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유명인 연루… 검찰 손보나사정기관, 정·관·재계 인사들 '도박꾼 명단' 이미 확보 사이버 도박 통한 검은 돈정치권 유입 정황 여럿 포착 조폭들 연예인 끼고 거액 사채 도박사이트 해외서 서버 관리'검은 손'배후 세력 있다

지난 11월 중순 경 연예인 도박 사건이 불거져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무엇보다 이들이 도박으로 탕진한 액수가 상상 이상이어서 국민을 놀라게 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을 도박으로 탕진한 것이다. 연예인들을 '도박 폐인'으로 만든 것은 바로 사이버 도박이다.

연예인 도박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이버 도박에 다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사이버 도박에 빠진 이들이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계, 재계 인사들 중에도 상당하다는 말이 돌면서 사정기관이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명단을 확보, '때'가 되면 칼을 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이버 도박의 규모는 해외 사이트까지 포함하면 그 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아 규모조차 정확히 추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게 생성된 천문학적 자금이 정치권에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회자되고 있어 사정기관은 그 뿌리를 추적해 와 현재 상당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예인 도박 파문이 정재계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상존하는 셈이다.

늪에 빠져 거액 탕진

검찰에 따르면 불법 도박혐의로 기소된 연예인들은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해 해외 프로축구 우승팀에 돈을 거는 이른바 '맞대기'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개인별로 최대 17억9,000만원까지 베팅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윤재필 부장검사)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 사범을 수사한 결과 유명 연예인 등 도박참가자 21명을 적발해 18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3명을 약식기소했다.

국내 불법 사이버 도박 시장의 규모는 75조원에 이를 것으로 사정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도박은 은밀한 뒷거래와 더불어 자금세탁 방식이 다양해 이보다 훨씬 더 큰 자금이 움직일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최근에는 사채업자들과 연계된 사이버 도박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업자들은 도박꾼들에게 사채를 사이버 도박에 필요한 속칭 '꽁지돈'으로 대주고 이자수수료를 챙긴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사채를 떠안고 파산하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사이버 도박에 조폭 자금이 대거 유입돼 돌고 있다. 조폭들이 도박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면서 자금을 회전시키고 해외에서 세탁하는 정황이 파악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사이버 도박에 중독된 이들이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ㆍ재계 인사들 중에도 상당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인사의 명단을 확보했다는 소문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여권의 중진인 A씨가 거론된다.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A씨는 사이버 도박으로 지금까지 수십억원을 탕진했다는 말이 정치권과 사정기관에 적잖게 퍼져 있다.

재계에서는 S기업의 고위 임원 L씨와 N사의 사장 C씨도 사이버 도박에 빠져 상당한 금액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검찰이 자신들의 불법 도박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 중이라는 소문을 듣고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인사들은 사이버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대신 해외로 나가 도박을 즐기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사이버 도박 거대한 시장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조폭들이 조성한 도박자금이 국내 정치권 등으로 다시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대규모 공사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 기업 등을 통해 정치권에 로비자금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권 때 정치권 핵심 관계자와 고위 관료가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산 적이 있는데, 조사 결과 이 자금은 해외 도박사이트를 통해 조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많고 정권 고위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있어 확실한 물증 없이는 섣불리 다루기 힘든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불거진 사건 중에 도박사이트와 관련한 검은 자금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바로 상하이 덩 여인 사건이다.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정치권 등 일부에서 "해외 검은 자금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됐고 핵심인사에 대한 문책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얼마 후 경찰은 중국과 협의해 해외 도박사이트 단속 등을 통해 적발한 해외 도박 사이트 자금을 국내로 환수해 올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이후 해외 도박 사이트를 적발해 얼마의 금액을 국내로 환수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사정기관의 한 인사는 "해외 도박사이트 단속을 통해 국내로 환수해 올 수 있는 금액은 천문학적인 것으로 추산된다"며 "그러나 이렇게 환수해 온 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면에서 의문이 남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1월 11일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게임 머니를 불법 환전한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임모(45)씨 등 4명을 구속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7월부터 최근까지 미국 한 사이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터넷상의 가상 서버)를 이용해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PC방 형태의 가맹점을 분양해 수천억 원대의 부당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운영 본사(중국)-국내 지역 본사-가맹점'으로 이어지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 본사에서는 도박 판돈의 일부를 딜러 비 명목으로 떼는 수법으로 모두 454억을 가로챈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가맹점 관계자가 가져간 부당수익 전체 규모는 9,0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 천문학적인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 경찰은 예상하는 범죄 수익금을 찾아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만일 정관재계와 연루된 단초라도 나오면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