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 꼼수로 연차수당도 날아가직원도 모르게 연차휴가 날짜 기재휴가도 못 썼는데 수당도 받지 못해

이랜드리테일이 자사 인사프로그램인 HR링크에 소속 직원들의 연차휴가 신청날짜를 임의 기재하는 방식으로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HR링크에 임의 기재된 연차휴가신청일. 주간한국 자료사진
NC백화점, 킴스클럽, 2001아울렛 등 국내 굴지의 유통계열사들을 산하에 두고 있는 이랜드리테일이 직원들의 연차휴가 날짜를 임의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연차휴가수당까지 지급하지 않는 꼼수를 부려 논란이 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르면 5인 이상 회사의 경우 근로기간이 1년을 초과하고 80% 이상 출근한 직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지급해야 한다.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에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는 2년마다 1일씩 가산한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5년 차 직원의 경우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휴가가 17일이나 있는 셈이다.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해서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2013년 9월 기준으로 직원수가 3,600여 명에 달하는 이랜드리테일 직원들에게도 당연히 연차휴가는 존재한다. 사용절차도 간단하다.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원하는 직원이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과 사전 업무조정을 한 후 HR링크라는 인사프로그램에 희망일을 기입하고 해당 날짜에 쉬면 되는 식이다.

문제는 이랜드리테일 직원 중 상당수가 과중한 업무량과 상사 눈치 때문에 연차휴가를 거의 사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에 해당하는 연차휴가수당 또한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직원들이 HR링크에 직접 올려야 하는 휴가 날짜를 회사가 임의로 기입하는 편법을 이용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럴 경우 해당일에 근무를 했더라도 HR링크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표기돼 있어 해당 직원은 연차휴가수당도 전혀 받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주간한국>이 이랜드리테일 소속 계열사에 근무하는 A직원의 HR링크 자료를 확인한 결과 해당 직원이 기입하지 않은 날짜에 연차휴가를 사용했다고 체크돼있었다. 이랜드리테일 소속 다른 계열사에 일하는 B직원도 마찬가지였다.

A직원은 "근무 여건상 있는 휴무도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올해 연차휴가는 단 하루도 사용한 적이 없다"며 "HR링크에는 본인이 직접 기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일한 날짜에 버젓이 휴가를 썼다고 나와 있어서 황당할 따름"이라고 분개했다. B직원은 "바빠서 쉬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연차휴가수당까지 주지 않기 위해 직원들을 속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HR링크는 직원이 연차휴가 계획을 올리는 곳"이라며 "해당 날짜에 기재됐다고 해서 직원이 당일 연차휴가를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부득이하게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 올해 2월까지 (연차휴가) 사용기한을 늘려줬고 그때까지도 미사용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연차휴가수당을 떼어먹으려고 임의로 조작할 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연차휴가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HR링크로 돼 있는 터라 만약 회사 측이 임의로 기재한 날짜에 해당 직원이 근무를 했더라도 이를 보상받을 수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약속된 연차휴가수당 또한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A직원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 측은 2012년에 대항하는 미사용 연차휴가수당도 절반만 지급, 직원들로부터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랜드 측의 답변과 실제 현실을 종합해볼 때, 직원들이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이 본사의 방침이라면 이랜드리테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묵인되고 있는 해당 계열사의 전횡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연차휴가는 본인이 쉬고 싶을 때 써야 하는 것인데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본사의 뜻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