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은 막강, 경영 책임은 회피그룹에 막강한 영향력 경영 실패 책임은 회피사외이사 제도 미작동 오너가 거수기로 전락

재벌기업 총수들의 무책임 경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 모두 8개 그룹 총수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계열사 등기이사로 등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경영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정작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8개 그룹 총수 이사 미등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2013년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정보'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41개 그룹의 계열사 1429개 중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157개(11.0%)에 불과했다. 지난해 11.1%와 비슷한 수준이다.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모두 375개사였다. 이는 전체의 26.2%에 해당한다. 이는 전년의 27.2%보다 1% 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효성(계열사 10개)과 두산(3개) 그룹에서 총수 일가 이사등재 회사가 감소한 결과다.

총수는 평균 3.8개의 계열사의 이사로 등재해 있었으며, 기업 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롯데·현대·영풍 등 3개 그룹 총수는 10개 이상 계열사 이사로 등재된 반면, 삼성·현대중공업·두산·신세계·LS·대림·태광·이랜드그룹 등 8개 그룹 총수는 이사로 아예 등재되지 않았다.

삼성은 총수일가로 범위를 넓혀도 이사 등재비율이 가장 낮았다. 계열사 76개에 등기이사가 356명이지만 총수일가 등기이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은 이사에 오르지 않았다.

이외에 신세계(이사 109명)와 이랜드(이사 78명), 미래에셋(이사 73명)도 총수일가 등기이사가 각각 1명에 불과했다. 이는 결국 총수와 그 일가가 그룹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경영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사이외사 제도 유명무실

반면 총수일가의 독단 경영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사외이사 제도는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경영 감시는커녕 오히려 총수일가 독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외이사는 이전부터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2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 1년간 상장사 238개사의 이사회 안건 6,720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로 원안이 부결된 안건은 5건(0.07%)에 불과했다. 수정의결(14건) 등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안건도 20건에 불과했다.

반면 사외이사의 비중은 48.7%로 전년(48.5%)보다 0.2% 포인트 늘었다. 이사회 참석률도 91.1%로 전년의 90.6%보다 0.5% 포인트 증가했다. 그럼에도 사외이사들은 실질적인 견제장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외이사들의 '무책임한 손들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액주주다. 안건 중에 임원 특별상여금 지급,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회사채 발행한도 승인 등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사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가 행사하는 권한에 비해 책임을 묻기 어려운 지배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사외이사들이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등 불합리한 경영관행을 적절히 제어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hankooki.com



이홍우기자 l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