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직원 추석 떡값 양극화삼성·LG·현대차 등 전통시장 상품권도 지급… 현대중공업 50만원+귀향비건설사 희비 엇갈려증권업계 최악의 불황에 선물·기념품으로 대체아예 없는 곳도 많아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대기업 임직원들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소위 '떡값'이라고 불리는 정기상여금과 성과급을 두고서다.

먼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이른바 '전차군단 (전자ㆍ자동차)'임직원의 지갑은 두둑해졌다. 철강, 조선, 유통 등은 부진한 업계 상황임에도 일정한 상여금이 지급된다.

반면 금융시장 침체와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증권업계와 일부 건설사 직원들은 조촐한 귀향선물로 만족해야 할 전망이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업종에 따라 '명절 떡값'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 일괄 50만원 지급

불황 속에서도 돋보이는 실적을 내고 있는 이른바 '전차군단(전자ㆍ자동차)' 임직원들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넉넉한 추석을 보내게 됐다. 올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거두며 '이름값'을 해낸 결과다.

먼저 삼성그룹은 올해 추석 전 기본급의 100%를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예년처럼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직원들에게 지급할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성과급 외에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임직원들에게 지급해왔다. 지난해에도 1인당 약 50만원에 해당하는 1,500억원 어치의 온누리상품권을 전 계열사 임직원에게 나눠줬다.

그러나 올해는 300억원 규모의 상품권을 비정규직 직원에게만 지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일부 직원이 지급받은 온누리상품권을 재래시장에서 사용하지 않고 인터넷 등을 통해 내다 팔아 물의를 빚는 등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G그룹은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상여금을 받을 전망이다. LG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기본급의 100%를 추석 전 주에 받아왔다. LG전자의 경우 연봉을 20분의 1로 나눠 이 가운데 2회를 설과 추석에 분할 지급한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추석 때 귀향비 80만원과 유류비 5만원을 비롯해 통상임금의 50%를 준다. 여기에 최근 합의된 임금단체협약 내용에 따라 2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도 전 직원들에게 지급된다.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ㆍ조선업계는 정해진 상여금을 지급하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추석 상여금으로 50만원을 지급한다. 현대제철은 기본급 100%의 상여금에 귀향비 75만원을, 현대중공업은 기본급 50%에 귀향비 50만원을 준다.

유통업계는 영업규제와 내수부진 등으로 업황이 좋지 않지만 명절 인심은 후한 편이다. 롯데백화점은 기본급의 100%를, 롯데마트는 50%를 지급한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홈플러스도 기본급의 100%를 지급한다.

건설업계의 경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공평가 순위 상위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들의 사정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해외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 국내 부동산 시장 불황의 여파를 비교적 적게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GS건설,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한라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올 추석 상여금을 기본급의 100% 수준에서 지급키로 했다. 정기 상여금 형태로 기업성과와 무관하게 연봉에 포함돼 있는 금액이다.

SK건설은 기본급의 50% 수준에서 지급키로 했다. 대우건설은 직급과 각 본부의 성과에 따라 추석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고, 이를 우리사주 매입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청약금은 개인 의사에 따라 상여금의 2배까지 신청할 수 있다.

반면, 상반기 기준 부채 규모가 8000%가 넘는 금호산업은 올해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동부건설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대림산업은 추석 보너스를 올해는 주지 않기로 했다. 한화건설은 아직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못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 전망이 밝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건설경기 침체에서 실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이상 명절 떡값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상여금 언감생심"

수익성 악화로 최악의 불황을 보내고 있는 증권업계는 각박한 명절을 보낼 전망이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건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는 삼성증권과 귀향비 30만원을 주는 한국투자증권 정도. 상당수 증권사 선물세트로 직원들의 마음을 달래고 있다.

실제, 유진투자증권은 10만~15만원 상당의 과일, 정육, 멸치, 갈치, 홍삼 등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10만원 상당의 추석 기념품을, 신영증권이 과일선물세트를 지급할 예정이다.

선물세트는 그나마 낫다. NH농협증권과 키움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등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은 상여금이나 선물 등이 아예 없다.

이는 상반기에 극심한 실적 부진을 보인데다 하반기에도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소한 '선물세트'라도 마련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직원들 '기살리기'에 신경 쓸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비용축소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상여금은 언감생심"이라며 "2000년대 초중반 명절 때 고액의 성과급을 받으면서 여론에 오르내리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