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 재료 닥섬유, 한류 이끌까박근혜 대통령 한복 관심 높여… 닥섬유 한복 신한류·경제효과 가능세계 최초 개발 닥섬유 박근혜 대통령 '한복 사랑'과 연계 시너지효과 기대

베트남 하노이 패션쇼 무대위에서 환하게 웃는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추석이나 명절에도 보기 힘든 한복이 최근 들어 부쩍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사랑'이 한몫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실제 지난 8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열린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 직접 한복을 입고 '깜짝' 출연한 모습은 큰 화제를 낳았다. 국내 대다수 언론의 1면을 장식하는가 하면, 그간 박 대통령의 '한복패션외교'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일반의 한복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 숭례문 복원식 등 국내 주요 행사 뿐만 아니라 5월의 방미, 6월의 방중은 물론 최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도 한복을 꼭 입고 등장해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복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면서 그동안 침체돼 있던 한복산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6개월간 전체 한복 판매량이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삼용 (주) 닥센대표/김지곤 기자
닥섬유 경쟁력 창조경제에 한몫

박 대통령의 '한복 사랑'이 외교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또 다른 한류로 인정받고 상당한 경제효과까지 가져오면서 한복에 대한 복합적이고 창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만일 박 대통령이 세계 유일의 우리 닥섬유로 제작한 한복을 입고 외교무대에 나섰다면 훨씬 큰 반향을 가져왔을 것으로 봅니다."

세계 최초로 닥섬유를 이용한 원사를 개발해 한복, 청바지, 니트, 넥타이 등 제품 상용화까지 이룬 이삼용(61) 닥센 대표는 우리 고유의 을 입고, 또 이것이 세계에 알려지면 박 대통령이 강조한 '창조경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강연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창조경제의 예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언급한 것은 '창의성'이 가져오는 문화적,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 것으로 한국 고유의 '닥섬유'는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치를 지녔다고 강조했다.

닥섬유로 만든 한복
닥섬유는 한지의 주재료인 닥나무로 만든 섬유로 이 대표가 최초로 개발해 2000년 들어 자동화기기로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

이 대표는 본래 20여 년을 실크만 만들어오던 사람이었다. 1990년 우연히 TV프로그램을 통해 신라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한지가 1,000년 가까이 됐음에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을 보고 곧바로 닥섬유 개발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전통 수공예가를 찾아가 배운 수작업방식 닥섬유를 만들었다는 이 대표는 2000년부터 국내 제지업체의 협력으로 자동화기기를 활용, 대량 생산 체제를 갖췄다. 이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사로 한복, 넥타이, 스카프, 와이셔츠 등의 제품을 만들었고 2004년 9월 원주에서 열린 '원주 한지문화제'에서 상용화한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이듬해 3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지문화제 행사에서 닥섬유 의상 50여 점을 선보여 그곳 문화계와 경제계 인사들에게 문화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경제적 교류로 이어지기도 했다.

닥섬유 한복 부가가치 커

이삼용 대표의 닥섬유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것은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섬유전인 '2007년 파리 TEXWORLD'부터였다. 파리 르부르제 전시관에서 열린 해당 행사에서 전세계 112국에서 엄선된 7,500여개 업체들이 첨단 섬유를 선보이며 경쟁을 벌였지만 이 대표의 닥센이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닥센의 부스에는 해외 바이어들과 언론, 섬유전문가들의 발길이 몰려들었고 프랑스 스포츠웨어 업체인 라코스테와 영국 의류업체인 막스&스펜서 등은 원사를 구매해가기도 했다. 경량성, 보온성, 항균소취성 등을 두루 갖춘 천연소재의 닥섬유 제품들은 전세계 의류회사의 러브콜을 받기에 충분했다.

닥센은 원사의 수출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청바지, 넥타이, 와이셔츠 등을 만들어 판매해봤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청바지, 와이셔츠 등은 옷감이 아무리 좋아도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잘 팔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브랜드보다 품질이 중요한 골프, 등산 양말의 경우 직접 신어본 사람들이 전하는 입소문으로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세계가 친환경 에코산업에 비중을 두고 있고, 그러한 신소재 개발에 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닥섬유는 한국의 것이 세계 최고인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오래전부터 동남아 닥나무(일명 아바카)로 만든 제품이 값이 싸다는 이유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 고유의 닥나무로 만든 제품과는 품질면에서 비교가 안된다"면서 "더구나 닥섬유를 이용한 원사 개발에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엄청난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고유의 을 입고 세계에 나갈 것을 기대한다. 한복의 멋을 알릴 뿐 아니라 산업적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한복을 애용할 것이고, 그것이 닥섬유로 만들어진 것이 알려질 경우 앞서 유럽의 세계적 의류 업체가 관심을 보인 것처럼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관측이다.

이 대표는 "우리 한지는 고려시대 중국으로부터'고려지'로 최고 명품 대우를 받았고 이는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면서 "오늘날 한지가 외래 종이에 밀려 고전을 하고 있지만 산업적으로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또 다른 한류이자 창조경제의 한몫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덕분에 한복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왕 입을 것이라면 우리나라 고유의 한지 재료인 을 입고 나가면 더욱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미 우리나라 문화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와 접촉 중"이라며 "언젠가 박 대통령이 우리 을 입고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날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준기자 rea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