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여객기는 첨단 이착륙 기술과 항법시스템에 힘입어 더 빠르고, 편안하며, 친환경적일 것이다. 항공기제조사 에어버스가 2050년의 미래 항공을 전망한 '스마터 스카이(Smarter Skies)' 비전을 통해 이를 현실화해줄 5대 혁신기술을 제시했다.

1.

활주로 길이, 바람, 온도, 탑승객 및 화물 중량 등의 조건에 따라 절대량은 다르지만 모든 여객기는 이륙 시에 가장 많은 동력을 사용한다. 별도의 추진장치로 이륙 시에 추가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면 연료 사용량(탑재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때는 더 작은 엔진으로도 순항고도에 더 빠르게 도달,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저감과 소음감소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활주로 길이를 짧게 만들 수도 있는 만큼 공항의 공간 활용성이 높아진다.

이와 관련 에어버스는 2050년경 공항 활주로에 항공모함의 전투기 사출기(캐터펄트)와 유사한 전자기 모터 방식의 이륙 보조시스템이 채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캐터펄트로 여객기를 발사(?)해 단거리 이륙을 구현하겠다는 것. 덧붙여 여객기에 추진장치를 부착한 뒤 전자기 감응 공명(ECR) 기술을 활용, 무선으로 전력을 보내주는 시스템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의 하나다. 참고로 전자기 모터 방식의 이륙 보조시스템이 채용되면 활주로 길이를 지금보다 최대 3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에어버스의 예측이다.

2.

에코 이륙
직항 노선이라는 말은 적어도 지금은 다소 부적절한 용어다. 현재의 국제 공역(空域)은 바둑판처럼 네모 모양으로 구분돼 있어 여객기가 각 공역 사이를 지그재그로 비행해야 하는 탓이다. 이는 곧 비행시간과 연료 소비량,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 증대로 이어지며 연착 확률도 높아진다. 즉 전체 공역을 구분 없이 하나로 묶으면 여객기는 한층 직선에 가까운 항로로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다.

이에 에어버스는 2050년에는 국제 공역의 일원화에 더해 4D 항법시스템을 활용, 풍향과 대기환경 조건에 맞춰 스스로 최적 항로를 설정하는 지능형 항공기가 등장함으로써 이른바 하늘길의 고속도로가 열릴 것으로 예견했다. 특히 이 경우 다수의 여객기가 동시에 동일 항로를 비행할 개연성이 높아지는데 기러기 같이 V자형으로 비행하거나 역V자형 또는 편대비행을 하면 공기저항을 낮춰 10~12%의 연료소비 감소를 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

붐비는 공항의 경우 여객기들이 착륙을 앞두고 공중에서 선회하며 대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항공교통관리(ATM)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비행시간과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것. 2050년에 이르면 이렇듯 여객기의 공항 접근시간에 맞춰 기다림 없이 착륙이 이뤄질 수 있는 ATM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는 게 에어버스의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순항고도에서 활주로까지 점진적인 하강이 가능해져 사실상 활공 모드로 착륙할 수 있다. 지금은 착륙 시 동체의 수평 유지를 위해 추력을 높여야 하지만 추력 상승 없이 아이들링 상태로 활주로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늘길 아우토반
에어버스는 비행시간 역시 평균 13분 단축될 것으로 봤는데 이 정도면 전 세계에서 연간 900만톤의 항공유 소비를 줄여 2,800만톤의 CO₂ 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 항공 여행객들이 아낀 시간을 모두 합하면 무려 5억 시간에 달한다.

4.

모든 항공기는 택싱 과정이 길어질수록 불필요한 시간과 연료가 낭비된다. 이착륙 시 여객기의 택싱 시간을 최소화해 엔진을 조금이라도 신속히 끌 수 있다면 환경적인 메리트는 결코 적지 않다.

에어버스는 2050년에 착륙시스템이 최적화되면서 여객기가 활주로의 특정 지점에 정확히 멈춰 섬으로써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자율주행 로봇 택싱 차량이 여객기를 지체 없이 터미널로 이동시키는 프로세스가 일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택싱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여객기의 엔진을 멈출 수 있게 되는데 국제민간항공수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를 통해 전 세계 공항에서 저감할 수 있는 CO₂ 배출량이 연간 최대 600만톤에 이른다. 이는 또 승객들의 시간 절감, 여객기 배차의 효율성 증대로도 이어진다.

활공비행 착륙
5.

전 세계 CO₂배출량의 2~3%가 항공기에 의해 배출된다. 자동차보다 양은 적지만 CO₂를 대기권 상층부에 직접 뿜어낸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수년전부터 바이오디젤 같은 친환경 바이오매스 연료나 수소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여객기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2년 현재 이런 지속가능 에너지를 부분적으로 사용한 상업비행이 1,500회 이상 이뤄졌으며, 바이오연료와 일반 항공유를 50%씩 혼합한 연료가 상업용 항공기 연료로 공식 승인을 받기도 했다.

에어버스는 앞으로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환경규제 강화에 더해 친환경 연료의 생산량이 증대되고, 가격경쟁력도 확보되면서 여객기 연료로서 비중이 대폭 확대된다고 예상했다. 2030년쯤 항공기 연료의 30%, 2050년에는 약 50%가 바이오연료로 대체된다는 전망이다.


스마트 택싱
환경친화적 연료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