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감은 상승, 미래 기대감은 하락인생·직장 만족도 소폭 늘어 건강과 교육 수준에도 만족결혼·이혼, 가사분담 등 개방적… 계층이동 가능성에는 비관적복지·인권 향한 지원 많아져야

한국인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지난 10년 간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블로그.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고민의 방향이 '어떻게 배불리 먹을까'에서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2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708달러로 2002년 1만2,100달러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10년 전과 비교해 소득은 크게 늘었는데 그만큼 삶의 질도 늘어났을까? 이에 박정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10년 한국인의 삶'보고서에서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분석, 10년 전 대비 현재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개인, 사회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살펴봤다.

삶에 대한 만족도 소폭 늘어

박정연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삶에 대한 한국인의 만족도는 점차 늘어났다. 2003년 20.4%에 머물렀던 비율이 2009년 20.9%를 거쳐 2012년에는 33%까지 치솟았다. 2009년에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보다 불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2012년에는 그 비율이 역전된 것도 눈에 띈다.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성별, 연령별 등 집단별로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만족도가 근소하게 높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만족도는 더 커졌다. 또한 소득이 높을수록 인생 만족도가 높았으며, 고용주, 임금 생활자, 자영업자 순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미혼, 유배우자가 사별하거나 이혼한 사람들보다 인생 만족도가 더 높았다.

지난 10년 직장에 대한 만족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박 책임연구원이 2002년 대비 2012년 근무여건 만족도를 임금, 근무환경, 근무시간, 직장에서의 장래성, 직장 성희롱 방지 노력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임금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근무여건 만족도가 상승했지만 절대적인 만족 수준은 여전히 낮았다.

임금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2002년 15.5%에서 2011년 14%로 감소했고, 임금에 대해 불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2002년 43.5%에서 2011년 46.4%로 증가했다. 임금 불만족은 대체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높았는데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60세 이상 여자, 60세 이상 남자, 30대 남자, 40대 여자, 50대 여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건강을 위주로 살펴본 결과 남자가 여자보다 건강 만족도가 높았고, 나이가 들수록 건강 만족도는 하락했다. 2012년 자신의 건강에 만족하는 비율은 20대가 61.9%, 50대가 36.9%, 60대가 21.9%로서 차이가 컸다. 인생 만족도가 높은 사람과 인생 만족도가 낮은 사람의 건강 만족도를 비교해 보면, 인생 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불만족을 느끼는 사람에 비해 건강 만족도가 7배 높았다.

교육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학교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비율은 2000년 41.4%, 2012년 46.7%였다. 초중고생과 대학생의 만족 도는 비슷했다. 2012년의 초중고생 47.2%, 대학생 46% 가 학교생활에 만족했다. 교육 기회 충족도도 이전보다 상승했다. 교육 기회 충족에 대한 만족도는 2000년 24.5%에서 2012년 47%로 크게 늘었다.

비관적 현실주의 팽배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한국인들의 삶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우선 가족관은 상당히 개방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혼 및 이혼에 대한 의식변화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결혼은 하는 것이 좋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2002년에는 69.1%였으나, 2012년에는 62.7%로 낮아졌다. 이혼에 대한 수용도도 높아졌다. '이혼해서는 안 된다'라는 인식은 2002년 58.4%에서 2012년 48.7%로 감소했다.

개방적 인식은 부부간의 가사 분담에도 나타났다. '부인이 가사를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2002년 37.9%에서 2012년 29.8%로 줄고,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2002년 8.1%에서 2012년 15.5%로 는 것이다.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인식은 20대가 가장 컸고, 부인이 가사를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인식도 20대가 가장 낮았다.

아들이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적 가족관도 유연하게 변했다. '부모 부양 책 임이 가족 중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해 부모 부양 책임이 아들에 있다는 생각에서 모든 자녀에게 있다는 인식으로 많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에는 장남 또는 아들이 부양해야 한다는 인식이 41%로서 가장 많았으나 2012년에는 아들과 딸 등 모든 자녀들이 함께 부양해야 한다는 인식이 74%로 가장 많았다.

지난 10년간 비관적 현실주의가 팽배한 것도 주목된다. 중류층 인식 감소가 대표적이다. 1999년 대비 2011년 '나는 중류층이다'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감소하고(1999년 54.9%, 2011년 52.8%) '나는 하류층이다'라는 인식은 증가했다(1999년 44%, 2011년 45.3%). 연령이 증가할수록 '나는 중류층이다'라는 인식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본인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거에 비해 매우 낮게 보았다. 본인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은 1999년 25.5%, 2011년 58.8%로 크게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40대에서 본인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가장 낮다고 응답했다. 직업(고용관계)별로 보면, 임금근로자가 자영업자들보다 본인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을 낮게 인식했다.

한국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인식이 강했다. 한국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은 공정하다는 인식보다 4.5배 정도 많았다. 분야별로 보면 조세, 경찰ㆍ사법, 취업, 방송, 교육의 순으로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많았다.

반면, 복지나 인권처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에 정부 등 사회적 차 원의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부모 부양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면, 2002년에는 부모 부양 책임이 가족에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2012년에는 가족과 정부 공동 책임이라는 인식이 가 장 컸다. 이러한 인식은 부모 부양문제로 고민이 많은 30대, 40대에서 가장 컸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심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한국 사회 에서 장애인 차별이 심하다라는 인식에 대해 2005년에는 74.6%, 2011년에는 72.3% 응답자가 동의하였다. 특히 30대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고려해서 더 배려해 주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