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보류 배후에 안행부 있나?

한국자유총연맹에 대한 검찰수사 보류의 배후로 안행부가 지목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장충단로에 위치한 한국자유총연맹 주간한국 자료사진
한국자유총연맹을 둘러싼 여러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연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각에서 "의도적인 봐주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올해 초 국고전용과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연맹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경찰은 내부인사들이 해당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밝혀내고 수사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손에 쥔 채 6개월 동안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올린 사건을 이처럼 장기간 방치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어서 검찰과 연맹 주변에서는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다.

검찰이 연맹 수사를 방치하고 있는데 반해 경찰은 지난 8월 치러진 연맹 총재선거와 관련된 괴문서 유포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연맹은 지난해 10월경부터 4월까지 약 6개월간 연맹의 여러 비리 의혹을 수사했으나 수사기간에 비해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검찰수사 보류 배후 있나

연맹을 수사한 경찰은 연맹의 간부인 김모씨 등 3명을 기소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당초 경찰은 당시 총재였던 박창달 전 총재의 비리 의혹도 규명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청장 교체와 수사 장기화에 따른 부담 가중으로 수사를 확대하지는 못했다.

연맹 관계자들은 각종 증거와 정황, 그리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모두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에 검찰의 결론도 경찰 수사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고도 수개월이 지나도록 관련자 소환조사 조차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검찰이 연맹 수사를 장기간 손에 쥔 채 보류하고 있는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안행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친박 실세인 유정복 안행부 장관이 검찰에 연맹에 대한 수사 보류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안행부의 움직임과 검찰의 움직임이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안행부는 지난 7월경 연맹에 대한 집중특별감사를 벌였다. 안행부는 감사 기간까지 연장하면서 연맹을 이 잡듯이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행부는 아직까지 감사 결과에 대해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안행부 주변에선 "안행부 감사에서 연맹 내부관계자의 횡령 등 추가 문제점을 찾아냈으나 장관이 결과 통보에 대한 결재를 미루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감사 직전 연맹 주변에서는 안행부가 당시 총재직에 있던 박 전 총재를 내몰기 위해 감사를 벌이는 것 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공교롭게도 박 전 총재는 감사를 앞두고 중도 사퇴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전 총재를 겨냥한 감사였으나 박 전 총재가 사퇴하자 감사하는 시늉만 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검찰도 안행부의 움직임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안행부가 감사를 벌여 비리를 적발할 경우 이를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 감사 결과도 나오지 않고 있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감사 결과 현재 검찰에 기소된 이들에 대한 문제점이 추가로 적발됐다는 소리는 들리는데, 소식이 없다. 만약 기소된 이들에 대한 안행부의 추가고발이 들어오면 묶어서 수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정복 장관-연맹 커넥션 소문

연맹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곳은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다. 경찰에 사건을 넘겨받을 당시에는 윤석렬 부장검사였지만 사건을 받은 직후 여환섭 부장검사로 교체됐다. 연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간 보류되자 연맹 내부에서는 "총재가 바뀌었기 때문에 연맹안정 차원에서 이대로 사건이 유야무야 무마될 것"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또 안행부 주변에서 "안행부가 국감을 의식해 연맹 감사 결과 공개를 늦추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유는 이렇다. 연맹 총재 교체로 감사에서 지적된 문제를 국감에서 다룰 수 없다. 때문에 안행부가 연맹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총대를 멜 수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감사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방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유정복 안행부 장관이 연맹을 활용하기 위해 검찰수사와 감사결과 통보 등을 뒤에서 주무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연맹 총재가 교체된 이후 연맹 내 주요 보직 물망에 오른 인사들 중 유 장관과 연결된 이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 내부에서도 새로 자리에 앉은 인물들 중 유 장관 측근 인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유 장관은 과거 박 전 총재가 물러나기 전 박 전 총재를 만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좋겠다"고 사퇴를 종용한 의혹도 사고 있다. 연맹 내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박 전 총재의 사퇴를 요구했다. 또 여러 통로를 통해 박 전 총재를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총재는 이에 대해 "그 부분에 아무것도 할 말이 없다. 와전된 내용"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가까운 측근들의 전언들을 종합해 보면 유 장관의 사퇴압력행사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유 장관은 친박 핵심실세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며 "검찰은 하루빨리 연맹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수사해 연맹이 선거나 여권의 정치활동에 활용되는 일을 없애야 한다"고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연맹은 최근 불법선거 의혹에 휩싸여 내홍을 치르고 있다. 지난 제14대 총재선거에서 패한 이오장 전 후보(전 연맹 서울지부 회장)는 김명환 총재가 불법선거를 했다며 최근 법원에 직무정지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총재 측은 사태를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 전 후보 측의 반발이 거세 사안은 결국 법의 판결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은 총재선거와 관련, 연맹의 지부와 지회에 나돈 괴문서의 출처와 진위여부를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괴문서의 출처와 내용의 진위 등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이고 자세한 사항이 밝혀지는 대로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