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 정치권 인사 등 하마평 무성KT 내부 출신 표현명 이상훈 최두환 김영환… 외부인사로 형태근 진대제 황창규 이기태 등포스코 내부는 정동화 박기홍 이동희 김준식… 외부인사엔 김종인 김원길 진념 구자영 거론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2주일에 걸쳐 각각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KT와 포스코가 새 수장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양사 모두 이사회 주도로 CEO 추천위원회를 구성, 후임 회장을 물색하고 있지만 전임 회장의 사퇴배경에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점 때문인지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큰 소득은 없는 가운데 빈자리를 놓고 하마평만 무성하다. 내부 인사, 관련 업계 인사, 정치권 인사 등 다수가 자천타천 거론되며 혼란만 가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ㆍ포스코 측이나 하마평에 오른 당사자 중 일부는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 발끈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에 거론되는 인물들과 여론을 살펴 후임을 결정하는 박근혜정부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할 때, 들려오는 하마평이 전혀 근거 없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석채 수렴청정 가능성도

이석채 회장의 경우, 정준양 회장보다 2주 앞선 지난 3일 사임을 표명한 만큼 KT의 후임 회장 인선도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CEO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구성했다. 추천위에는 이현락 위원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7인 전부와 사내이사인 김일영 KT 사장이 참여했다.

문제는 추천위가 이 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KT 사외이사로 추천위에 참여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 회장의 동문이거나 MB정부가 꽂은 낙하산이다. 김 사장 또한 이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이다. 후임 회장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으리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표현명 KT 사장을 이 회장이 후임으로 점찍은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추천위에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김 사장을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두 명의 사내이사 중 한 명은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 정관상 추천위로 선정된 사람은 후임 회장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있는 김 사장이 추천위에 포함됐다는 얘기다.

표 사장의 경우 한국통신 시절 입사해 15년 이상 KT에 근무한 데다 사내 신망도 두터워 내부 인사로는 후임 회장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히고 있다.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그러나 표 사장이 후임 회장에 오를 경우 사실상 이 회장의 수렴청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을 쳐낸 박근혜정부로서도 탐탁지 않는 인사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이상훈 전 KT 사장, 최두환 전 KT 사장, 김영환 전 KT네트웍스 대표 등 KT 출신 인사들이 후임으로 올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인다.

창조경제 걸맞은 인물 누구?

정치권 인사로는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형 전 위원의 경우 윤창번 미래수석과 함께 대선 직후부터 차기 KT 회장으로 거론돼 온 인물이다. TK 출신인 데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구고등학교 동창인 것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 전 장관의 경우 전임인 이석채 회장과 같이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해 통신산업에 밝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진 전 장관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같은 PK 출신이라는 점이 KT 후임 회장 인선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KT 내부에서는 박근혜정부의 낙하산 의혹도 피할 수 있고 이 회장의 입김에서도 벗어난 인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출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선두에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위치해 있다. '황의 법칙'의 주인공인 황 사장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와도 구색이 맞는 인물이라 더욱 주목된다. 그밖에 애니콜 신화를 일궈낸 이기태 삼성전자 전 부회장,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처음으로 외부출신 가능성도

포스코 이사회는 내년 1월께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기 회장을 추천,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포스코의 경우 정준양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거론되는 인물이 상대적으로 적다. 민영화 이후 외부 인사 출신 회장이 전무한 것도 상대적으로 마음이 놓인다.

내부 인사 중에서는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박기홍 포스코 사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김준식 포스코 사장이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사는 이 부회장이다. 기획통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은 정준양 회장을 대신해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을 수행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한편, 과거 정 회장에게 밀려 절치부심해야 했던 윤석만 포스코건설 상임고문도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 원로들과 접촉 빈도를 늘리고 있다는 소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내부 출신 회장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터라 이번에는 외부 인사의 낙점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비롯해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념 전 부총리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 근무 경력이 있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의 경우, 철강사업에 전혀 무지한 정치권 인사들보다 더욱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