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놓고 민주당과 일전 '비노 세력' 합류가 성패 좌우이계안·류근찬 전의원 합류 예상… 현역 김영환·조경태 의원도 거론민주당 비노 세력 포섭에 사활… 손학규 고문 참여땐 '천군만마'내년 지방선거가 승부처 될 듯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1월 28일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는 가칭 '국민과 함께 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 출범을 선언하면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이는 소문만 무성했던 '안철수 신당'이 비로소 닻을 올리면서 기존 여야 정당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셈이어서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낡은 틀로는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때"라면서 "공정이란 가치 실현을 위한 민생정치, 생활정치를 펼치겠다. 그것이 삶의 정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최선을 다해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고 신당의 지방선거 참여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는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두 번째 정치실험에 해당한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사퇴를 선언한 지 근 1년 만에 신당 창당이란 또 다른 도전에 나선 것이다.

'안철수 신당'의 태동은 현 정치권이 민생을 도외시하며 소모적 정쟁에만 주력해왔다는 점에서 주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야 정당에게 실망한 국민이 제3세력의 등장을 부른 것이다. 특히 외연 확장에 실패한 민주당이 잇따른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이 같은 틈새가 더욱 넓어진 측면이 있다. 실제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 신당의 지지율(27.3%)이 민주당(12.1%)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신당이 제1야당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일전을 벌이게 될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양당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한국 정치지형에서 제3당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정치사에서 신당은 한결같이 새로운 정치를 내세웠지만 대부분 생명력이 짧았다. 참신한 이념과 노선, 정책 등을 보여주지 못한 채 특정인의 대중적 지지도에 의존했던 탓이다. 과거 박찬종 당, 이인제 당, 문국현 당이 그랬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1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치 세력화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사실상의 창당 선언 자리에서 '새 정치'라는 이상만 강조했을 뿐 시국 진단에 따른 대응 논리는 밝히지 않았다. 박창신 신부 발언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 등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데도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안 의원의 정체성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그간 말의 정치에 머물러 온 그가 앞으로 보여줘야 할 행동의 정치에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씻어내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신당의 미래는 거기에 달렸다.

누가 신당에 참여하나

신당의 성공 여부의 가장 중요한 키는 역시 구성 면면이다. 정치권 이삭줍기나 마이너리그 등의 비판을 뛰어넘을 만한 중량감 있고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야 정당에서 공천에 탈락했거나,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던 기존 인사들로 신당을 꾸렸다간 이전부터 반복된 신당의 짧은 역사를 자초할 수도 있다.

안 의원 측도 이 부분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진보성향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안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영입했으나 80여일 만에 최 교수가 사퇴하면서 단단히 쓴 맛을 본 경험도 있다. 정치 멘토로 비유되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대선 과정에서 안 의원과 결별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도 이미지에는 적잖은 손실을 끼쳤다.

또 지역 조직화를 담당할 534명의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으나 이들의 면면을 보면 중량감 있는 인사가 없고 이념적 스펙트럼도 지향성이 모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까지는 이계안 류근찬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안 의원 측 합류가 예상되며, 김효석 전 의원도 탈당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의원 중에서 비호남권 출신 민주당 중진인 김영환 의원과 조경태 의원 등은 합류가능 인사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부인하고 있다.

이밖에 '친 안철수'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된 정치원로들의 모임인 '국민동행'에 이름을 올린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민주당 이부영 정대철 상임고문, 이철 장세환 조배숙 조성준 최인기 전 의원 등도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안 의원 측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혁성향의 전직 의원 모임인 6인회 소속의 홍정욱 정태근 김부겸 정장선 김영춘 전 의원 등과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 민주당 강봉균 전 의원 등도 안 의원 측의 영입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安, 민주당 비노 포섭에 관건

결국 개개인 인사들의 영입도 중요하지만 한번에 집단적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는 세력 확보가 우선이다. 새누리당 인사들이 참여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면 역시 일전을 벌여야 할 민주당 인사들의 포섭이 관건이다.

안 의원 측은 민주당 친노 세력과는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문재인 의원과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끝이 좋지 않게 헤어진 상태였고 최근 친노계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대선과정의 뒷얘기를 담은 비망록을 펴내면서 안 의원 측과 친노 세력들은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더구나 친노 세력은 현재 민주당의 주류를 점하고 있다. 대선 패배로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이 대표를 맡으며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지만 당의 구성에서 다수는 역시 친노계가 점하고 있다. 결집력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는 친노 인사들이 제1야당의 주류라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미래가 불투명한 신당에 몸을 기탁하는 것을 상상하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때문에 민주당 비노세력이 신당의 목표점이 된다. 만일 이들이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옮길 경우 이는 민주당의 분당을 의미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당에서 친노 세력이 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과 반대되는 상황이다.

비노세력이 신당과 손잡을 경우 안 의원은 지역적으로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데다 안 의원 특유의 중도적 이미지에 따라 수도권에서도 새누리당과 겨뤄볼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친노세력은 급속도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호남 지지층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어 자칫 문 의원 중심의 소수파 '친노무현당'이나 '열린우리당 시즌2'로 전락할 수 있다. 민주당 친노세력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 이 부분이다.

여기서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쪽은 손학규 고문이다. 아직은 신당 참여에 대해 부인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안 의원과의 정치 담판에서 어떤 쪽으로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안 의원이 통 큰 양보를 하며 삼고초려하듯 영입에 성공할 경우 그야말로 신당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격이 된다. 손 고문을 따르는 이들이 함께 이동할 수도 있고 나아가 민주당 비노의 집단 이적도 꾀할 수 있다.

삼국지 지방선거가 승부처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신당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또 신당이 민주당 비노를 흡수하든, 손학규 고문을 영입하든, 독자적으로 치르든 간에 새누리당-민주당-신당의 삼국대전이 벌어질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은 신당이 전 지역구에서 후보자를 낼 경우 야권 지지 표가 분산돼 새누리당만 어부지리를 얻는다고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때문에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선거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고,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신당이 각자 후보를 내서 겨뤄보자는 게 민주당 일각의 의견이다.

아직 안 의원 측은 이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선거가 임박해 오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주당 잔류를 선언한 상태다. 신당 입장에서는 박 시장 영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를 대적할 만한 중량감 있는 인사를 내놓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서울시장은 민주당, 경기지사는 신당에서 단독 후보를 내고 기타 지역은 선거 직전 후보 단일화를 실시하자는 방안이다. 이 경우 기존 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인 인천, 강원, 충남, 충북은 그대로 현 단체장이 출마하고 대전과 영남지역은 신당이 후보를 내는 식이다.

이 경우 야권지지층의 표를 몰아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양당 모두 해볼 만한 생각은 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신당 출현으로 유권자의 부동층ㆍ무당파의 비율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은 싫지만 그렇다고 야당을 지지하기도 마땅치 않은 유권자들이 대거 신당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선거사에서 승부는 세력 다툼이다. 국회 제3당으로 그나마 오래 당 간판을 유지한 것은 충청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연합이다. 그 외의 3당은 대부분 오래지 않아 문을 닫았다. 안철수 신당도 마찬가지다. 특정 지역을 지지기반으로 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민주당 비노세력이나 손학규 고문 등을 흡수해 야당의 명맥을 이어가지 않을 경우 신당의 성공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만일 이 같은 방식이 아니라면 인적 구성과 정책 노선 설정에서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국민적 어필이 가능하다. 물론 쉽지는 않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