 더불어 외주 사업체 섭외 등에 관여하면서 예산을 전용케 하고 외주 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기는 등 적지 않는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비서실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은 국회 예산 처리 당시이 예산을 위해 결식아동 방학급식비 등이 전액 삭감되면서까지 추진됐을 정도로 시급한 사안이었다”며 “하지만 이런 중대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철저한 조사와 의견 수용도 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서실 관계자에 따르면 한식세계화사업의 실무집행에 주축이 되는 기관은 바로 한식재단이다. 이 재단은 2010년에 설립되어 매년 100억원씩 예산을 받아 한식세계화의 인프라 구축, 한식 경쟁력 강화, 한식 마케팅 지원 관련 실무집행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 한식재단의 조직을 들여다보면 이 기관이 과연 100여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받으며 업무를 집행하는 데 적합한 기관인지 의문이 든다.

이 조직의 구조를 살펴보면 신뢰도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한식 사업의 핵심적 역할을 해나가야 할 한식재단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한식재단의 조직력이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재단은 부지를 지자체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고, 건축 공사비는 국고 지원으로 283억원가량을 받았다. 이 부분에서 제기되는 여러 의문점에 대해서도 A비서관이 키를 쥐고 있다.

또 A비서관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녀와 함께 미국에 와이너리를 인수하고 MB정부가 해당 와이너리에 지원금을 주도록 한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A비서관은 한식세계화와 관련된 각종 이벤트를 벌이고 그 이벤트에 와인과 각종 식자재 등을 납품하면서 상당한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A비서관은 예산을 자신이 정한 업체에 배정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무리수를 뒀다.

예컨대 농수산물유통공사는 한식당 개선자금 지원 대상에 전통한식으로 보기 어려운 ‘양념치킨’업체를 포함시켰다가 한식의 정의와 관련한 비판들을 받았던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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