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동의 1위 유지 현대차 2위 공고, SK 3위… LG·롯데·포스코 4·5·6위부영·미래에셋·교보생명 급등… 한진·동부·현대 하락할 듯

지난 10년 사이 강산만 변한 게 아니다. 재계의 판도 역시 급변했다. 경기 부침이 심했던 지난해 특히 그랬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최대의 지각변동이 일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재계 순위가 가장 급등한 그룹은 부영과 한라다. 10년간 14계단이나 뛰었다. 존속 그룹 중 순위가 가장 추락한 그룹은 한솔로 22계단 추락했다. 반면, 위기를 맞은 STX와 웅진, 동양 등 3개의 그룹이 해체 위기를 맞으며 대기업 집단 지정에서 탈락, 혹은 탈락 위기를 맞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적 구조조정에 나선 한진, 동부, 현대 등도 올해 재계 순위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GS와 현대중공업, 한진의 자산 변화가 일어나면서 10대 그룹의 순위도 뒤바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영ㆍ한라 순위 급상승

최근 CEO스코어가 2004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그룹의 공정자산 순위를 조사한 결과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그룹은 부영과 한라로 나타났다. 이들 그룹의 순위는 각각 14계단씩 훌쩍 올라섰다.

먼저 부영은 2004년 36위에서 지난해 말 22위로 올라섰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한진, 동부, 현대 등 구조조정을 앞둔 그룹들이 예정대로 자산을 순조롭게 매각할 경우 다시 3계단이 상승해 17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부영보다 순위가 높았던 동부와 현대, STX가 자산 매각으로 순위가 처지기 때문이다. 한라그룹 역시 자산 순위가 2008년 53위에서 작년 39위로 치솟았다.

3위는 미래에셋, 4위는 교보생명으로 각각 11계단, 10계단 올랐다. 미래에셋은 2008년 44위로 첫 대기업 집단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33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교보생명도 2007년 53위에서 43위로 뛰었다.

이어 S-Oil(30위→23위)과 한국지엠(34위→28위), 대우조선해양(24위→19위) 등도 각각 7계단, 6계단, 5계단 상승했다. CJ와 LS, OCI, 한진중공업, 대성, 태영 등 6개 그룹은 3계단씩 올라섰다.

한솔 22계단 추락

반면 한솔은 2004년 28위에서 작년 50위로 무려 22계단이나 추락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은 자산규모 5조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아예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조차 안됐다 지난해 겨우 이름을 올렸다.

두번째로 순위가 많이 하락한 기업은 대우건설이다. 2004년 14위에서 작년 27위로 13계단 떨어졌다. 이어 이랜드 11계단(38위→49위), 세아 10계단(31위→41위), KT&G 9계단(28위→37위) 등의 순이었다.

현대와 동국제강, 코오롱, KCC 등 4개 그룹은 모두 8계단씩 처졌고, 현대산업개발과 KT, 효성도 각각 7계단, 6계단 떨어졌다. 특히 구조조정을 앞둔 한진, 동부, 현대 등은 올해 계열사 매각으로 자산이 크게 감소해 순위가 추가로 떨어질 전망이다.

재계 순위 9위인 한진은 올해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S-Oil 지분 매각, 부동산 매각 등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3조9,000억원 가량 자산이 줄어들어 순위가 11위로 2계단 떨어지게 된다. 한진이 떨어진 '톱 10' 자리는 11위였던 KT가 차지할 전망이다.

재계 순위 17위인 동부도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등을 매각해 자구노력에 성공한다면 자산이 약 3조4,000억원 줄게 돼 20위로 3계단 추가로 내려앉게 된다. 현대도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등 4조원 이상 자산 매각이 이뤄질 경우 기존 21위에서 25위로 4계단 하락이 예상된다.

10대 그룹 변동 예상

10대 그룹 내에서도 순위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STX에너지를 인수한 GS의 자산규모가 현대중공업을 뛰어넘어 7위와 8위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올해는 별 변동이 없지만 1~6위도 10년간 부침을 겪었다. 삼성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는 2004년 3위에서 2005년 2위로 올라선 이후 2위 자리를 공고히 했고, SK도 4위에서 2006년 3위로 1계단 올라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LG는 2005년 GS, LS 등의 잇단 분가로 2위에서 4위로 2계단 떨어진 순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또 롯데는 꾸준한 몸집 불리기로 7위에서 5위로 2계단 올라섰고, 포스코는 변함없이 6위를 지켜오고 있다.



이홍우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