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는 논란에 사정 칼바람 조짐도아이파크 헬기 충돌로 또 '유탄' 정치권 중심 층수 조정 문제 등 재검토 이야기 나와사정기관 비리정보 수집 내사 '왕회장 숙원'무기 연기될 수도

최근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에 LG그룹 헬기가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정작 유탄을 맞은 건 롯데그룹이다. 사고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민안전과 국가안위 차원에서 제2롯데월드의 층수 조정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제2롯데월드가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언제나 논란을 끌고 다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선 더욱 그랬다. 당장 타워동의 균열과 인부 사망 사고, 석촌 호수 수위 문제 등으로 쉴 새 없이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정기관의 칼바람이 불어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사정기관은 제2롯데월드 관련 비리 정보를 수집하고 내사를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기관 안팎에선 제2롯데월드 건축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으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왕회장 숙원사업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에 건축 중인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숙원사업이다. 신 총괄회장은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제2롯데월드를 완성하는 것이야말로 남은 인생의 꿈"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고 한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 공사는 오랜 기간 불허됐다. 항공안전을 비롯해 환경ㆍ교통 재앙, 부동산 투기 등 복잡한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혔기 때문이다. 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정부 등 정권이 3번 교체되는 동안에도 사업은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지지부진하던 제2롯데월드 건축 사업은 MB정권 들어 단번에 해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2차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확대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면서다. 그동안의 숱한 걸림돌은 깨끗하게 해결됐다.

그리고 2011년 대공사의 첫 삽을 떴다. 시행사와 시공사는 롯데물산과 롯데건설이 각각 맡았다. 부지 매입부터 착공까지 무려 24년이 걸렸다. 순항이 예상되던 공사는 이후 크고 작은 구설에 휩싸였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끊이지 않는 논란

당장 지난 3월 건물 핵심기둥 11곳의 균열이 발생했다. 롯데는 쉬쉬했지만 건설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자칫 건물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일로 제2롯데월드는 완공되기 전부터 이미 '제2의 삼풍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썼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 6월엔 공사현장에서 40층 외벽에 설치된 공사 장비 자동 거푸집(ACS)이 떨어져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사망하고 근로자 5명이 ACS 파편 등에 맞아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석촌 호수 수위가 1미터 낮아진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하공사를 위해 지하수를 퍼내는 과정에서 빈 공간에 석촌호수 물이 다시 채워지고 있어서다. 지하수 유출이 심해질 경우 지반 침하 현상도 우려됐다. 언론에서 공사는 기업판 '4대강 사업'으로 묘사됐다.

여기에 최근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사고 이후 이 프로젝트의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들불처럼 번졌다. 전시 우리 군 항공 작전의 최고 요충지이자 대통령 전용기까지 이착륙하는 공항 하늘 길이 기업의 사익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사정기관 비리 수집 중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최근 사정기관에서 제2롯데월드 관련 비리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경쟁적으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인허가 비리는 물론 무리한 설계변경의 배경도 사정 대상이다.

사실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설은 이번 정권 초부터 유력하게 회자됐다. MB정부 시절 특혜를 누린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제2롯데월드가 그 상징적인 부분이다. 당시 정치권과 재계, 사정기관 안팎에선 대우기업에 이어 제2의 기업 공중분해 가능성마저 거론됐다.

현재 검찰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의 주역으로 꼽히는 A씨에 대한 내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다.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기인 A씨는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다 정년 퇴직 2주 만에 롯데그룹으로 영전했다. 인허가 뒤엔 또다른 대기업 고위직에 안착했다.

경찰도 제2롯데월드를 비롯해 롯데그룹 비리와 관련된 상당한 정보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안팎에선 남은 건 수사 시점을 정하는 것뿐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왕회장'의 숙원인 제2롯데월드 건축이 무기한 연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걱정도 적지 않다. 건축 연기가 장기화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이 중단되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계속해서 들어간다"며 "롯데그룹은 물론 하청업체들이 줄도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