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 원내대표 놓고 물밑 기싸움이주영 3번째 도전… 친박계 이완구 미나?비박계 남경필 행보 관심… 차기 원내대표 지방선거 주도 친박계 핵심서 비박 견제 거세… 의원들 마음 또 朴心 따라가나

이완구 의원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를 뽑는 경선 분위기가 일찌감치 달아올랐다. 이번 경선은 지방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여권의 권력 지형을 바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원내대표는 사실상 지방선거의 수장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뿐 아니라 당청 관계 변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의원들의 물밑 각축전이 한창인 가운데 최종 승자를 향한 박심(朴心)의 향방이 주목 받고 있다.

'실세' 원내대표 자리다툼 치열

최근 새누리당은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8월로 미루기로 잠정 합의했다.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모두 5월 중순이면 임기가 끝난다.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 부담이 있는 당 대표는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 선거 이후에 뽑기로 가닥을 잡았다. 원내대표는 5월 경선 일정이 잡혀 있지만, 지방선거 준비를 위해 이르면 3월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실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 집권 1년간 여당다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아 왔다. 청와대를 향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예스맨'에 머문 탓이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꼽히는 최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홍문종 사무총장으로 이어지는 3각 편대를 주축으로 많은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경호실장'역할을 자처했다. 비박계 의원들과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는 점점 사라졌다.

박근혜정부 2년차로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에 위기감이 형성됐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민주당에 밀리고, 안철수 신당이 큰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장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선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박 대통령을 대신할 얼굴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주영 의원
새 원내대표는 지방선거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해 새누리당을 지휘하는 사령탑 역할을 맡는다. 박 대통령의 뒤를 잇는 '선거의 왕'타이틀을 노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비대위원장을 겸임한다면 8월에 있을 전당대회까지 주도하게 된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은 남경필(5선)ㆍ이주영(4선)ㆍ이완구(3선)ㆍ유승민(3선)ㆍ김기현(3선)ㆍ유기준(3선) 의원 등이다. 막강한 권력을 갖는 자리인 만큼 의원들의 물밑 각축전도 치열하다.

이완구 급부상 배경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여권의 권력 지형을 바꿀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이뤄지는 경선의 특성상 의원의 절대 다수가 친박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원들의 복잡한 셈법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일단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실세로 통하는 최경환 의원에게 불과 8표차로 석패해 존재감을 과시한 이 눈에 띈다. 이 의원은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캠프 특보단장을 맡으면서 범친박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워낙 계파색이 엷어 중도파에 가깝다. 이 의원의 장점 역시 합리적 개혁을 추진하는 중도 인사라는 점이지만,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에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남경필 의원
친박계 주변에서는 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2009년 충남도지사직을 던지며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박 대통령의 신뢰를 얻었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캐스팅보트 지역인 충청권의 표심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친박계 주류인 경북 지역 의원을 내세우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지역색을 뺀 충청권 의원이 나서준다면 충청지역 표심 잡기가 한층 유리해질 수 있다.

최 원내대표와 이 의원의 긴밀한 관계도 '이완구 대세론'에 힘을 실어준다. 두 의원은 모두 첫 공직생활을 경제기획원에서 시작했고, 정치 입성 후에도 서로 신뢰관계를 유지해 왔다. 최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핵심인사로 꼽히는 만큼, 그가 힘을 실어준다면 친박계 의원 다수의 마음이 이 의원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의원은 아직 3선이고 자유선진당 출신이어서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친박계이면서 '할 말 하는'유승민 의원도 개혁성향의 이미지와 함께 원내대표 후보군에 올라 있다. 본인은 출마를 부인하고 있지만 유 의원이 나설 경우 '다크호스'가 될 수 있고, 최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기준 의원은 당초 부산시장 출마 의사를 내비치다 최근 불출마로 선회한 후 원내대표 출마설이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당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것이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 그런 소문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비박 남경필 '장벽' 넘어설까

비박계에선 소장파인 이 돋보인다. 남 의원은 일찌감치 원내대표직에 도전할 의사를 밝혔지만, 벌써부터 친박계의 견제를 받는 모양새다.

최근 들어 친박계 실세들은 잇따라 '중진차출론'을 제기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중진 의원이 적극적으로 지방선거에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홍 사무총장은 남 의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경기지사직을 추천했다. 홍 사무총장은 "당을 위해서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는 정신으로 선거에 임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남 의원을 압박했다. 친박계 핵심인사인 서청원 의원과 윤 원내수석부대표도 공개적으로 남 의원에게 경기지사 출마를 권유했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도지사 출마가 거론되자 남 의원은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남 의원은 "도지사 출마보다는 당의 개혁과 정치 쇄신에 앞장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당에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 도지사 출마를 권유하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심정을 밝혔다.

박심(朴心)이 최대 변수

이번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그 향방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범친박계인 이주영-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비박계 의 행보가관심사다. 남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를 고집한다면 친박 대 비박 간 대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남 의원이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할 경우 원내대표 경선의 판은 새로 짜야 한다.

이럴 경우 비박계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전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이 비박계의 지원을받았다.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일정한 세를 형성하고 있는 친박 중진과 비박계의 입장, 그리고 각 지역 의원들의 원내대표 후보와의 합종연횡도 변수다.

그렇더라도 새누리당의 다수를 친박계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박심(朴心)이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차기 원내대표도 결정되어질 것이 분명하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