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회장 수상한 해외 자금 흐름… 검찰, 페이퍼컴퍼니에 주목국세청 2009년 당시 두 차례 동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7천억원대 비자금ㆍ탈세 포착박원석 의원 "국세청이 혐의 묵인해 줬다" 주장해 파문

현 회장의 수상한 해외자금 흐름 뒤에 권력 그림자

검찰, 홍콩에 설립된 동양그룹의 페이퍼컴퍼니 주목

서울지방국세청이 2009년 2월과 11월 두 차례 동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7,0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국세청이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동양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동양그룹 계열사의 비자금조성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비자금 등 총 7,0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조성 및 탈세혐의를 포착했으나, 국세청 고위직이 무마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세무조사를 진행한 곳은 서울청 조사4국으로, 당시 조사4국장은 얼마 전 CJ그룹 뇌물수수 의혹으로 사임한 인물이다.

또 동양그룹 세무조사 과정에서 여러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검찰은 동양그룹 세무조사와 관련해 봐주기 의혹 등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동양그룹의 봐주기 의혹과 관련해 정권 실세 또는 정치권 인사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다양한 수사계획을 세우고 있다.

확연히 드러난 정황들

박원석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세청 직원이 2011년 3월 검찰과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낸 진정서를 토대로 “국세청의 동양그룹 조사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박 의원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작성한 동양 관련 세무조사 진행보고 문건도 공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진정서에는 당시 ‘국세청 고위관계자가 그룹의 부당행위를 적발하고도 추징하지 않았다’고 돼 있으며, 조사반장으로부터 ‘조사1국에서 동양캐피탈 세무조사 당시 이 건을 척출했으나 국장의 지시로 과세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 의원은 “진정서에 언급된 인물은 얼마 전 CJ 비자금 문제로 불명예 퇴진한 송광조 전 서울국세청장”이라면서 “당시 국세청이 이 사건을 축소하고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박 의원이 공개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의 보고 문건에 따르면 두 차례 조사에서 드러난 동양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루 규모는 ▦해외 자회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2,334억원 ▦해외투자 손실 규모 3,900억원 ▦업무와 무관한 가지급금 및 인정 이자 ▦ABS임차료 부당행위계산부인 313억원 ▦미국계 펀드 PK1, PK2로의 이자 과다 유출 등 총 6,936억원이다.

박 의원은 특히 “이 중 동양이 필리핀ㆍ대만의 시멘트 회사와 금광개발에 3,90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 처리한 것은 전형적인 역외탈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세청은 동양그룹 계열사 3곳을 동시 조사해 동양의 해외투자로 인한 손실 규모가 3,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세청 내부 문건에 따르면 국세청은 4년 전 동양그룹이 2,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심층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2009년 11월 말부터 3개월간 심층 세무조사를 벌여 ㈜동양의 전신인 동양메이저가 해외 자회사를 이용해 2,33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부당합병으로 금융계열사에 2,210억원을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 등을 포착했다.

국세청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허위 기부금 영수증으로 60억원의 부당공제를 받았다는 혐의까지 파악했다. 아울러 동양이 주식 스와프 거래 등을 통해 조성하고 사용한 비자금이 25억원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도 조세범칙 사건으로 다루지 않았고 검찰에 고발하지도 않았다. 국세청은 당시 동양메이저에 150억원대, 동양인터내셔널에 1,000만원 가량의 추징금을 부과하는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동양 사건과 관련해 서울국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하고 2009~2010년 동양 세무조사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갔다.

국세청의 은밀한 봐주기 배후

박 의원 측은 “서울청은 7,0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조성 사건을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하고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열어야 할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조차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세청은 검찰고발도 하지 않았으며 문제점을 들추는 박 의원 측에 “당시 합당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양그룹 사건과 관련해 국세청이 박 의원에 해명한 내용은 당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던 해당 직원이 11년 3월 검찰과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진정서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그 진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정서에는 “당시 국세청 고위관계자가 동양그룹 계열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동양그룹 위장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부당 금전지원에 대한 부당행위를 적발하고도 추징하지 않았다”, “조사반장으로부터 당초 조사1국에서 동양캐피탈 세무조사 시 이 건을 적출했으나 국장의 지시로 과세하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혹시 과세되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배경에는 ‘압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결국 세무조사에 지속적으로 부당한 압력이 행사되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기 힘들다”며 “또 이런 연유로 추징금도 제대로 부과되지 않았으며 검찰고발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그룹에 대한 조사에 참여했던 이들이 증언하는 바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2004년 홍콩에 동양홍콩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2년 사이 중국, 필리핀, 대만, 북한 등에 시멘트 광산 등 광산 등을 매입한다는 명목으로 4,000억원을 투자했다. 국세청 조사에 의하면 이 회사는 100% 동양그룹의 자회사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동양홍콩 측은 2005년 투자한 지 1년4개월 만에 갑자기 투자자금 전액을 손실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당시 국세청은 이 자금에 대해 현 회장이 해외에 은닉하기 위해 투자금 명목으로 빼돌린 자금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 당시 국세청 직원들은 동양그룹의 자금 빼돌리기 작업이 이전부터 계속돼 왔을 것이라고 추측,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수상한 점은 이뿐만 아니다. 동양홍콩은 홍콩, 유럽 등 국가로부터 수천억원의 자금을 차입하고, 그 차입금의 이자명목으로 연 650억원씩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내 이율은 5.08%로 동양그룹은 국내에서 더 싸게 이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연리 11%의 비싼 이자를 지급하면서 해외에서 돈을 차입해 의심을 키우고 있다.

현 회장의 기부금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동양그룹은 현 회장은 S사찰에 2007~2008년에 걸쳐 약 10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특히 이 기부금은 법인이 기부한 것으로 세금공제까지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 기부금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고 있다.

국세청 주변에선 “현 회장 가족들의 수상한 해외 자금흐름이 약 2,000억원 정도 될 것”이라며 “현 회장은 지난 10여년간 천천히 해외에 엄청난 자금을 빼돌린 정황이 있다”는 말이 파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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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