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대선 놓고 숨고르기?국내 정치 상황 역할 못찾아… 재보선 시기 맞물려 외부적 시선 부담된 듯

이달 귀국예정이었던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돌연 귀국을 연기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김 전 지사의 갑작스런 귀국 연기를 두고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선을 바라보는 노련한 정치인의 예상밖 행보와 그에 담긴 정치적 함의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현실'을 고려한 판단을 한 듯하다. 그의 측근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김두관 귀국 돌연 연기

김두관 전 지사는 지난해 대선 민주당 당내 경선에 나섰다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그는 지난 3월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으로 단기 유학을 떠난 상황이다. 그곳에서 김 전 지사는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독일 연방제와 유럽형 자본주의 등에 대해 연구를 해오고 있다. 그런 그가 이달 예정돼 있던 귀국일을 돌연 연기했다.

김 전 지사는 최근 독일 현지에서 '한중우호교류협회' 이사장에 취임하며 곧 중국 헤이룽장성을 방문할 계획이지만, 지근거리에 있는 국내를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독일로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표면상 김 전 지사의 귀국 연기 이유는 대학 연구소 측이 김 전 지사에게 연구기간 연장을 제안함에 따라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기자는 최근까지 김 전 지사를 수행해온 한 측근 인사를 접촉해 김 전 지사의 근황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이 측근 인사는 김 전 지사가 출국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해당 인사는 "대학 연구소 측에서 코스 연장 제안이 왔고 김 전 지사가 이를 수용한 것"이라며 "이 기간 동안 김 전 지사는 평소 관심사였던 독일의 자치분권과 노동에 비중을 두고 연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치적 상황 고려

하지만 이는 표면상 이유일 뿐, 김 전 지사의 이번 결정은 여러 가지 복잡한 국내 사정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대학 연구소 측에서 연구기간 연장을 제안했다 하더라도 이를 아무 이유 없이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의 측근 역시 이러한 시각에 대해 "물론 현실적인 배경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넌지시 말을 때며 "시기적으로 국내에 들어와 난국을 이어가고 있는 당의 상황을 타개하는데 있어서 본인 스스로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당장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는 독일 유학기간 동안 같은 대학, 같은 숙소에서 이웃했던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손 고문의 경우, 비슷한 시기 독일 입국 후 예정했던 현지 코스를 마친 뒤 계획대로 지난달 말 귀국했다. 손 고문은 귀국과 동시에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입후보한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대항마로 거론되며 여야 불문 국내 정계를 휘몰아쳤다. 결국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삼고초려까지 거부하며 '패'를 던졌지만, 재보선이라는 묘한 시기와 맞물려 큰 이슈로 작용했던 것.

앞서의 측근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애초부터 이러한 이슈에 대해 극히 경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재보선 시기 특정지역의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재보선이라는 묘한 시기 선거판에서 별다른 역할이 주어지지도 않는다면 차라리 맘 편하게 귀국시기를 늦추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김 전 지사의 귀국 시기는 내년 3월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규모와 의미 면에서 크게 축소된 이번 재보선 시기보다는 정략적 타이밍을 고려해 내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3월로 귀국시기를 늦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더군다나 현직인 홍준표 경남지사의 경우, 진주의료원 사태 이후 내년 지방선거 후보 공천 자체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김두관 재입성론'이 구체적으로 야기되고 있는 것. 민주당 입장에서도 내년 지방선거 경남지사 후보감으로 김 전 지사만한 경쟁력을 갖춘 인물을 찾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야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김두관은 잠재적 대선 후보감이다. 지난해 이미 경남지사 자리를 내놓고 나온 인물"이라며 "본인 스스로 여전히 대권을 바라본다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백스탭'은 득이 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굳이 선거판에 나선다면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달 뒤 치러지는 내년 7월 재보선에 출마해 부족한 의회경력을 보충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앞서의 측근 인사 역시 "김 전 지사 스스로 절대 지방선거에 직접 나간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다"고 잘라 말하며 "귀국 시기가 지방선거와 맞물리더라도 선거 지원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귀국 이후 김 전 지사의 행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어떤 계획을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김 전 지사는 민주당 소속이다. 당 내부에서 역할이 주어진다면 그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귀국 이후에도 당분간 선거판과 같은 전장에 직접 뛰어들기 보다는 타 대선 후보들과 비교해 여전히 빈약한 당내 입지를 다져가며 기회를 엿본다는 계산이다.

지난 대선 김두관 전 지사의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지난 과거 많은 거물급 정치인들이 그러했듯, 해외에서 휴지기를 보내고 온 이후 정치인들은 생각이나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있다"며 "김두관 전 지사 역시 귀국 이후 그 변화에 초점을 맞춰보면 좋을 것 같다. 김 전 지사는 여전히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인사다. 분명 본인 나름대로 그 구체적인 플랜을 준비 중일 것이다.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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