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된 노동시장 개선부터 이뤄야

민주노총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 300여명이 2013년5월1일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차별철폐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청년 실업률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다른 연령대의 실업률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상황에서 유독 20대의 실업률만 전년대비 1.4%p 높아졌다. 11월 기준 29만3,000명으로 전체 실업자 중 4명이 20대에 포진해있을 정도다.

눈으로 보이는 실업률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청년 구직자의 눈이 대기업에만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오히려 인력난에 시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지만 청년들에게 '눈을 낮추라'고 함부로 얘기하긴 어려운 상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근무여건 자체가 너무 양극화돼 있어 첫 직장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은 없는걸까. 이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노동시장 양분화 배경과 영향' 보고서에서 "양분화된 시장구조의 개선을 통한 노동력의 효율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 심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고용상 지위나 기업규모에 따라 근무여건이 양호한 1차 시장과 열악한 2차 시장으로 양분화돼 있다. 최근 1년간 비정규직의 임금 총액은 1,626만원으로 같은 기간 정규직(3,919만원)의 41.5% 수준에 불과하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비율은 5~9깅 기업에서 56.8%인데 반해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26.8%로 낮았다.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임금격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며 청년 실업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1일 대구대학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석해 입사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청년들. 대구대학교 제공
이정훈 연구원은 노동시장 양분화 현상에 대해 "대기업-중소기업간, 제조업-서비스업간 생산성 격차, 글로벌화에 따른 해외직접투자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술 및 설비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결과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확대됐다. 또한, 기술진보와 자동화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반면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정체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커졌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기업들이 임금수준이 낮거나 판매시장과 가까운 곳으로 해외 직접투자를 확대하면서 양질의 국내 일자리가 감소한 것도 눈에 띈다.

양극화 문제점 수면 위로

더욱 큰 문제는 노동시장 양분화가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제활력을 저하시키고 빈곤층을 증가시킴으로써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니계수'(1990년=0.256, 2012년=0.285)나 최상위 20%의 소득을 최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1990년=3.72, 2012년=4.67)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곤층이 증가하는 점도 눈에 띈다. 중위소득의 50% 이상 150% 미만으로 정의되는 중산층의 경우 1990년 75.4%에서 2012년 69.1%로 줄어든 반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빈곤층은 같은 기간 7.1%에서 12.1%로 크게 늘어났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분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4대 보험 등의 사회보장제도 역시 평균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중소기업 소속 비정규직이 소외돼 있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2%로 정규직 근로자의 77%보다 낮으며 같은 비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1~4인 기업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18%로 300인 이상 기업의 81%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노동시장의 양분화는 가용 노동력의 활용도마저 크게 저하, 한국경제의 성장동력마저 약화시키고 있다. 중소기업ㆍ비정규직 등 근무여건이 나쁜 2차 시장에서 1차 시장으로의 이동이 어렵고 근무여건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취업재수생이 크게 증가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과다하게 소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기준 우리나라 15~29세 인구 중 일할 의지조차 없는 니트족 인구는 72만4,000명명으로 2005년과 비교해 약 14만8,000명 증가했다. 2차 시장에 진입하느니 차라리 쉬겠다는 생각을 가진 구직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1차 시장과 2차 시장 사이의 잠재력을 가진 근로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보다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2차 시장에서 저생산성 직종에 종사하게 됨으로써 근로자 개인의 만족도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이다.

해결방안 절실해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잠재성장률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 이에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양분화된 시장구조를 개선, 노동력의 효율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빠른 기술진보와 치열한 경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비용절감이 절실한 데다 소득분배의 불균형 확대로 인한 사회적 불만도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이정훈 연구원은 ▦생애주기에 따른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다양한 수요와 공급에 맞는 유연한 근무형태를 확대할 것, ▦낮은 임금과 불완전한 사회보장 하에서 빈곤문제를 겪지 않도록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소득지원 프로그램을 정비할 것, ▦지속적인 중ㆍ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노력과 함께 재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것, ▦대기업ㆍ정규직과 중소기업ㆍ비정규직 간의 상호이동성을 확대할 것, ▦노동시장과의 연계가 약하고 경쟁력이 저하되어 있는 교육시장을 보완할 것 등을 꼽았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