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탈북자 영웅서 간첩으로1심서 간첩혐의 '무죄' "여동생 자백 증거력 없어"검찰, 추가 증거 제출한 후 증거 조작 논란으로 사태 확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4)씨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항소심에서 제출한 증거자료가 위조된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초, 탈북한 여동생이 친오빠를 간첩으로 지목해 세간의 이목을 모은 공안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주인공은 탈북해 남한에 정착한 후 유명 사립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시 공무원으로 취직해 탈북 사회에서 상징적인 인물로 꼽히는 유우성(34)씨였다. 유씨의 여동생인 가려(27)씨가 직접 오빠의 혐의를 증언하고 나서면서 두 사람은 졸지에 '남매 간첩'이 됐다. 하지만 그해 8월 법원이 1심 재판에서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결하면서 대반전이 벌어졌다.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유씨 남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우성은 누구인가

유우성씨가 나고 자란 곳은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다. 유씨는 함경북도 경성군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했는데 탈북 직전까지 회령시의 한 병원에서 준의사(의사보조)로 근무했다. 2004년 3월께 홀로 북한을 탈출해 4월 25일 꿈에 그리던 남한으로 건너왔다. 유씨는 탈북지원금으로 대전에 정착했고, 연세대학교 중문학과를 졸업한 후 한 무역회사에서 일했다. 2011년 6월 탈북자 특채로 서울시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주무관으로 계약직 공무원이 됐다.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모범 정착 사례'로 손꼽혀 유명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곳 생활에 적응해 가던 2011년, 유씨는 여동생 가려씨를 데려 오기로 마음먹었다. 가려씨는 당시 북한을 빠져 나와 중국 연길에 살고 있었다. 2012년 10월 30일 제주공항을 통해 가려씨가 입국했고 유씨는 국정원에 동생의 입국 사실을 알렸다.

남매가 감췄던 비밀

유씨 남매에게는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 있었다. 바로 북한 화교라는 사실이다. 남매는 북한에서 나고 자랐지만 조부와 부모가 모두 한족인 화교다. 따라서 본래 국적은 '중국'이다. 그러나 유씨는 2004년 남한에 넘어올 당시 화교라는 걸 숨기고 남한 국적을 취득했다. 유씨는 여동생에게 남한에 도착하면 화교임을 숨기라고 강조했다.

가려씨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경기도 시흥에 있는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보내졌고, 그곳에서 6개월을 있었다. 가려씨는 "오빠는 남파 공작원으로 2007년 8월, 2011년 7월, 2012년 1월 세 차례 북한에 드나들며 탈북자 정보를 북한 보위부에 넘겼다"고 증언했다.

2013년 1월 국정원은 유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가려씨의 자백 내용을 토대로 '간첩' 혐의가 씌워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유씨가 서울시청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수차례 밀입북하고 탈북자 관련 단체 활동과 공무원 업무 등을 통해 수집한 탈북자 200여 명의 신상정보를 세 차례에 걸쳐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에 전달한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무죄'

2013년 8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는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자 이 사건은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법원은 유씨가 여권법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을 했다고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3,170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에서 유씨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 가려씨가 '허위진술'을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유씨의 간첩활동의 직접적 증거는 여동생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하다"면서 "진술 중 일부는 객관적인 증거와 명백히 모순되고 일관성 및 합리성이 없는 부분도 있는 등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견돼 배척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북한에 직접 가서 보위부의 지령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가려씨는 왜 오빠를 '간첩'이라고 밀고했을까. 유씨를 변호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해 가족을 볼모로 삼아 유씨를 간첩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가려씨를 협박하고 회유해 '허위자백'을 유도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1심 재판이 진행되면서 국정원과 검찰의 공소 사실은 무참히 깨졌다. 유씨가 북한을 드나들었다는 날짜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았고, 가려씨는 직접 나서서 허위자백을 인정했다.

검찰의 반격? 자충수?

검찰은 즉각 항소하며 반격에 나섰다. 유씨가 간첩임을 입증하기 위해 2006년 5월 이후 북한을 드나든 것으로 적혀 있는 출입경기록을 추가 증거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지난 15일 중국 정부가"한국 검찰이 문서를 위조했다"고 공식적으로 알려오면서 사태는 국정원과 검찰의 '증거조작 논란'으로 확산됐다. 또한 검찰이 출입경기록에 첨부한 선양 주재 한국 영사의 증명서(확인서)도 조작됐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의 진위 및 입수 경위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게 됐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애초 유씨를 기소한 국정원은 물론 공소 유지를 담당한 검찰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유씨를 변호하는 민변 장경욱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검찰이다. 국가보안법 12조2항에서는 범죄 수사 또는 정보 직무에 조사하는 공무원의 날조에 대해 엄단 죄질로 특정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 착수에 그칠게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수사에 돌입해서 무고날조죄에 대해 밝히고, 중국 공문서 위조에 대해선 중국의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