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전 총장-임 여인 '비밀' L씨 손에

9월 30일 사퇴하는 채동욱 검찰총장
채동욱(54) 전 검찰총장의 혼외(婚外) 아들을 낳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임모(54)씨가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을 전망임에 따라 채 전 총장 혼외자녀 의혹이 규명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채 전 총장과 임씨와의 관계도 밝혀질지 주목된다.

채 전 총장과 임씨는 언론 등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해 왔다. 일부에서는 양측이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채 전 총장은 시종 "혼외자녀는 없으며 임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채 전 총장·임모 여인의 침묵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곽규택)는 조만간 임씨에게 소환을 통보할 방침인 것으로 지난 9일 알려졌다. 형사 6부는 시민단체 법조계바로정돈국민연대(법정련)가 임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검찰은 고발인 대표인 강모씨에 대한 조사는 이미 마친 상태다.

법정련은 임씨를 고발한 이유에 대해 "이번 사태가 초래된 원인은 임씨가 학교생활기록부에 해당 아동의 생부로 채 전 총장 이름을 기입하고 '애 아빠가 채동욱'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이라며 "채 전 총장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채 전 총장과 대한민국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모 여인이 거처하는 경기도 가평의 한 아파트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채 전 총장이 검찰에 임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된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이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경기 가평군의 한 아파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임씨와 채 전 총장의 침묵이 장기화됨에 따라 여러 소문과 추측들의 꼬리를 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채 전 총장이 여론의 관심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채 전 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채 전 총장 주변인들은 채 전 총장이 결백하다고 믿고 있는 분위기다. 그의 평소 언행을 미루어 짐작컨대 '혼외자녀'는 가당치도 않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채 전 총장과 함께 술잔을 나눴던 이들은 모두 최근 '혼외자녀' 의혹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채 전 총장은 부산에 근무하던 시절 자주 갔던 주점이 있는데, 이 주점 여주인이 윤모씨였다. 조선일보가 당초 보도한 Y여인은 윤씨 같은데, 윤씨와 채 전 총장의 관계는 주인과 손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이 자주 이용했던 부산의 업소 주인 윤씨는 채 전 총장의 주변 인사들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윤씨는 채 전 총장 뿐 아니라 부산지검의 다른 검사들과도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에 보낸 편지
조선일보는 채 전 총장과 내연관계인 여성을 후속보도를 통해 Y씨에서 임모씨로 바꿨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한동안 혼란이 일었다. 채 전 총장 주변인들 사이에서는 조선일보가 임씨를 Y씨로 표기했는지 아니면 Y씨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임씨로 밝혀져 이를 정정한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관련 내용 보도 초반 검찰 내부에서는 Y씨와 임씨가 서로 다른 인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Y씨가 임씨를 가리킨 이니셜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사들은 채 전 총장의 주변인들이 알고 있는 윤씨와 조선일보가 사용한 이니셜 Y가 공교롭게 겹친 것으로 봤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사실이 하나 있다. <주간한국>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채 전 총장 측근들이 알고 있는 윤씨와 임씨는 동일인이다. 임씨는 부산에서 주점을 운영할 당시 윤○○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건설업자 L씨가 열쇠

그렇다면 채 전 총장의 측근들이 본 부산 주점의 윤씨가 바로 임씨라는 이야기다. 측근들은 "단언컨대 채 전 총장과 임씨는 절대로 내연관계가 아니다"라며 "채 전 총장 일행들이 함께 주점을 찾았을 때를 돌이켜 보면 채 전 총장과 임씨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손님과 주인일 뿐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 같은 증언들을 뒤집는 또 다른 증언이 나와 주목을 끈다. 채 전 총장과 임씨가 주장한 것과 달리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 맞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채 전 총장의 일행들이 주점에 동석했을 때는 전혀 관계를 내색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증명할 핵심 열쇠는 부산의 건설업자 L사장이다. L사장은 부산에서 굵직한 여러 사업을 했던 인물로 업계에서 그를 아는 이들이 많다. L사장은 채 전 총장과 임씨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씨는 부산에서 참여정부 인사들과 관계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A씨 밑에서도 일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A씨는 노 전 대통령 친형인 노건평씨를 비롯해 박연차 태광 회장 등 부산 연고의 유력인사들과 절친한 인사로 전해졌다. A씨가 부산에서 유명 주점을 운영할 당시 종업원으로 근무하다 함께 일하던 B씨와 따로 나와 업소를 개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이 따로 업소를 차린 곳은 L사장 건물인 D타워의 지하였다. 이 시기에 L사장은 임씨와 가까운 사이가 됐고 채 전 총장도 이때 임씨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L사장은 부산 지역의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했는데, 부산지검에 근무하던 채 전 총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는 1999년 경으로 채 전 총장은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장검사로 근무하던 때였다.

L씨를 잘 아는 부산지역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채 전 총장과 임씨의 관계는 매우 빨리 발전했다. 그리고 그 후광을 등에 업고 임씨는 업계 뿐 아니라 부산 유력인사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장했다. 이러한 임씨의 성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임씨는 채 총장과의 관계덕분에 상승가도를 달렸고 급기야 L사장이 임씨에게 자기소유의 건물인 D타워의 스카이라운지까지 내주기에 이르렀다.

L씨와 임씨의 관계를 잘 아는 한 인사에 따르면 임씨는 스카이라운지를 운영하면서 유력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했으며 채 전 총장과의 각별한 관계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고 한다. 채 전 총장과 임씨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이는 L사장이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밝혀지지 않는 모종의 득을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인사는 "임씨는 부산지역 사업가들, 고위직 공무원 뿐 아니라 조폭들과도 잘 알고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 여인이 아이를 혼자 키우고 산다는 것은 모두 잘 아는 내용"이라며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이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소문이 파다했다. 그 아이가 채 전 총장의 아이인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그런 소문이 돌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