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대선 2라운드 격돌? 文이 던진 승부수 자충수 될 수도문재인 대선 불공정 발언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승부민주당 대선 불복 시험대에 文 의도 대화록 증발 물타기?친노 재결집 이뤄질지 미지수

지난 10월 23일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대선 불복 발언이 정국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대선 패배 인정 이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 공정성 시비에 대해선 한발 물러섰던 문 의원이 직접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냄에 따라 여야는 한층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패배의 실질적 당사자인 문 의원의 이번 발언을 두고 그 배경에 대해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상대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질적인 선전 포고라는 시각과 함께 당내 친노 세력 재결집, 대화록 실종 수사 물타기 등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 의원의 충격 발언의 정치적 배경과 숨겨진 내막을 살펴봤다.

문재인, 박근혜 겨냥 초강수 발언

문재인 의원은 지난 23일, '박대통령의 결단을 엄중히 촉구한다'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박대통령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해서는 안 된다.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은 "박대통령에 엄중하게 촉구한다"며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하게 밝혀주길 바란다. 즉각 실천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엄포를 놓았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국정원 댓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회의장을 향하고 있다.
대선 패배의 당사자인 문 의원이 그 동안 대선패배와 관련해 보여왔던 유보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직접 대선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 직접적인 비판의 대상자를 국정원, 경찰 등 국가기관을 넘어 '수혜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것은 발언의 무게를 놓고 볼 때,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사실상 대선불복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박근혜정부와 정면승부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의원의 발언 직후 정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국내 정치 일정상 큰 비중을 갖는 국정감사 기간이지만, 문 의원의 이번 발언은 이후 쏟아져 나온 다양한 이슈와 현안들이 그대로 묻혀버릴 정도로 파장이 심상찮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문 의원의 발언에 대해"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의심과 불신의 독버섯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층 더 수위를 높여 "사초 실종의 책임을 모면해보려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것을 문의원은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역시 박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문 의원의 태도에 대해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다"며"박근혜 후보는 불법이나 부정에 의해 선거를 치르려는 생각은 목숨을 내놓더라도 안 하는 후보였다"며 박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섰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대선 불복에 대한 일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문 의원의 작심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초리다. 문 의원의 발언 직후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는 공식석상에서 국가기관의 정치관여는 헌법불복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이 원하는 것은 대선불복이 아닌 진상 규명과 대통령의 사과라고 강조했다.

9월 서울집회 참석이 전조

정치권에서는 문 의원의 이번 대선불복 발언의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 의원의 이번 발언에 앞서 전조는 분명 있었다. 문 의원은 한동안 침묵을 깨고 지난 9월 23일, 국정원을 규탄하는 서울광장 시국미사에 참석했다. 몇 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실제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문 의원이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집회에 모습을 직접 드러냈던 것을 두고 당시 정치권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당시 문 의원의 집회참석 시기와 최근 발언 시기를 놓고 보면 묘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강화되던 시점이라는 것이다. 지난 9월 집회참석 시기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논란이 정국을 뒤엎던 때였다. 당시 야권에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에 나선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청와대의 사건 축소 의혹을 제기하며 총공세에 나선 바 있다.

문 의원의 대선불복 발언이 나온 이번 시점 역시 앞선 국정원, 경찰의 대선개입 의혹에 더해 국군사이버사령부 직원 3명이 지난 대선 당시 트위터와 블로그에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렸던 것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야권의 공세가 강화되던 때였다.

결국 더 늦기 전에 문 의원 입장에서 이러한 공세 분위기를 타고 정치적 입지 마련, 또는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초 폐기 의혹 위기에 승부수

현재 검찰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실질적인 당사자인 문재인 의원의 소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사건 관련자 중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관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상황 속에서 결국 남은 건 문재인 의원의 소환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론 속에서 결국 문 의원은 검찰을 필두로 한 현 정권의 압박 이전에 초강수 행보를 통해 난관을 정면 돌파하려 한다는 것이 정치권 일각의 해석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승부수를 띄움으로써 향후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압박용'으로 물타기하려는 사전 조치임과 동시에 위기 탈출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반면 문 의원 측은 대선 불공정 시비는 문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 헌법 근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친노 재결집 의도

문 의원의 박근혜정부를 향한 초강수 행보에는 당 내부 사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친노 진영은 대선 패배 이후 그 책임자라는 낙인으로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 특히 지난 4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이 비노, 비주류를 대표하는 김한길 지도부로 넘어가면서 친노 진영에는 위기감이 몰아쳤다. 민주당 일각에선 오래전부터 친노 진영이 와해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이번 사초사태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는 친노 진영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러한 당내 사정을 고려할 때 친노 진영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문 의원이 이번 초강수를 통해 친노 세력의 재결집을 시도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기자와 만난 비노 성향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문 의원이 어떤 의도로 그러한 발언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당 보다는 개인적 영위와 자기 계파를 위한 분파적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문 의원의 이번 대선 불공정 발언 후폭풍은 쉽게 지나가지 않을 전망이다. 대선 불복의함의를 지니면서 '박근혜-문재인'의 대선 2라운드가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향후 검찰 수사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더 나아가 아직까지 반응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화답을 할지 좀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초강수 승부… 문재인 위기론 여전


한병관 기자

문재인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초강수 대선 불공정 발언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여전히 현재 봉착한 위기론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검찰의 대화록 실종 사건 수사가 어떤 식으로 결론 나느냐에 따라 문 의원이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만일 이번 검찰 수사 결과, 대화록 폐기 실체와 당시 인사들의 관련 혐의가 드러날 경우 대화록 공개를 주장했던 문 의원의 향후 정치 행보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문 의원의 이번 승부수가 친노 재결집을 의도했을 수 있다지만, 반대로 의도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다면 문 의원의 당내 입지도 큰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대화록 폐기 사건이 검찰 수사에 의해 야권에 불리하게 돌아가게 된다면, 결국 그 책임은 친노의 대표성을 띈 문 의원이 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렇게 된다면,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가 직접 나서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진영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또 한가지 변수는 이미 지난 몇 차례 보유 대화록 공개를 시사했듯, 북한이 나설 가능성이다. 만약 북한이 보유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원본 파일이 공개돼 대화록 삭제 부분이 공개될 경우 문 의원에게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우호적 관계를 지속할 경우 그러한 가능성은 현실화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을 겨냥해 승부수를 띄웠지만 여러모로 걸림돌이 놓여 있는 게 문 의원의 현재 형국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