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조직화 인선 작업 과정 탈락 포럼 인사들 불만 성토'내일' 실행위원 인선 정치권 촉각… 신당 본격화… 형태·내용은 미지수호남지역 실행위원 인선 과정서 탈락한 지역 포럼인사들 반발향후 창당 과정에 걸림돌 될 수도

안철수 진영의 독자세력화가 점차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정작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안철수 신당이 본격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성 정치 세력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정치조직이 될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온 만큼 안철수 신당이 어떤 외형과 내실을 갖출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만약 안철수 신당이 창당된다면 그 기반인 지역 조직화 작업을 어떤 식으로 추진할지도 세간의 큰 관심사다. 일단 지난 9월말, 안철수 진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호남 지역의 실행위원을 인선했다. 내일은 앞으로 타 지역 실행위원 역시 추가 인선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서 걸림돌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전국에 우후죽순 들어선 지역포럼들 문제다. 이러한 포럼들 대부분 자생적으로 생겨났다고는 하지만, 지역 조직화 과정에서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안철수 진영의 지역 조직화 작업은 이제 시작이지만, 호남지역 실행위원 인선 이후 여기에서 탈락한 지역 포럼 인사들은 벌써부터 불만의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내일 지역 실행위원 인선 시작

지난 9월 31일,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은 호남권 지역 실행위원 68명을 1차 발표했다. 여기에는 광주 및 전남 실행위원 43명, 전북 실행위원 25명이 포함됐다. 내일 측은 이번에 인선된 실행위원의 향후 활동에 대해 '각 지역 새정치를 열망하는 지지자들의 조직화를 실행하는 실무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 향후 정치 아카데미 사업, 지역포럼 활성화 사업, 지역의 인재발굴 및 영입 등 다양한 정치 세력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일 측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경기, 인천, 부산, 경남 등 수도권과 영남권 등 타 지역 실행위원 인선도 곧이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실행위원을 선임하는 데 있어 공모방식을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안철수 신당 지역 조직화 사업의 서막을 알린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1차 지역 실행위원을 인선하며 본격화된 안철수 신당 창당의 지역 조직화 사업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신당의 성격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지만, 기존 정당들의 창당과정을 기준으로 볼 때 지역 조직화 작업은 첫손에 꼽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지역적 기반이 확고한 기성 정당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은 더욱 중요시 될 전망이다.

인선된 인사들 개개인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실제 인선된 실행위원들이 어떤 방식의 활동을 전개해 나갈지도 큰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인선되는 실행위원 명단을 두고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에 출격하는 후보자들이 아니냐는 확대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인선된 호남지역 실행위원 명단을 살펴보면 이미 정치권 경험이 있거나 이전부터 사실상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들도 다수 확인되기 때문이다.

내일 측은 호남지역의 1차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한 이후 공포했던 추가인선을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기자와 만난 안철수 의원 측 관계자는"현재로선 정확한 추가 인선 시기를 단정지을 수 없다. 국감, 정기국회 등 국내 정치권 사정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다만 현재 내부에서 인선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며 계획했던 추가 인선은 국감이 끝난 이후 곧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선 과정과 기준에 대해선 끝내 함구했다. 각 지역 실행위원 인선이 추가로 진행될 때마다 안철수 신당 지역 조직화 성격과 방향의 윤곽이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역포럼 정리 문제 산재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심히 지켜볼 대목 하나가 있다. 바로 전국에 수십 개에 달하는 지역포럼들의 문제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방방곡곡에는 안철수라는 대안 세력의 등장과 함께 지역포럼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대부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지역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며 안철수 의원에 대한 자발적 지지를 보내는 모임에서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철수 의원과 그 측근 세력과의 연계성이 일부 맞닿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자체 동력으로 만들어진 조직들이다. 상당수 지역포럼들은 대선 이후에도 살아남아 각 지역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일각에선 이러한 지역포럼을 두고 '노사모'처럼 순수한 의미에서 일개 정치인을 지지하고 단순히 세력화에 대한 열망을 보내는 정도의 조직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전 정치인 팬클럽과는 사뭇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물론 순수한 지지자들이 포럼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각 지역 전현직 정치인들이나 정치 후보생들이다. 이중 일부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내 공천 탈락자 혹은 당적을 소유하고 있었던 이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한 마디로 지역포럼 활동을 통해 안철수 세력화에 참여하고 내년 지방선거 등 향후 선거판에 안철수 신당의 깃발아래 제도권에 진입하고자 했던 이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일의 등장 이전, 각 지역포럼이 신당 창당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안철수 진영의 사실상 중앙 조직이라 할 수 있는 내일이 창립되기 이전, 일부 지역에서는 기득권 선점을 위해 불가피하게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철수 신당의 지역 조직화 핵심지역이라 할 수 있는 호남지역에서는 일부 지역포럼이 내부 갈등과 경쟁 속에서 분파되거나 그 이후 경쟁적 관계에 서기도 했다. 내일이 들어선 이후에는 각 지역 포럼들이 중앙에 선을 대기 위해 경쟁을 펼쳐왔다.

기자와 만난 한 정치컨설턴트는 "아무리 자생적 지역 포럼이라 하더라도 대다수가 안철수 세력화에 동참하고자 했던 이들로 제도권 진입이라는 실리를 위해 뛰어온 사람들"이라며 "만약 안철수 진영이 이 부분을 매끄럽게 정리하지 못할 경우 지역 조직화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포럼에 속한 이들 중 상당수는 각 지역 여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경고했다.

앞서의 내일 측 관계자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정치인이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모임이야 있을 수 있지 않겠냐"면서 "알다시피 대부분 지역포럼들은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우리 중앙의 정치세력화와는 상관없다.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탈락한 호남 포럼 인사들 반발

하지만 호남 지역 실행위원 인선 직후 광주 지역 포럼 인사들의 반응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인선된 실행위원 명단에는 나기백 전 참여자치21 공동대표, 범희승 화순 전남대 병원장 등 지역포럼 출신 인사들도 일부 인선됐지만 상당수는 이러한 포럼들과는 무관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광주진심포럼에서 수뇌부 역할을 했지만, 실행위원 명단에서 탈락한 손재홍 광주시의원은"나를 포함해 정말 열심히 뛰어온 사람들은 이번 인선에서 다 배제됐다. 인선된 인사들 면면을 볼 때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면서 "인선 이후 이 지역 포럼들은 거의 와해된 상황이며 안타깝게 탈락한 인사들 대부분 이제 안철수 안티 세력으로 변했다. 어떤 식으로든 항의적 조치를 취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호남 인심 다 떠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포럼 인사들 중에서는 내년 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 등 기존 정당으로 다시 복귀를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외부적 시선이 부담된 듯, 실행위원으로 임명된 일부 인사는 불과 며칠 만에 자리를 내놓고 떠나기도 했다. 지난 9월 실행위원으로 인선된 박광호 전 순천시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내일이 지역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연계하는 조직으로 알고 실행위원을 맡았지만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 위주로 구성된다는 외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서 사임의사를 밝혔다. 안철수 진영의 지역 조직화 작업이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안철수 진영의 지역 조직화 과정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후 각 지역 실행위원 인선이 추가로 발표될 때마다 각 지역 포럼 인사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안철수 진영 입장에서는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잡음이 조직화 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앞서의 안철수 의원 측 관계자는 "실행위원이 곧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라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실행위원 인선은 인재 영입의 시작에 불과하다. 실행위원에 못 들었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며 이러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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