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총부리 정관계 인사 겨냥?STX중공업 현 경영진이 검찰에 의뢰하면서 수사사정기관 각종 비리 사실 잡고 그동안 내사 벌여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STX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에 검찰이 들이닥쳤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을 비롯한 전직 임원들의 횡령ㆍ배임 의혹과 관련해서다. 이번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건 STX중공업. 이 회사 현 경영진이 최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일단 수사 대상은 회사 경영상 발생한 문제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그러나 그간 검찰에서 STX그룹 비리와 관련된 내사를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수사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정관계 인사가 얽힌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검찰 STX그룹사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STX남산타워의 STXㆍSTX조선해양ㆍ팬오션과 STX건설ㆍSTX에너지ㆍSTX중공업, 경남 창원의 그룹 전산센터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 자료와 사업 내역,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정밀 분석 작업에 나섰다. 이번 수사는 지난 10일 STX중공업 현 경영진이 강 전 회장을 비롯한 그룹 전 경영진 5명을 거액의 배임ㆍ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STX남산타워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따라서 이번 검찰 수사의 초점은 STX그룹 전 경영진의 배임과 비자금 혐의에 정조준됐다. 먼저 이런 의혹들은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괌 이전공사와 관련된 노동자 임시숙소 건설 및 임대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문제는 시공사인 STX건설이 사업비를 차입하면서 지분관계가 없는 STX중공업에 연대보증을 서게 한 점이다. 이후 STX건설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면서 STX중공업에 186억원의 손실이 생겼다. 이를 두고 STX건설 최대주주인 강 전 회장이 직위를 남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도 불거졌다. 주목할 부분은 노동자 임시숙소의 사업부지를 사업시행사인 '유넥스엔터프라이즈' 참여주주 A씨로부터 사들였다는 점이다. 유넥스엔터프라이즈는 강 전 회장이 지분 70%를 보유한 포스텍이 33%, A씨가 19%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부지 매입대금을 과다 책정한 뒤 차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주체들의 지분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결국 강 전 회장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 STX중공업이 2012년 7월 STX건설로부터 300억원 수준의 기업어음을 매입하는 과정도 수사 대상이다. 또 중국 법인인 STX댜렌이 현지 은행에서 1조5,000억원을 차입하면서 STX중공업이 1,400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 것도 배임 혐의인지 수사할 방침이다.

수사 확대 여부에 주목

재계는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표면적으론 의뢰를 받아 수사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사건이 인지수사를 진행하는 특수부에 배당된 점을 감안하면 강 전 회장 등의 다른 비위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그동안 사정기관 안팎에선 강 전 회장의 각종 비리설이 회자돼 왔다. 특히 해외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이 많았다. STX그룹이 사업을 벌인 대부분 국가에서 빠짐없이 뒷말이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해외의 한 현지 법인을 통해 '가욋돈'을 조성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투자자금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해외 법인을 거쳐 조세피난처로 숨겼다는 주장도 있었다. 여기에 광물 사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인수 단가를 부풀려 리베이트식으로 돌려받았다는 제보도 있었다.

각각의 설에는 회사명부터 비자금 조성 방식, 자금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수 의혹에 대해선 사정기관이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언제든 '판'을 크게 벌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정관계로 파장 가능성

이 경우 파장이 정관계까지 미칠 수 있다. 강 전 회장은 수년간 해외에서 각종 공사를 수주하면서 정ㆍ관계와 유착됐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 왔다. 이런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가 STX그룹이 2009년 수주한 100억달러 규모의 '가나 하우징 프로젝트'다.

당시 이 사업을 두고 정관계 로비 의혹이 나온 바 있다. 이명박정부 실세이던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그 장본인. '다이아 게이트'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원전 납품 비리' 등 굵직한 권력형 게이트 사건에 몸통으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특히 사정기관은 이 사업과 관련해 계약서 작성 후 수백억원의 자금이 사업비 명목으로 해외로 송금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자금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사정기관은 이 자금이 비자금화 돼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까지 검찰은 정ㆍ관계 로비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장은 회사 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관련된 수사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향후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검찰의 칼끝에 강 전 회장의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