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서비스 사업화한 애프터마켓 중요성 대두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단순 제조 마인드 넘어 서비스업 마인드 필요한때

제품 판매 이후의 서비스 사업을 중점으로 하는 애프터마켓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1990년대부터 애프터마켓에 뛰어든 GE 전문가들. 주간한국 자료사진
우리나라는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린다. HTC,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폰 제조사들이 유독 국내시장에서만큼은 맥을 못 춰왔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기 휴대폰들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에서 만든 제품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을 장악한 국내 제조사들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애프터서비스를 철두철미하게 하는 점"을 꼽고 있다.

애프터서비스의 중요성은 비단 휴대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가전제품에서부터 산업설비까지 판매 제품의 애프터서비스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해당 제품의 품질이 아무리 좋다고 할지라도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그렇다면 애프터서비스를 아예 사업의 영업으로 확장하면 어떨까. 그것도 휴대폰이나 가전제품처럼 저렴하고 수명이 짧은 제품들이 아니 산업설비 등 애프터서비스 비용이나 과정이 만만치 않은 분야라면 더욱 주목받지 않을까.

이에 배영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애프터마켓 사업 성공전략' 보고서를 통해 애프터서비스 사업이 시장으로 형성된 애프터마켓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해당 시장에서의 성공전략을 구상했다.

한국 기업에 유리

배영일 연구원에 따르면 애프터마켓은 제품 판매 이후에 부품을 교체하거나 제품의 정비 및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등의 서비스 사업이 진행되는 시장이다. 그동안 애프터서비스로만 인식됐던 사업을 시장으로 주목한 셈이다.

애프터마켓이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한 것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부터다. 위기를 느낀 산업계에는 신규 설비투자보다는 기존 설비를 유지보수 또는 확장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 결과 산업설비 분야의 애프터마켓은 다양한 고객의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규모가 신제품 시장의 4~5배까지 커져 현재 전체 설비투자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애프터마켓은 제품 판매보다 높은 '수익성',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를 통해 생기는 '후발기업과의 경쟁력 차별화', 시황에 덜 민감한 '사업 안정성' 등의 특장점이 있어 산업설비 기업에는 상당히 매력있는 사업분야다. 선진국의 주요 기업에서는 해당 사업이 어느 정도 보편화돼있다. 실제로 GE는 설비제품의 제조경쟁력을 갖춘 1990년대부터, 아트라스콥코는 기어식압축기 30년 제조경험을 기반으로 애프터마켓 사업을 본격화해왔다.

애프터마켓은 시황 침체와 중국 후발기업들의 추격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는 국내 기업이 뛰어들기에 좋은 시장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고가의 생산기계, 설비, 대형 중장비, 건설, 플랜트 및 조선 산업 등에서 장기간의 사업경험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기술역량과 광범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어 애프터마켓 진입이 비교적 용이할 수 있다.

애프터마켓 사업 성공요건은?

애프터마켓 사업 진입이 용이한 한국기업들이지만 성공을 자신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애프터마켓 사업에서도 승자가 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배영일 연구원은 준비ㆍ실행ㆍ관리 단계에 걸친 성공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준비단계에서는 고객맞춤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고객이 제품 사용 중 겪게 될 무제의 원인과 해법을 조사ㆍ분석해 고객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서비스 상품을 선제적으로 제안ㆍ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객의 성향, 사용조건별 요구사항 등에 따라 서비스 상품의 내용, 수준, 가격 등을 세분화하고 고객 접촉과 심층 관찰로 문제점과 요구를 분석해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실행단계에서는 제품과 애프터마켓 서비스를 연계 판매함으로써 고객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줘야 한다.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제품을 이미 사용 중인 고객에게는 성능 개선이나 비용절감을 위한 서비스 상품을 제시, 고객충성도로 이어지게끔 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애프터마켓 사업이 안정화되면 판매조직과 프로세스를 별도 운영, 독자 사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리단계에서는 문제점 분석을 통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애프터마켓 서비스에 대한 고객만족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해 신속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내부 시스템은 물론, 고객과 협력사까지 포함한 서비스 체계전체를 개선하는 실행전략을 추진해야만 한다.

배 연구원은 "애프터마켓 서비스는 비용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신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이라며 "제품기술력, 성능, 제조원가에 매달리는 제조 마인드에서 '고객 서비스업' 마인드로 인식을 전환할 경우 더욱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