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반공본색 국정원 대공수사 전방위 확대 조짐여야의 포화 피했지만 국정원 자체개혁 가능성남재준 원장 지시 아래 간첩 색출 본격 나설 듯민주당 압박은 어떻게?

이석기 내란음모사태로 정치권의 시선이 쏠려있는 국가정보원이 자체개혁에 나설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내란음모혐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시선이 국정원으로 쏠리고 있다.

이 의원 사건으로 여야가 논의하던 '국정원 개혁안'은 잠시 뒤로 미뤄진 분위기다. 현 상태에서 국정원 개혁을 논의하기에는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분위기가 여야 전반에 깔려 있다. 국정원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던 정치권이 이 의원 사건으로 잠시 주춤하는 양상이지만 국정원 안팎에서는 국정원 개혁이 이미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지시 아래 국정원은 지금 약화된 대공업무와 대북정보업무의 강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정원 주변과 정치권 일부에서는 국정원이 공안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범위에 대해서는 추측이 무성하다.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좌익활동 혐의자부터 간첩 용의자 등을 집중적으로 잡아들일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룬다. 이를 위해 국정원 내부에서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특히 국정원은 정치적 의도에 따른 야권탄압 등과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파악된 자료를 바탕으로 혐의점이 뚜렷한 이들부터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본연 기능 복원 총력

남재준 국정원장. 주간한국 자료사진
남 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유명무실화 된 국정원 본연의 기능 즉, 대공 대북 업무를 되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강경반공 성향의 남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국정원은 제 기능 찾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는 남 원장이 세운 국정원 개혁안에도 드러난다.

국정원은 국내 파트의 기존 기능을 통일과 국익ㆍ새로운 위해요소 차단 등 3개 분야로 전면 재조정하는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고 대북부서의 전면 개혁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일을 위해 무엇보다 북한을 확실하게 견제하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남 원장의 주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논란이 됐던 국정원 직원의 기관 상시출입은 전면 금지된다. 국내 파트의 전체 인력도 일부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대북요원 등 국정원 상당수 인력을 국내 활동 중심으로 개편한 것과 배치되는 것으로 다시 대외활동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소식통은 "남 원장은 통일 및 국익 정보 위주로 국내 파트를 재조정할 것"이라며 "개혁의 핵심은 대북활동 전개를 통한 북한 견제와 국내 좌익세력 감시로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파트는 통일기반 조성 및 미래전략 수립, 국익차원의 경제안보, 북한의 사이버테러에 대비한 새로운 위해요소 차단 활동 등 크게 3부분으로 개편된다. 통일기반 조성은 햇볕정책과 같은 온건성향이 아니라 빠르고 정확한 대북정보 획득으로 북한의 움직임을 제대로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MB정권 때 국정원은 대북정보력 부재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일각에서는 대북정보력 부재로 북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은 안보불안 현상이 심화됐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주간한국 자료사진
이에 따라 국정원은 가칭 통일전략국이나 미래전략실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북파트 기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이와 별도로 대북업무와의 중복되지 않은 통일 대비 전략부서를 만든다는 것으로 말하자면 대북관련 투트랙전략을 쓰겠다는 것이다.

간첩 색출 전방위 확대 조짐

이처럼 국정원이 북한 견제를 위한 대공대북부서 강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 "국정원이 대공사범과 간첩수사를 학계, 정치권, 시민단체 등 사회 전방위로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진보성향의 정당이다. 민주당, 통진당 등은 국정원의 대공혐의자 수사가 야권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대공수사가 그 성격상 정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사의 시작은 다른 곳이라 하더라도 결말은 정치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야권의 분석이다.

그러나 정치권 한편에서는 향후 국정원의 대공혐의자 및 간첩수사가 야당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야권에서 국정원 개혁을 부르짖고 있어 남 원장이 정치적 논란을 초래되지 않는 쪽으로 국정원 활동을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간첩수사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상아탑 주변에서도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과거 간첩 고첩 수사를 살펴보면 대학가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이 적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최근까지 국정원이 수집한 간첩 관련 첩보들 중에는 대학교수 등과 관련된 것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이 뿐만 아니라 주목하고 있는 종교계 인물도 있다.

방송 언론 인터넷사이트 관계자도 국정원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동향에 밝은 한 인사는 "국내 활동하고 있는 대공용의자나 간첩들 중 방송이나 언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은 여론을 통해 선동을 하거나 사실 왜곡을 통해 심리전을 펴는 등 고도의 교란전술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활동 중인 간첩 고첩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 따르면 탈북당시(1997년) 국내에서 활동하는 간첩과 종북세력은 5만 명이나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국내 종북세력 4,500 명이고 이 중 핵심세력은 2,000명이며, 여기에 종북ㆍ친북 세력까지 더하면 20만 명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간첩행위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책을 다수 출간한 비봉출판사 관계자에 따르면 통합진보당의 뿌리인 민주노동당은 '남한 속의 작은 북한'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다. 이 출판사가 펴낸 책 '북의 지령 따라 움직이는 남쪽 사람들(한국현대사 자료편찬위원회 저)'을 살펴보면 과거 통일혁명당의 당규와 민노당의 당규는 마치 카피한 듯이 흡사하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8월 24일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지하당조직사건으로 이 사건으로 158명이 검거되어 50명이 구속됐다. 이 사건은 60년대 최대의 공안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남 원장의 개혁 걸림돌 많아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개혁을 시도하고 있지만 야권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못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이 야권의 요구를 담은 개혁을 할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요구를 통한 견제에 총력을 동원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석기 사건'으로 묻혀버린 국가정보원 개혁 이슈를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이를 위해 당 차원의 국정원 개혁안을 조만간 확정, 발표키로 했다.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로 이른바 레드컴플렉스에서 한층 자유로워진 민주당은 동의안 통과 직후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개혁 촉구 결의대회를 연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국정원 개혁'으로 관심 끌기에 주력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안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강력한 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민주당은 국회 통제를 받지 않는 국정원 예비비 예산 사용을 금지하고 탄핵 대상에 국정원장을 포함하는 내용 등을 개혁안에 담을 예정이다. 다만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려 의견을 조율 중이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 김한길 민주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안철수 무소속 의원 등은 노무현재단ㆍ한국미래발전연구원의 공동 주최로 지난 12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학술 심포지엄 '민주주의 위기 진단'에 참석해 국정원 개혁문제를 논의했다.

야권 핵심인 이들은 새누리당의 이른바 '종북 공세'를 비판하며 국정원 개혁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고 민주주의의 밤은 길어지고 있으며 민생의 그림자는 점점 더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 새누리당의 국기 문란 범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계를 몇 십 년 전의 과거로 돌려놨다"고 비판했다.

또 안 의원은 "이번 (이석기 의원) 사태를 이용해 국정원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유야무야시키려는 움직임엔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해야 한다"며 "여야 정파를 떠나 통합진보당 사태를 민주당과 연결시키려는 어떤 정치적 음모나 논리적 비약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 사거에 대해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 폭력적인 사고가 진보일 수 없다"면서도 "과거의 야권연대도 종북, 10년 전 법 절차에 따른 (이석기 의원) 가석방과 복권도 영락없는 종북이라고 하는 건 신종 매카시즘의 광풍"이라고 말했다.

또 국정원 개혁안의 관철을 위해 민주당은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3자회담' 제안도 일단 받아들이지 않았다. 3자회담에 앞서 국가정보원 개혁 등 민주당이 요구해 온 사항을 박 대통령이 받아들인다는 약속을 회담 수용에 앞서 받아내기 위해 대답을 미룬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그동안 요구해 온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국회에서의 국정원 개혁 방안 마련 등을 박 대통령이 받아들인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 만나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야권에서 국정원 견제를 강화하면서 일각에서는 "남 원장의 국정원 개혁이 정치논리에 따라 잘못하면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수진영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야권의 개혁 공세로 안보를 위한 국정원 기능강화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간첩수사가 야권의 "정치적 음모 아니냐"는 식의 공세로 본질이 왜곡될 수 있어서다.

보수단체의 한 관계자는 "야권이 국정원의 역할을 축소하고 공안수사를 정치수사로 매도하면 국정원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정치권이 국가안보 활동에 대해 제대로 변별력을 갖지 못하면 6.25와 같은 국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는 야권의 국정원 개혁 요구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이 전직 직원은 "김영삼 정부 이후, 매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국정원은 끊임없는 개혁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국정원이 또 다시 개혁을 해야 한다면, 정권을 담당했던 여야 모두가 잘못된 개혁을 했다는 이야기다. 지금 야권의 개혁 요구는 자신들의 잘못을 국정원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국정원은 기능축소가 아니라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면서 "정보조정협의회 설치, 대공수사요원 증원, 직원의 신분보장 강화, 보안감사권 회복, 산업스파이, 마약 사범, 국제 범죄조직에 대한 수사권 부여 등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재준 원장의 국정원 개혁안은?


윤지환기자

남재준 국정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4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통일 발판 마련에 개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남 원장은 대북관련 문제 외에도 경제분야도 개혁을 준비 중이다. 대북문제와 마찬가지로 경제도 안보적으로 접근하는 차원에서 자원 및 에너지 안보, 산업스파이 차단, 전략물자 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서를 강화해 국내 파트 인력을 이동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새로운 위해요소로 규정한 북한의 사이버테러 대비 인력강화도 국정원 개혁안에 담겨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남 원장은 노무현 정권 때 정치개입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국내파트의 인력들을 국익정보국으로 대거 이동시킨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국내 파트 재조정을 구상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국정원 개혁방향은 '정치적 중립성 강화' '오해시비 차단' '국정원 본연의 업무 강화'라는 틀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남 원장은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로 사이버테러 대비 인력 강화를 꼽고 있다. 북한이 해커 3,000명으로 구성된 사이버전 부서를 운영하고 있는 등 사이버테러가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부상한데 따른 것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