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윤석 사장 대한광통신 지배구조 바꿔 오너 품사모펀드 내세워 소유… 구조조정 대상서 제외3년 후 지분 매입 옵션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대한전선 사옥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대한전선 떠난 오너 경영권 찾기 묘수?


설윤석 전 사장 대한광통신 지배구조 바꿔

3년 후 지분 매입 옵션, 경영권 회복 위한 노림수

“회사 생존 위한 용퇴, 유상증자 과정서 지배구조 바뀐 것” 반론

대한전선 구조조정 과정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설윤석 대한전선 전 사장이 계열사 자산을 매각하고 사모펀드를 내세워 알짜회사를 품에 안은 이후 대한전선 경영권을 내려놓기까지 과정이 잘 짜여진 한편의 시나리오라는 게 골자다. 반면, 설 전 사장이 대한전선을 떠난 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용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대한전선 구조조정의 실체를 들여다 봤다.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 /주간한국 자료사진
대한전선 매각 초읽기

대한전선은 재계 대표 우량 기업이었다. 1955년 창업부터 2008년까지 국내서 내로라 할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2004년 고(故) 설원량 회장이 별세한 이후 지휘봉을 잡은 임종욱 전 사장이 급격한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위기가 닥쳤다. 당시 투입된 자금만 2조원에 달한다.

악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찾아 왔다. 투자자산 가치는 곤두박질쳤고 투자 과정에서 생긴 빚에 대한 이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2009년 차입금 규모가 2조5,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결국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구조조정 과정을 밟고 있다.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은 2010년부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부동산 매각과 자회사 정리 등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설 사장이 경영권을 포기했다. 대한전선은 ‘기업의 생존을 고려한 용퇴(勇退)’라고 홍보했다. 경영권에 집착하다 주주나 임직원에게 피해를 줄 바엔 회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의 결정이란 게 회사의 설명이었다.

대한전선은 현재 매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조만간 협의회를 열고 매각 주관사 선정 등에 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업계 1위인 LS전선을 비롯해 가온전선, 일진전기, 금호전기 등이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너 위한 기획설 논란

이런 가운데 대한전선 안팎에선 일종의 ‘기획설’이 회자되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이 오너가를 위해 정해진 대로 흘러갔다는 게 골자다. 시나리오의 첫 페이지는 2012년 5월 설 사장이 비상장 개인회사를 동원해 알짜 자회사인 대한광통신을 매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시 대한광통신의 최대주주이던 대한전선은 이 회사 지분 1,160만6,446주를 매각했다. 설 사장과 대청기업이 274만6,859주와 885만9,587주를 각각 인수했다. 대청기업은 설 사장 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부동산 임대업체다.

총 인수대금은 271억원 수준이었다. 이 중 대청기업이 부담해야 할 몫은 207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대청기업의 인수여력은 부족했다. 대청기업 유동자산이 50억원 수준이고, 순자산도 160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자금 마련을 위해 설 사장은 대청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을 또다른 계열사인 티이씨앤코에 241억여원에 매각했다. 결국 대한전선 계열사에 부동산을 팔아 또 다른 계열사를 품에 안은 셈이 된다. 이를 통해 대한광통신은 지배구조에서 대한전선의 위로 올라갔다.

이어 같은 해 11월 대한광통신 지분을 큐캐피탈PEF에 매각해 최대주주 자리를 넘기는 대신 PEF의 출자자로 참여했다. 설 사장은 큐씨피6호 지분 11.1%, 대청기업은 34.9%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4%는 복수의 출자 금융기관이 보유 중이다.

오너 경영권 되찾을까?

이를 통해 ‘설윤석→대청기업→큐씨피6호사모펀드→대한광통신→대한전선’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대한전선은 이런 결정이 회사를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광통신이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게 된 것을 근거로 결국 설 전 사장을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있다. 그룹 모체인 대한전선을 중심으로 채권단이 조치를 취해도 대한광통신은 범위 밖이다. 채권단이 대한전선에 대해 출자전환을 하면 대한광통신의 대한전선 지배력은 상실된다. 대한광통신과 대한전선 및 계열사가 전혀 다른 회사가 되는 셈이다. 설 전 사장의 사퇴 역시 이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대한전선 측은 “설 사장은 대한전선을 살리기 위해 사재까지 출연했는데 의도적으로 대한전선을 버리고 대한광통신을 차지하려고 계획했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전선 유상증자 과정에 대한광통신 PEF를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돼 지배구조가 바뀐 것 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한전선과 설 전 사장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대한전선 복수의 내부 직원들은 수년 후 설 전 사장의 재기를 꼽았다. 설 전 사장과 대청기업은 큐씨피6호에 대한광통신 지분을 매각하면서 3년 후부터 5년까지 매각한 지분의 절반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설 전 사장이 PEF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데다 콜옵션 행사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선 설 전 사장이 수년 내 대한광통신을 중심으로 경영권을 회복해 재기에 나서리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hankooki.com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