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고 집값ㆍ생활비 비싸

2000년대 이후부터 수도권의 고령화 진행속도가 지방보다 빨라져 문제가 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아이와 젊은이는 보다 나은 학습환경과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노인만 남아 만성적인 일손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지방의 모습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서일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고령화 문제는 지방만의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수도권의 고령화 진행 속도가 지방보다 오히려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혜림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도권이 늘고 있다'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통해 국도ㆍ지역정책 측면의 대처를 강조했다.

수도권 고령화 가속도 붙어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 동안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은 고령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도시화가 진전되던 고도성장기 동안 지방의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했고 이에 따라 비수도권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인구 비중이 급격히 상승하는 반면, 수도권에서는 고령화가 완만하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고령화가 더 빨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00~2012년 고령층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수도권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인구 비중도 2000년 이후로는 수도권에서 오히려 더 빨리 상승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렇다면 수도권의 고령화가 빨라진 원인은 무엇일까.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수도권 내 고령층 인구자체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2000~2012년 사이 120만 명에서 240만 명으로 증가, 고령층의 연평균 증가율은 수도권이 평균 5.9%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4.7%(비수도권 3.9%) 증가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수도권에서 고령층 인구증가가 뚜렷한 이유는 인구구성 면에서 볼 때 수도권에 몰려 있던 1940~1950년대 출생 세대가 본격 고령화되면서 고령층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도권 인구집중이 가장 활발했던 1970~1980년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한 세대로 2000년대부터 은퇴시기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귀향 등 노년층의 지방 이동이 둔화된 점도 수도권 고령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업 성장의 둔화로 귀농인구를 흡수할 곳이 줄어들면서, 은퇴 후에도 수도권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추측된다.

수도권의 출산율 하락도 고령화를 가속화시킨 중 하나다.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은 2012년 기준 1.06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의 5세 미만 아동 수는 2000~2012년 사이 94만 명 감소했는데 이 중 서울의 감소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청ㆍ장년층 현역세대의 수도권 유입 둔화도 수도권의 고령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지역은 젊은 층 인구의 순유입 추세가 뚜렷했으나 2000년대 들어 수도권 순유입 흐름에 변화가 나타난다.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20~30대 인구가 2000년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30대의 경우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순유입 규모가 급격히 축소되었다면, 40~50대의 경우는 수도권을 빠져나가는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2007년을 기점으로 인구이동의 흐름이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바뀌었다.

수도권 안가는 이유는?

수도권의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소득창출의 부진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특히 수도권의 성장률 둔화가 두드러져 2001년을 기점으로 비수도권의 경제성장 속도가 수도권을 앞질렀다.

수도권의 성장 둔화는 결과적으로 수도권 내의 일자리 창출 저하로 이어졌다. 2000년대 전반적으로 취업자수 증가가 둔화되는 가운데 특히 수도권의 취업자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

수도권의 일자리 창출 속도 둔화, 특히 청년층 고용유발 효과가 큰 제조업 부진으로 수도권 청년층의 고용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 수도권 청년실업률은 2001년 7%대로 비수도권과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실업률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학업을 위해 상경했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상황도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집값을 포함한 생활비가 비싸다는 점도 수도권 탈출의 유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1년 통계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거지(42%)가 인구이동의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혔으며, 다음으로 가족(16%), 직업(13%)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의 주거비용은 지방에 비해 전통적으로 높은데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수도권 집값이 빠르게 상승해 비수도권과의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

KTX, 고속도로 등의 교통수단이 실질적으로 발전하면서 수도권 탈출의 시간적 금전적 비용이 크게 낮아진 것도 수도권 탈출의 유인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혼 후 신혼 집을 마련하는 이들과 같이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젊은 세대의 경우 저렴한 비수도권에 살며 편리한 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방법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빠른 대책 필요해

수도권의 고령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까. 이에 대해 이혜림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수도권의 부동산 경기나 정부의 정책 의지 등이 인구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 인구 유입 둔화가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적어도 향후 수 년간은 수도권 인구 탈출 유인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고령화 대책으로는 ▦학교, 병원 등 연령계층별로 필요로 하는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에 인구이동에 따른 지역별 인구변화를 잘 예측하고 ▦ 수도권의 고령층 증가에 대응해 고령세대의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주택정책이나 고령자 복지시설 및 수도권 근린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