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입법화·추진된 정책 상당수가 리스크로 작용

박근혜 정부가 2013년입법화, 추진한 정책들이 경제 주체들에 부담을 주고 경제성장까지 저해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013년12월26일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제공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공약 단계부터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내세웠던 정부인만큼 지난해 입법화ㆍ정책화된 정책 중 상당수가 경제주체들에 부담이 되며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물론 정치적 중요성을 고려하면서 경제적으로 덜 부담되고 상징성은 높은 정책 위주로 꾸려지긴 했지만 리스크는 여전하다.

2012년 총ㆍ대선과정에서 논의돼온 사항 중 지난해 입법화ㆍ정책화된 것들을 검토하면 박근혜 정부가 지금까지 걸어왔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지난해 이슈화됐거나 입법화된 정책들을 기업, 노동, 복지, 조세 분야별로 나눠 '리스크'를 주목한 한국경제연구원의 '2014 정책리스크 쟁점과 평가' 세미나(이하 세미나)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살펴봤다.

신규순환출자로 투자여력 감소할까

세미나 발표문에 따르면 기업부문 정책의 경우 지난해 입법화되고 추진된 정책 대부분은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것들로서 중소기업 및 거래상 우위적 지위와 관련된 정책들이 주를 이뤘다. 우선 가맹본부로부터 가맹점을 보호하는 조항을 강화하고 하도급업체 손배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도록 개정했다. 또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유통산업 내 SSM에 대한 규제를 강화시켰으며 중소기업적합업종 및 사업조정제도에 처벌조항을 도입했다.

해당 정책들은 사전적으로 거래상 우위에 있는 기업에 대해 행태상의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그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들은 한시적인 효과만을 유발할 뿐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과 사적계약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 장기적으로 해당 산업의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단점도 함께 지니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지난해 신규순환출자 금지규정을 도입함으로써 대기업집단에 대한 구조적 규제를 더한 것도 주목했다. 이러한 사전적 구조규제는 기업의 행위여부와 관계없이 일률적 금지조항을 적용하는 가장 강한 규제에 해당한다. 그러나 경영권 보호제도가 마련돼 있지 못한 상황에서는 투자유인이 낮을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경영권 안정을 목적으로 소유지분을 증대시킬 경우 투자여력이 감소할 우려마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신규순환출자 금지 및 계열사 간 거래규제 강화 등 최근의 입법들은 지배권 남용 가능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규제 리스크를 지나치게 크게 하며 외국 기업과의 역차별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현재의 획일적 규제로 인해 증가되고 있는 기업정책 리스크를 줄여나가야만 다양성과 상생ㆍ장기적 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효성마저 의문시

노동부문 정책과 관련해서 박근혜 정부는 상징성이 큰 특정 유형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근로자 보호 및 대선 공약의 실천이란 입장에서 상징성이 큰 비정규직 차별금지영역 명시화가 입법화됐으며 장년층의 고용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법정정년의 60세 의무화가 입법화됐고 청년일자리를 강제로라도 늘리기 위해 청년의무고용할당제를 포함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즉, 비정규직의 차별금지, 장년층의 고용보호 및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특정 유형을 표적으로 삼은 정책이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부문 정책들은 기업으로 하여금 비정규직 고용률을 감소시키고 정년근로자를 감축시키며 청년의무고용으로 다른 노동자의 일자리를 상쇄시키는 효과를 유발하는 리스크를 지니고 있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3년은 노동시장의 아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여야 모두 법률 개정안을 과도하게 발의한 해"였다며 "정부가 임금제도 개선의 방향을 설정하고 노동시장의 제도적 유연성을 높여 급격한 제도 변경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복지병 양산 가능성도 커

박근혜 정부는 모든 복지공약을 실천하기 어렵다고 판단, 재정건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홍보효과가 있는 사안을 중심으로 복지정책을 추진해 빈축을 샀다. 지난해 3월부터는 기존에 차등 지원됐던 보육료와 양육수당이 만 5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보육체제로 전환됐고, 여성의 임신ㆍ출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 네 가지 정책(육아휴직급여 정률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및 근로시간 저축휴가제, 산전후 휴가분할 사용,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화)이 모두 시행됐다.

이처럼 여성ㆍ육아ㆍ보육에 집중된 2013년 추진 정책들은 여타 복지정책에 비해 수혜대상이 상대적으로 광범위하여 정책적 홍보효과가 크고 지방자치단체나 기업과 재정적 부담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정책들이 경제수준과 여건에 비해 과도한 복지지출로서 국가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로유인을 상쇄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제안한 복지정책이 비단 재원조달의 어려움, 재정건정성 악화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복지확대로 인한 근로유인의 감소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근로연계방안에 대한 고려 없는 공적 부조의 확대는 저출산 고령화를 맞이한 현시점에서 이른바 '복지병'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 효과 떨어져

세미나 발표문에 따르면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이 세원을 증가시킨다는 목표 아래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보다 부담이 되는 비과세ㆍ감면 감축으로 세수를 증가시키는 정책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정작 의결된 세법개정 법안은 정부가 의도했던 '증세 없는 복지재원마련 세제개편' 방향과는 달리 오히려 세율을 인상시키는 정책이었다.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6%에서 17%로 1%P 인상시켰으며 38%가 적용되는 소득세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5억원 초과로 확대한 것이다.

법인의 비과세 감면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던 법인세 부담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법인 비과세 감면의 축소를 주로 대기업에 국한했고 소득공제의 세액공제로의 전환에 따른 세부담 증대를 고소득층에 국한했기 때문에 세원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세입기반을 확충하지도 못하고 세수증대 효과도 갖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소득재분배효과도 없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황상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실제 법인세 부담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법인세 부담 대비 감면비율이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높다"며 "선순환적 세입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중소ㆍ대기업을 포함하여 법인세 최고세율의 인하, 세율체계의 단순화, 최저한세율의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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