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 영입해 대관 능력 강화?전경련 위상 추락에 특단 조치회원 자격 서비스업종 기업 및 단체로 확대해 외형 키워대형 로펌 회원사 영입 소문

여의도동 새 전경련 회관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극단의 처방'을 내놨다. 대기업과 제조업 중심의 기존 회원사 범위를 중견기업과 서비스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제조업 중심의 일부 대기업 이해만 대변한다는 지적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전경련으로선 바닥에 떨어진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번 정권 들어 전경련은 재계의 권익을 위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여기에 검찰 수사를 받는 총수들의 구명에 이렇다 할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재계에선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전경련의 발표 내용 중에서 무엇보다 주목을 받은 건 회원사의 확대다. 전경련 안팎에선 이를 외형 확장과 동시에 대형 로펌을 영입, 대관 능력을 적극 활용해 검찰의 재계 총수 수사 당시 보인 약점을 보완하려는 복안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 위상 급격 추락

새 정부 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재계 맏형'이라는 수식어는 이미 온 데 간 데 없다.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사정기관의 대대적인 사정이 본격화되고 기업규제 법안도 날로 강화되는 가운데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로 총수들이 줄줄이 철창으로 향하는 가운데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이 재계의 빈축을 산 주된 원인이 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전경련의 '무용론'을 넘어 '해체론'까지 나왔다.

실제,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가 나란히 횡령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에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전경련은 지난해와 올해 초 김 회장과 최 회장이 법정 구속될 당시 "유감이다"는 성명을 표명한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이후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입을 닫았다. 그렇다고 물밑에서 구명활동을 벌이지도 않았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전경련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회장단 회의 참석률이다. 올해 총 다섯 차례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참석자가 10명이 넘은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회장단 정원 21명 중 절반도 안 된다. 특히 지난 9월과 11월에 열린 회의에선 참석자가 7명에 불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의 원내대표들을 만나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를 논의하는 소통의 자리 역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주도로 마련됐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자칫 화라도 입을까 한없이 신중해진 결과다.

특단의 조치 내놔

전경련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다. 전경련 내부에선 위기 탈출을 위한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가열됐다. 그리고 전경련은 논의 끝에 지난 14일 회원그룹 확대와 회장단 추가 영입 등을 담은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전경련은 먼저 경제계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ㆍ제조업 중심에서 중견기업, 서비스업종 기업 및 단체 등으로 회원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대표적 신규 회원사는 규모와 업종,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회장단 추가 영입도 추진한다. 기존 30대 그룹 밖으로 눈을 돌려 5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일부를 회장단으로 영입할 방침이다. 다만 규정에 따라 현 회장단에 속한 총수의 친족그룹과 채권단이 대주주인 기업은 회장단 가입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또 기존 회장단 회의 외에 사장단 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주요 그룹 회장들이 업무에 바쁜 만큼 회장단 회의 전에 전문경영인(CEO)들이 모여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견을 사전 협의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현재 14개인 정책별 위원회도 중요도에 따라 축소하기로 했다.

로펌 영입해 대관력 강화?

이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회원 대상 확장이다. 자칫 대기업이 중추인 재계 본산이라는 전경련의 정체성을 뒤흔들 수도 있는 문제다. 여기에 대한상공회의소와 회원사가 겹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전경련이 이를 강행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장 외형확대를 통해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전경련이 대기업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전경련 안팎에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견해가 많다.

이는 서비스업종 기업 및 단체로 회원 범위를 확대키로 한 부분 때문이다. 에둘러 서비스업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대형 로펌을 염두에 뒀다는 전언이다. 대형 로펌에 소속된 정치권 및 사정기관 출신들의 대관 능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라는 주장이다.

전경련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총수들 구속 당시 보인 대관 능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부 논의를 거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벌써부터 전경련 주변에선 특정 로펌을 회원사로 영입하기 위해 접촉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