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천외 특허세상

특허는 사전적 의미로 '어떤 사람의 공업적 발명품에 대해 그 사람 또는 그 사람의 승계자에게 독점할 권리를 법적으로 부여하는 행정행위'를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과 개인들이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수없이 특허청의 문을 넘나들고 있다. 이중에는 머지않은 미래에 히트상품, 첨단제품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아이디어 제품들은 물론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을 만큼 황당무계한 기술이나 상품화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이템들도 다수 존재한다.

초보자·어린이에겐 딱이지만 기초부터 배워야 제대로지
■ 당구 브리지 보조기

당구를 처음 배울 때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브리지다. 손가락으로 아치를 만들어 큐의 끝을 받쳐주는 브리지가 안정돼야 정확한 스트로크가 가능하지만 초보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지난 2001년 서울에 거주하는 박 모씨는 이런 당구 초보들이 반색할 만한 아이템을 특허 출원했다. 다름 아닌 '당구 브리지 보조기'다. 이 기구는 반지처럼 생긴 원형 링 위에 반원형 링이 붙어 있는 형태인데 원형 링에 손가락을, 반원형 링에 큐를 올려놓으면 된다. 포켓볼용 보조기구인 메커니컬 브리지(레스트)를 소형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 중지나 검지에 원형 링을 끼운 채 주먹을 쥐기만 하면 에버리지 300도 울고 갈 안정적 브리지가 완성된다. 특히 손이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도 손쉽게 브리지를 만들 수 있어 당구 동호인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출원인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출원인은 스스로 출원을 취하했다. 굳이 이유를 추정해본다면 브리지가 당구의 가장 원초적 기본기라는 점에서 상용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한다. 드리블과 배팅 연습 없이 축구와 야구를 배울 수 없듯 당구를 즐기려면 아무리 어려워도 브리지만큼은 직접 습득해야 하니 말이다.

일본 풍 걷어낸 건 좋지만… 새로운 룰 적응 안되네
■ 한국인 맞춤형 화투

고스톱은 한국인에게 도박이라기보다는 국민오락에 가깝다. 하지만 고스톱의 도구인 화투가 일본에서 전해진 탓에 화투 속 그림이 왜풍 일색이라는 부분에 적잖은 사람들이 심리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 고도리, 사쿠라 등 용어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 서울에 거주하는 정 모씨는 기존 화투에서 왜풍을 벗겨낸 한국형 화투를 개발, 실용신안을 출원했다. 이 화투의 특징은 모든 이미지가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족정신을 담고 있다는 것. 일례로 광패는 일본을 상징하는 광(光) 대신 복(福)자를 넣었고 그림도 청룡, 백호, 주작, 현무, 광개토대왕으로 대체해 민족화합과 국토수호의 정신을 담았다. 또한 홍단, 청단, 초단의 경우 각각 신라, 고구려, 백제가 됐으며 1월부터 12월까지의 패는 십이지신을 상징하는 동물로 형상화했다. 이 화투는 게임방법과 명칭도 조금 다르다. 오광은 오복이라 칭하고, 영락대제를 제외한 사방신 4장을 모으면 사방수호신이라 하여 10점을 얻는다. 고도리는 오작교로 부르며 2월, 4월, 8월의 10끗 짜리 패가 아닌 3월, 4월, 7월의 패 3장을 모아야 한다. 특허청은 아이템의 의미를 인정한 듯 실용신안 등록을 허락했다. 2006년 '한투(韓鬪)'라는 이름으로 제품화도 이뤄졌다. 하지만 새로운 룰에 대한 부담이었는지 생각만큼 호응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고, 2011년 등록료 불납으로 출원인 스스로 실용신안권을 포기했다.

바퀴 회전력서 생긴 전기 제동장치 동력으로 활용
■ 내리막길 자동브레이크 자전거

자전거는 건강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동수단이다. 그러나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효용성이 반감된다. 오를 때는 체력소모가 심하고, 내려올 때는 과속을 막기 위해 제동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제동에 실패하면 충돌이나 전복돼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경남 김해의 김 모씨가 특허출원한 자전거라면 내리막길에서의 사고 가능성을 깨끗이 지울 수 있다. 광센서를 활용한 속도 감지장치, 수은(Hg) 튜브를 통한 경사도 감지장치에 힘입어 자전거가 알아서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제어해주기 때문이다. 두 장치가 취득한 데이터와 자동 제동장치가 사전에 설정된 최고 속도를 바탕으로 일정 수준 이하로 자전거의 속도를 유지해주는 것이다.출원인은 출원서에서 "평상시 자전거 바퀴의 회전력에 의해 생성된 6V의 전기를 축전지에 저장해놓고 이를 12V로 증폭시켜 제동장치의 동력으로 활용한다"며 "속도 감각이 떨어지는 어린이나 노약자도 안전하게 내리막길 운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특허청도 기꺼이 특허 등록을 허락했다. 하지만 상용화는 힘들 전망이다. 등록 이후 특허권이 자전거 업체에 두 번이나 인계됐지만 웬일인지 제품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출원인에게 특허권이 되돌아온 것. 결국 출원인은 특허등록 5년 만인 2009년 자신의 특허권을 내려놓았다.

모든 치아 한번에 닦을 수 있다고? 좌우로만 움직여서야…
■ 시간절약형 양면 칫솔

양치질은 치아 건강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하루 세 번, 식후 3분 내에, 3분 동안 해야 한다는 이른바 3·3·3법칙이 정석처럼 전해진다. 2006년 경기 광주의 이 모씨는 바쁜 현대인을 위해 양치질 효과는 유지하면서 양치시간을 최소화할 '시간 절약형 칫솔'을 개발, 특허청을 노크했다. 이 아이템은 칫솔의 아래위 양면에 양치질이 가능한 칫솔모를 구비한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기존 칫솔은 한쪽 면에만 칫솔모가 있어 윗니와 아랫니를 별도로 닦아야 하고 치아의 안쪽과 바깥쪽도 칫솔질을 따로 해야 한다. 반면 이 제품은 아래위 양면에 U자 모양의 반원형 칫솔모를 장착, 아랫니와 윗니로 칫솔모를 살짝 물고 좌우로만 양치질을 해도 치아의 모든 면을 한 번에 양치할 수 있다. 출원인에 의하면 단 30초 만에 3분의 칫솔질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특허청은 실용신안 등록을 거절했다. 잘은 몰라도 이미 치아 교정자들을 위한 칫솔과 몇몇 제품화된 칫솔들이 U자형 또는 V자형 칫솔모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창성이 낮다고 판단한 듯하다. 덧붙여 이 아이템은 효과면에서 다소 의구심이 제기된다. 좌우와 상하로 칫솔질을 해야 '양치질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데 칫솔모의 구조상 상하운동이 원천 봉쇄되기 때문이다.

■ 자가용 셀프 견인장치

오너드라이버라면 한번쯤 인적이 드문 비포장도로나 진창에 바퀴가 빠져 고생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2001년 서울에 거주하는 신 모씨는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 혼자 간단히 웅덩이에 빠진 바퀴를 빼낼 수 있는 '셀프 견인장치'를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이 장치는 앞바퀴 휠의 홈에 부착하는 삼발이 형태의 걸개 2개와 이 걸개에 연결돼 있는 긴 와이어로 구성돼 있다. 만일 자동차가 웅덩이나 모래사장에 빠졌을 경우 걸개를 앞바퀴 휠의 홈에 끼우고 와이어의 끝을 주변의 나무나 전봇대 같은 고정된 지지물에 묶은 뒤 차량을 천천히 구동시키면 된다. 그러면 바퀴가 회전하면서 와이어가 얼레에 감기게 되고, 줄이 팽팽해진 순간부터 지지물 쪽으로 차량이 끌려 나온다. 와이어가 얼레에 감길수록 마치 지지물이 차량을 잡아당기는 것과 동일한 인력(引力)이 발생되는 원리다. 출원인의 주장대로 충분한 인력이 생성된다면 시간적, 금전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어 자동차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특허청의 등록 결정에도 불구하고 출원인이 특허료를 불납해 권리가 소멸됐다. 차량을 끌어낼 만큼의 강한 인력을 버틸 만큼 바퀴 휠의 내구성이 좋지 못해 걸개가 빠져버리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을지 추정해본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