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MB 빅딜설에 특별 미션?박영준 희생양 삼아 각종 비리 대대적 수사 소문10월 포항 재선거에 영향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이명박정권 최고 실세로 통했던 이상득(78) 전 새누리당 의원이 9일 새벽 1년 2개월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년 2개월 동안 미결수로 구금됐던 이상득(78) 전 의원이 석방되면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석방은 대법원 판결에 앞서 항소심 형기를 다 살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이날 이 전 의원 측이 낸 구속취소 신청을 인용했다.

작년 7월 10일 구속된 이 전 의원은 오는 9일이 지나면 구금일이 항소심이 선고한 형기를 넘어선다. 이런 이유로 이 전 의원 측은 지난달 28일 재판부에 구속집행정지·구속취소 신청서를 냈다.

앞서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돼 징역 1년 2월로 감형됐다.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은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거나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게 할 수 있다. 이 전 의원은 석방되면 요양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준
이상득 건강악화가 이유?

올 7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2월을 받은 이 전 의원 측은 미결 구금일이 잠정적인 형기를 넘기기에 앞서 구속집행정지와 구속취소를 신청했다.

이 전 의원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달 28일 사건이 계류 중인 대법원 2부에 신청서를 냈다. 변호인 측은 "법원이 편한대로 판단하도록 구속집행정지와 구속취소를 함께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3억원씩의 금품을 건네 받고, 코오롱그룹에서 고문활동비 명목으로 1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주요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이 전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김찬경 전 회장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해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 2월로 감형했다.

현재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이 모두 상고해 대법원에 머물러 있다.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수도 있고, 재판부가 항소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파기환송해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하게 할 수도 있다.

작년 7월 10일 구속 수감된 이상득 전 의원은 이달 9일이 지나면 미결 구금일이 항소심이 선고한 징역형 형기를 넘기게 된다. 이런 경우 법원은 피고인을 석방하고 남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원에 따르면 통상 미결 구금일이 잠정적인 형기를 초과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하거나 신청에 따라 구속집행을 정지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상득 전 의원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 전 의원은 당분간 별다른 활동 없이 요양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의 건강이 매우 나빠져 2년 가까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폐렴과 안과 질환이 전보다 심해져 병원에 입원한 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의 출소는 10월 치러지는 '포항남-울릉' 재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마 예비후보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이곳은 이 전 의원이 지난 13대부터 6선(24년)을 한 지역이기 때문에 조직 등 이 전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하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 전 의원의 출소가 이 지역 선거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새누리당 공천경쟁에 나선 10여 명의 예비후보들이 이 전 부의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최근에는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한 예비후보가 이 전 의원 측근의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 전 의원 측은 선거에 대한 직간접적인 역할론을 부정했다.

한 측근은 "이제 이 전 의원은 선거나 정치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서 치료와 회복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이명박 빅딜설' 재부상

이 전 의원의 출소로 청와대 주변에 '박근혜-이명박 빅딜설'이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빅딜설의 핵심은 박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을 석방하고 대신 전 차관을 희생양으로 삼기로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대선 직후 박 대통령(당시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가졌다. 앞서 두 사람은 대선을 앞두고 비공개 회동을 가진 바 있다. 대선 직후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다시 비공개 회동을 가지면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됐다.

당시 박 당선인 측에 따르면 양측은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현재 경제 상황을 포함해 통일ㆍ외교ㆍ안보ㆍ복지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또 새 정부의 국정운영과 관련된 중요사항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만남이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으로 진행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청와대 주변에서는 여러 추측들이 나왔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박 당선인을 먼저 청와대로 불러들였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정권 말 'MB정부 심판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 정권 심판론에 대한 박 당선인의 생각을 살피기 위해 회동을 가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적지 않다. 이 전 의원이 석방되자 회동과 관련해 야권 주변에서는 "당시 정치적 빅딜이 있었다는 소문이 사실 아니냐"며 의혹에 찬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빅딜설은 9월쯤부터 조금씩 흘러나오다 막판에 이르러서는 야권 등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MB정권을 계승하는 인물"이라며 이-박 커넥션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민주당은 이 밀담이 있었던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MB정부 실정에 대한 면죄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친이계 인사들에 대한 국정참여 기회 제공이다. 친이계 인사들을 상대로 정치 보복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서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밀담은 결정적인 부분에서 서로 엇갈리며 입장차만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이 대통령 측이 현재 수감돼 있는 이상득, 천신일 등 친이계 인사들에 대한 구제방안 마련과 더불어 정권비리 의혹 등을 문제삼지 않는 것을 놓고 협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이야기가 친박계 주변에서도 흘러나온 것을 비추어 볼 때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밀담 이후 친이계는 "박근혜 대선 지원 안 한다"며 친박진영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박 양측이 밀담을 통해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서 돌던 시점에 친이계의 이 같은 선긋기가 있었던 것은 우연치고는 공교롭다.

친박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에 따르면 당초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과 조건부 협력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으나 대선 막바지로 가면서 생각을 바꿨다. 이유는 문재인-안철수 연대 때문이다.

이 인사는 "박 당선인은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크고 정부의 실책이 적지 않은데다 정권핵심인사들이 여러 비리 의혹을 사고 있어 MB정부에 면죄부를 약속하는 등 조건부 협력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대선 막판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면서 친박 진영도 다급해졌다. 결국 친이계를 흡수하지 못한 반쪽짜리 조직으로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친이계가 친박 대선을 돕게 된 배경에는 친박-청와대 간의 막판 협상타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어떤 내용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것은 친이계 협력에 대한 일종의 대가를 주겠다는 약속이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득 전 의원 석방이 정치와는 무관한 특별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전 의원이 MB정권의 실세로 통하면서 금전과 관련된 여러 비리에 연루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건부로 석방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이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면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재수감될 수 있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도 부담이 되는 것이어서 이 전 의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