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활동 '낙제자'도 수상자로 국감본질 흐리고 '국민 기만' 행태하위권 의정활동 성적에도 불구 '우수국회의원 대상'로 선정선정 기준 모호 '상장 장사' 의혹… 국감 평가기관 걸러야 한다는 주장 제기돼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주최, 2012년 국정감사 우수국회의원 시상식. 주간한국 자료사진
객관성 결여된‘엉터리 우수의원상’ 논란… ‘상장 장사’의혹도

NGO모니터단 “국회와 국회의원 우롱하고, 국민 기만하는 행태”

제19대 국회 2차년도 국정감사가 11월 2일 막을 내렸지만 후유증은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파행의 빌미가 된 현안들 중엔 아직 정쟁에 내몰린 것이 여럿이고, 부실 국감은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정국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국감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감 평가 또한 전국의 국감현장을 밀착 모니터 한 ‘국정감사NGO모니터단’에 따르면 C학점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해 정부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ㆍ증진하는 데 기여하는 국감의 본질적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한 국감이 제 기능을 하고, 나아가 빛을 발하는 데는 국감에 모범적인 의원들의 역할이 크다. 이들 우수 의원들은 국감 활동 자체로 국민의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국감평가기관으로부터 객관적인 평가, 시상 등을 통해 개인적인 영예와 함께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다.

지난달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를 대상으로 한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감의 본질적 기능과 의원들의 국감 활동에 대한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일이 발생해 국회 안팎이 시끄럽다. 모 언론사 단체가 주관하는 ‘우수국회의원 대상’ 시상식 행사가 그것으로 수상자로 선정된 의원들의 의정활동 평가가 객관적 사실과 차이가 있고, 수상 기준 또한 모호해 일각에선 ‘상장 장사’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건 국민의 대표최고기관인 국회와 국회의원을 우롱하면서, 국민(유권자)을 기만하는 행태가 아닌가요.”

“의정 성적이 나빠도 ‘우수국회의원 대상’까지 받는데, 누가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하겠어요?”

270여 NGO로 구성, 15년 동안 국정감사 종합모니터연대기로 활동해온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의 홍금애 실장은 여느 때와 달리 격한 감정을 보였다.

지난 국감 기간 동안 한달 가까이 국회에 상주하며 모니터단을 총괄 지휘, 새벽에야 귀가하면서도 평상심을 유지하며 기자들을 상대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최근 대한민국우수국회의원대상 대회조직위원회(대회장 이기수 전 양형위원회 위원장)와 사단법인 한국언론사협회(이사장 최종옥)라는 기관이 뜬금없이 ‘2013대한민국우수국회의원대상’ 시상식을 하는 데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다.

의정활동 성적 하위권 의원들까지 마치 ‘상장장사 하듯이’ 행사를 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성적을 왜곡하고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는 게 홍 실장의 주장이다.

실제 국회 회의록 및 의안정보시스템에 근거해 수상 대상 의원들의 의정활동 내용을 보면 상당수가 C~F학점에 해당할 정도로 성적이 나쁘다.(도표 참조)

(사)한국언론사협회가 대한민국우수국회의원대상 선정의 주요 평가항목으로 제시한 것은 ▦가결된 법률안의 발의현황 ▦국회 본회의 출석ㆍ재석 현황 ▦상임위원회 활동 ▦국정감사 활동 ▦대정부질문 활동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 ▦언론보도 ▦국가발전 및 나눔 참여사항 등이다.

평가항목 중 ‘가결된 법률안의 발의현황’의 경우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결된 법률안의 발의현황 하위의원들이 ‘우수국회의원대상’에 다수 포함돼 있다. 국회가 입법기관인데, 가결된 대표발의 건수가 단 한 건도 없는 ‘0’건인 의원이 우수국회의원대상 의원 39명의 절반을 훨씬 넘는 21명이나 된다. (우수의원 최고대상 중 1명, 특별대상 중 4명, 대상 중 6명, 우수상 중 10명)

또 다른 주요평가 항목인 ‘국회 본회의 출석ㆍ재석 현황’에서도 지난 1월1일부터 10월까지 조사ㆍ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분야 하위권 의원이 우수국회의원 대상에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최고대상 수상자를 비롯해 본회의 출결ㆍ재석률 순위 150~200등 이하인 회의 출석률이 불량한 의원도 다수가 수상자에 포함돼 있다.

이는 한국언론사협회 관계자가 “의원 평가에서 ‘본회의 출석ㆍ재석 현황’을 가장 중시했다”고 한 것과도 모순된다.

주요 평가항목 중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 부분은 2013년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활동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엇을 조사ㆍ평가했는지 의문시 된다. 만일 2012년 예결특위 활동을 기준으로 했다면 당시 예결특위 소속 의원은 수상자 39명 의원 중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과 민주당 박민수ㆍ박범계ㆍ정청래 의원 등 4명에 불과해 더욱 문제가 된다.

주요 평가항목 중 ‘국정감사 활동’도 국감 활동 중 무엇을 평가했는지 모호하다. 국감 기간 중 상습 파행으로 지탄을 받은 위원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위원장이 수상 대상자에 포함된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국감 기간 내내 전국의 현장을 지키며 국감을 감시한 것은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유일하다. 한국언론사협회 관계자는 “국감을 직접 모니터 한 것은 아니고 주로 언론에 보도된 것을 토대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평가항목 중 ‘상임위원회 활동’ 또한 애매한 기준이다. 우리 국회의 경우 삼임위 활동이 의정활동의 대부분인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알 수 없다. 기본적으로 상임위 출석을 체크했다고 하면 출석률이 나쁜 의원들이 우수국회의원대상에 포함된 것은 문제일 수 있다.

평가항목에서 ‘언론보도’ 부분은 언론보도의 무엇을 300명 의원을 평가하는데 적용했는지 불분명하다.

특히 평가항목 중 ‘국가발전 및 나눔 참여사항’이란 것은 불명확한 자의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이 항목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비중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호하다.

이처럼 주요 평가항목이 객관적 의정 사실과 차이가 있고 모호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기관들의 분석이다.

우선 ‘대한민국 우수국회의원대상’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언론사협회가 대부분 소규모 인터넷신문, 지방지, 주월간지 등 현장 국회의정평가경력이 거의 없는 이들로 구성된 점이다.

무엇보다 수상 대상 의원에 대한 추천ㆍ평가ㆍ선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언론사협회 관계자는 “대한민국에 등록된 언론사, 시민단체는 누구나 우수국회의원을 추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추천한 언론사나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등록된 단체”라고 말할 뿐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또한 협회는 300명 국회의원에게 일정한 양식에 따른 공적서를 제출하게 하고 의원(대부분 보좌진)이 작성한 공적서를 토대로 우수국회의원을 선정했다. 따라서 공적서를 어떻게 작성했느냐가 우수국회의원 선정의 주요 기준이 된 것이다.

기자가 “공적서가 실제 의정활동과 다를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협회 관계자는 “의원들이 거짓말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최고대상 의원으로 선정된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 측은 “협회에서 연락이 와 158페이지 분량의 공적서를 제출했다”며 “작년도 자료에 일부 내용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실제 의정활동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아무리 공적서가 훌륭해도 본회의 출석률이 나쁘면 제외했다”고 했지만 막상 선정된 의원들 중엔 출석률이 하위권에 속한 의원들이 적지 않다.

우수국회의원을 선정한 위원들이 어떤 기준으로 구성됐는 지도 모호하다. 협회 관계자는 “선정위원은 언론사와 시민단체 중 상패 제작 등 행사에 필요한 자금을 내는 등 적극성을 보인 기관들 위주로 구성했다”고 했다.

지난 15년 동안 ‘국정감사우수의원상’을 시행해온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한국언론사협회의 ‘대한민국 우수국회의원대상’ 행사를 정면으로 문제삼았다. 건전한 의정감시 시민운동을 방해해 국회(의원)를 흐리게 하고 유권자인 국민을 기망하는 부도덕적이고 파렴치한 행태라는 주장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를 그릇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의정활동 평가기관을 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충청권의 한 중진 의원은 “당에 알려 공론화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언론사협회의 이번 행사는 1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다. 한편,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국정감사우수의원상’시상식을 12월 10일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갖는다. @hankooki.com

<도표> 선정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통계자료 현황

(자료 : 국회 회의록 및 의안정보시스템) 정당 : 새누리당(새), 민주당(민), 무소속(무)

훈격 수상의원 (정당) 상임위 가결된 대표발의 법안 건수 가결된 공동발의 법안건수 본회의 재석률 본회의 재석 순위 상임위 출석률 상임위 출석 순위 의안표결 참여율 의안표결 참여율 순위
최고대상 안홍준(새) 외교통일 0 60 63.21% 179 97.30% 30 74.13% 147
최고대상 신계륜(민) 환경노동 2 1 64.15% 167 100.00% 1 60.20% 220
특별대상 전병헌(민) 운영 0 16 68.87% 181 53.98% 181 53.98% 243
특별대상 강길부(새) 기획재정 1 39 75.47% 57 100.00% 1 73.63% 150
특별대상 이석현(민) 국방 0 2 59.43% 206 88.46% 151 65.92% 187
특별대상 박주선(무) 외교통일 0 14 53.77% 250 54.05% 281 62.94% 201
특별대상 오제세(민) 보건복지 3 20 72.64% 72 100.00% 1 71.89% 159
특별대상 주승용(민) 국토교통 6 17 67.92% 120 100.00% 1 72.64% 156
특별대상 신학용(민) 교육문화 체육관광 1 6 58.49% 215 96.97% 42 88.06% 62
특별대상 노철래(새) 법제사법 0 44 67.92% 120 80.43% 212 63.68% 198
대상 서영교(민) 법제사법 0 13 57.55% 224 92.59% 104 69.65% 169
대상 강기정(민) 정무 1 16 58.49% 215 91.89% 111 28.61% 285
대상 윤호중(민) 기획재정 0 5 66.04% 141 76.67% 222 60.95% 213
대상 민병주(새) 미래창조 과학방송 통신 1 50 93.40% 3 96.97% 42 97.26% 18
대상 박홍근(민) 교육문화 체육관광 0 13 81.13% 29 100.00% 1 94.53% 28
대상 정청래(민) 외교통일 1 7 66.98% 137 94.59% 77 99.75% 3
대상 한기호(새) 국방 1 46 53.77% 250 100.00% 1 60.70% 214
대상 박덕흠(새) 안전행정 1 41 62.26% 191 68.42% 261 53.23% 251
대상 경대수(새) 농림축산 식품해양 수산 0 49 70.75% 87 91.89% 111 79.60% 118
대상 부좌현(민) 산업통상 자원 0 8 88.68% 8 94.29% 86 86.82% 71
대상 김희국(새) 보건복지 0 39 77.36% 44 90.48% 126 80.85% 104
대상 강석호(새) 국토교통 4 54 69.81% 100 96.30% 52 80.60% 107
대상 서상기(새) 정보 2 42 55.66% 243 75.76% 225 54.48% 239
대상 박수현(민) 예산결산특별 1 12 51.89% 258 88.89% 144 93.28% 35
우수상 박범계(민) 법제사법 2 5 65.09% 151 97.83% 28 56.97% 230
우수상 최원식(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 0 7 63.21% 179 95.65% 61 69.40% 171
우수상 강동원(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 0 12 61.32% 196 90.32% 131 99.00% 10
우수상 김윤덕(민) 교육문화체육관광 0 15 59.43% 206 83.33% 190 60.70% 214
우수상 윤관석(민) 교육문화체육관광 0 20 76.42% 50 90.32% 131 98.26% 15
우수상 조명철(새) 외교통일 1 41 80.19% 31 94.59% 77 93.53% 33
우수상 손인춘(새) 국방 0 55 64.15% 157 92.31% 109 99.00% 10
우수상 김현(민) 안전행정 0 5 77.36% 44 71.05% 248 95.77% 22
우수상 김승남(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2 11 75.47% 57 94.59% 77 72.14% 158
우수상 박민수(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0 10 74.53% 66 91.89% 111 80.35% 109
우수상 이원욱(민) 산업통상자원 0 7 88.68% 8 85.71% 164 86.32% 76
우수상 남인순(민) 보건복지 0 11 68.87% 113 95.24% 64 82.34% 96
우수상 변재일(민) 국토교통 2 7 66.04% 141 92.59% 104 53.73% 244
우수상 안효대(새) 국토교통 0 45 66.98% 137 92.59% 104 90.80% 44
우수상 이명수(새) 국토교통 7 62 65.09% 151 70.37% 250 99.25% 9
<주의>

1. 가결된 법률안의 발의건수 현황은 2012.6~2013.11.14까지 통계임

2. 본회의 출석ㆍ재석률 현황은 2013.1~2013.10 까지의 통계임

3. 상임위원회 출석률과 의안표결참여율은 2012.6.1~2013.5.31 까지의 통계임



이홍우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