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기록 확보 후 의학 지식 갖춘 전문가 도움받아야

의료사고 소송에서 환자 측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한 의료소송 944건 중 환자 측이 완전 승소한 건 고작 6건(0.64%)에 불과하다. 소송 제기부터 1심 선고까지는 평균 2년 정도가 걸린다. 환자 측이 소액의 배상금과 위자료를 받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정도로 병원과의 싸움은 지난하다.

환자의 완전 승소율이 낮은 이유는 '과실 상계' 때문이다. 법원은 사고 당시 환자 상태나 행동이 조금이라도 치료 효과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하면 배상액을 크게 낮춘다. 따라서 의사 과실이 명백하더라도 그 책임을 80% 이상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의료사고를 당했다면 의료진 과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재빨리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의료사고는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몇 가지 대응 요령을 알려줬다.

첫째, 의무 기록을 확보해야 한다. 병원으로부터 의사 경과기록지, 수술기록지, 간호기록지 등 의무기록을 초기에 받아내야 한다. 사고 후 즉시 기록을 확보하지 않으면 병원이 위조 혹은 변조를 하거나 기록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의료인이나 시민단체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병원은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곳이다. 이곳에선 누구나 '까막눈'이 되기 십상이다. 병원기록이나 병원 측 설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조언자가 필요하다.

셋째, 형사소송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의료사고 기소율은 고작 1~2%다. 형사소송에서 검찰과 경찰에 의학적 도움말을 주는 곳이 바로 대한의사협회다. 동료 잘못을 지적한다는 건 어느 집단에서나 쉬운 일이 아니다.

넷째, 섣불리 부검에 동의해선 안 된다. 의료사고는 일반적인 의문사와 대처법이 다르다. 진료기록이나 사망진단서만으로 원인 규명이 가능함에도 또 다른 변수를 만들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다섯째, 소송보다는 합의가 낫다. 의료사고는 명백한 과실치사와 과실치상 외에는 형사처벌이 드물다. 형사소송에서 병원 측이 무혐의 판결을 받으면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합의나 조정 때도 의료소비자연대와 같은 시민단체, 한국소비자보호원, 의료분쟁중재원, 의료전문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는 게 현명하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