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삼국지 구도' 본격화 속 고도의 '야권 연대' 시나리오도안철수 신당 새정추 발기인 명단 각계 80여명 우선발표 본격 행보전국 '정치 지형' 재편성 추진… '야권 연대' 고도 전술 시각도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행보가 가속화 되고 있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철수 의원측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는 지난 14일 새정치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 80여명의 명단을 우선 발표했다. 17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앞두고 발표된 명단 면면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전망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구성원 명단이 드러나자 다소 놀라는 반응이다.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구성원이 다양해서다. 또 새누리당은 명단에 대한 반응을 절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비교적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새정추의 움직임을 두고 "야권이 연대해야 살 수 있다"며 끊임없이 안 의원에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신당 창당은 야권분열만 조장할 뿐 득이 없다"고 우려를 표시한다.

새정추와 민주당 주변에서는 연대 가능성과 더불어 향후 새정추의 야권 지형분할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이 독자노선을 걸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신당이 '일부 연대, 일부 독자'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관측한다.

안철수 본격행보 시작

지난달 명동에서 새정치추진위원회 거리설명회에 나선 안철수 의원(가운데)이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발기인에는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김용민 전 조달청장, 오홍근 전 국정홍보처장, 임재식 전 전북경찰청장 등이 포함됐다.

군 출신 인사도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군 출신으로는 예비역 공군 중장인 이영하 전 레바논 대사, 서양원 전 해군참모차장, 이상길 예비역 공군소장, 김복산 전 기무사 참모장, 여성 간호장교 출신인 박말순 예비역 육군 중령 등이 명단에 올랐다.

언론계에서는 유자효 전 한국방송기자클럽 회장과 배종호 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법조계에서는 김기중ㆍ정연호 변호사와 홍훈희 전 청주지법 판사, 보건ㆍ의료계에서는 김일중 대한개원의협의회장과 최혁용 함소아과한의원 대표 등이 포함됐다.

시민단체 인사도 다수 합류했다. 홍근명 전 울산시민연대 대표, 조성용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이성은 양성평등네트워크 상임대표, 경실련 초대 기획실장을 지낸 장신규씨 등이 새정추와 함께한다.

문화예술계인사도 안 의원 신당에 힘을 보탠다. 중요무형문화재 남사당놀이 전수자인 문정수 국악단 소리개 상임연출자, 최영철 서울오라토리오 감독 등이다. 노동계에서는 김태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이영희 전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김찬균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 등이 합류했다.

또 최민 전 서울장애인연맹 회장, 드림비즈포럼 홍순재 대표, 중국계 한국인인 상려아 전 목포대 교수 등 장애인ㆍ청년ㆍ다문화인을 대표하는 인사와 독립운동가 김가진 선생의 손녀인 김진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노조위원장도 발기인 명단에 들었다.

새정추는 또 이날 인천시당과 전남도당 창당준비단도 인선했다. 인천시당 창당준비단 공동위원장에는 박호군 새정추 공동위원장이 선임됐으며, 박영복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강호민 인천요양병원 이사장 등이 실무를 맡게 됐다. 전남도당 창당준비단은 김효석 새정추 공동위원장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가 공동위원장으로 각각 선임됐다.

일단 시작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새로운 인물도 없고 의외의 깜짝 카드도 없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안 의원을 제외하면 독자적으로 입지를 가진 이들도 드물다는 것이 향후 불안요소로 꼽힌다.

안 의원 측은 서울시장선거 등 지방선거에서 독자적인 노선을 걸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또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 "야권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 안 의원은 최근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선거를 위한 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안 의원 특유의 모호한 발언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향후 변화가 예상될 경우 말 바꾸기라는 비난을 우려해 발언을 모호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선거를 위한 연대는 없지만 다른 명분만 주어진다면 지방선거에서 연대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예컨대 선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여권 심판이라는 명분으로 연대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당 창당의 진짜 속내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의 행보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서울시장선거에서 안 의원과 신당이 어떻게 움직일지 말들이 무성하다.

안 의원 동향에 밝은 한 인사에 따르면 신당은 안 의원의 대선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정당이라는 발판이 없어 패배했다고 분석하고 대선을 염두에 둔 세력화를 위해 정당을 창당했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핵심 인사는 안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를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에 양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권과 야권의 주자가 김황식 전 총리-박 시장 구도로 갈 경우 신당의 힘으로는 양각구도 틈바구니에 끼어들기 힘들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신당은 현재까지 새정추 구성원과 안 의원 측 핵심 측근들 면면을 살펴볼 때 박 시장과 김 전 총리와 견줄 주자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안 의원 측에서 아직 서울시장 후보 윤곽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주자로 내세울 인물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이 인사는 "내가 알기로 안 의원이 지방선거와 신당 창당과 관련해 박 시장과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양측이 선거 막판까지 각자 지지도를 올린 뒤 신당 후보가 박 시장에 표를 몰아 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인다. 안 의원의 최근 연대 관련 발언이 특유의 모호함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도 이런 징후의 하나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결국 신당이 박 시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고, 실제로 그렇게 될 경우 정치적 야합으로 몰고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박 시장과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드러났듯이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박 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 안 의원이 박 시장과 싸우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안 의원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가능성이 모호한 후보를 내세우기보다 박 시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계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신당이 서울시장선거는 박 시장에 양보하고 야권이 득세하고 있는 수도권을 민주당과 분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남지역을 두고 민주당과 지역을 나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신당은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경남 지역 선거에 주력하는 전략을 짜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신당이 민주당과 다수 지역에서 연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를 제외하고는 민주당과 특별히 교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안 의원은 독자세력화를 위해서는 대표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자리를 가져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일단 민주당과는 정면대결을 통해 경쟁하고 교감을 나누고 있는 박 시장 측과는 연대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치권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박 시장과 안 의원은 대선 직후 지방선거와 관련한 논의를 했고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차기 대선에서 여야 공히 마땅히 내놓을 대선주자가 없다고 판단, 신당 세력화와 박 시장의 지원을 통해 안 의원이 대선판을 장악하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과거 박 시장의 대선불출마 선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편 현재 수도권 지역에서는 안 의원의 신당 지지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성남, 안산 등 야권이 강세인 지역에서 신당의 지지율은 민주당을 추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지역에서도 신당의 지지율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수도권,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 신당이 입지를 굳힐 전망이다.

신당의 호남지역 지지율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호남지역에서도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정작 선거당일 유권자들이 홈팀인 민주당을 버리고 신당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당에 대한 여러 조사는 대부분 기대감을 반영한 것일 뿐 지지율은 아니다. 이 때문에 선거의 바로미터는 지지율이고, 지지율은 캐치프레이즈만 거창하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