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호조로 1분기엔 살아날 것"영업익 70% 차지 IM부문 4분기 5조원대 머물러 성장둔화 현실화 우려프리미엄 TV 회복으로 실적 개선 성공 분석도

삼성전자가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밑돌게 된 것은 그동안 '성장엔진' 역할을 맡아오던 IM(정보기술모바일)부문의 실적부진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20주년을 기념해 국내외 전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특별격려금도 실적악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등의 환율변수도 실적 고공행진을 멈추게 한 외부 제동장치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 후반에서 9조원 중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한 달간 발표한 추정치 평균은 9조8,280억원이었다. 통상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는 외국계 증권사들도 BNP파리바(8조7,800억원)를 비롯, 삼성전자의 4·4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 중반은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7일 발표한 잠정실적은 이러한 시장의 전망과는 차이가 있었다.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치보다는 무려 1조원 이상 밑돌았으며 삼성전자 실적을 족집게처럼 맞히던 외국계 증권사들의 전망도 모두 빗나갔다.

실적 발목 잡은 변수는?

삼성전자의 4·4분기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 것은 우선 환율 하락과 특별격려금 지급 등 일회성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신경영 20주년을 기념해 해외를 포함한 임직원 32만명에게 약 8,000억원에 달하는 특별격려금을 일괄지급한 바 있다. 만약 이 비용을 포함할 경우 삼성전자의 4·4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 초반으로 올라서게 된다.

아울러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등 환율변동이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는 외부변수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4·4분기 들어서 엔화 약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삼성전자도 더 이상 환율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4·4분기 평균 환율이 전 분기보다 4% 이상 하락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실적도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연말을 맞아 스마트폰 등의 재고 조정으로 완제품 판매가 줄면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둔화 현실화 우려

문제는 삼성전자의 실적악화가 일회성 비용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본격적인 성장둔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를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동안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을 주도해온 IM부문의 경우 주력 제품군인 스마트폰이 시장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향후 실적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 상황이다.

2011년 2,500만대에 달했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2012년 2,300만대, 지난해 2,000만대 초반까지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2,000만대 이하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수익성 개선의 효자 역할을 했던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은 2012년 41%에서 지난해 34%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증권 업계에서는 지난해 3·4분기에 6조7,000억원을 벌어들였던 IM부문의 영업이익이 4·4분기에는 5조원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태블릿PC를 비롯해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만한 새로운 캐시카우를 발굴하지 않고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고공행진도 되풀이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과 더불어 삼성전자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사업 역시 기존 메모리 분야 외에 시스템LSI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시급하다. 아울러 전체 영업이익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IM부문에 대한 지나친 쏠림현상도 삼성전자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손꼽힌다.

올 1·4분기 실적전망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스마트폰의 성장세 둔화로 실적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2월 소치동계올림픽과 6월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TV 수요가 되살아나고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이 지속될 경우 실적개선에 성공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연구원은 "1·4분기에는 일회성 비용이 줄어드는 대신 반도체사업의 호조가 예상되는 만큼 이익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 1·4분기와 연간 실적도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