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초기 인사참사 이후 끊이지 않는 낙하산 논란각계각층의 비판 이어져전문성 없는 인사가 기관 '부실의 늪' 빠뜨릴 수도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옥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점화됐다. 정부에서 낙하산 방지 대책을 발표한 당일 낙하산 잔치를 벌인 사실이 알려져서다. 사실 이번 정부 들어 낙하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인사참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인 이후에도 뒷말은 반복됐다.

이를 두고 각계각층의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현정부 출범 초 '인사참사'가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정도다. 낙하산 논란에 이처럼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인물이 자칫 공공기관을 부실에 빠뜨릴 수 있어서다.

낙하산 근절 한다더니

"최근 공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이는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한 말이다. MB정부의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한 비판이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노무현정부의 코드인사에 반발해왔다. 제18대 대선 후보 당시 정치쇄신 공약으로도 '낙하산ㆍ회전문 인사 근절'을 내세웠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주요 공공기관장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았다. 동시에 재신임 및 교체 절차를 밟았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벌어진 자연스러운 풍경. 새정부의 국정기조에 수족처럼 움직여 줄 인물을 기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후 인선 작업은 순조롭지 못했다. '나홀로인사'나 '불통인사'라는 날선 비판이 나올 만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 썼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인사참사'를 겪고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인사참사 이후도 낙하산

이후 공공기관장 인사는 한동안 중단됐다 지난해 9월 재개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낙하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대표적인 예다. 최 이사장은 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어 '박근혜 낙하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신임사장도 낙하산으로 분류된다. 이 사장은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행복한 농어촌 추진단장을 맡으며 박 대통령과 관계를 맺었다. 이 같은 인연으로 박근혜정부의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규택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도 친박연대를 창당해 공동대표까지 지낸 바 있는 '성골 친박'이다. 이밖에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등도 낙하산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이다.

이처럼 인사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자 세간에선 '인사참사 시즌2'가 시작됐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그럼에도 낙하산 인사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과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바로 그런 경우다.

방지 대책 세운 날 낙하산

정부가 공공기관 낙하산 방지대책을 내놨다. 공공기관 개혁에 나서려 할 때마다 "공공기관 조직원들을 설득해 개혁에 동참시키려면 정부의 낙하산 인사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는 비판을 받는 현상황에 대한 돌파구라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임원자격기준소위원회'를 만들어 임원 직위별 세부자격 요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인사나 군인 및 경찰 출신 등 비전문인이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되는 관행을 막겠다는 것이다.

제시된 기준은 '5년 이상 관련 업무경력 등 계량화한 임원 자격기준 보유'다. 일각에선 해석의 여지가 넓어 자칫 낙하산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낙하산 관행에 어느 정도 개선의 여지가 생겼다는 부분에 이견은 없었다.

그러나 정부의 진정성엔 금이 갔다. 이날 박 대통령이 이상권 전 새누리당 의원을 전기안전공사 사장에 임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신임 사장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7년 대통령후보 경선대책위원회 인천총괄본부장을 맡아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기재부가 낙하산 방지 대책을 만들고 있는 와중에 청와대는 임명절차를 진행한 셈이다. 이를 두고 각계각층의 비판이 이어졌다. 심지어 일각에선 제2의 인사참사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인물들이 자칫 공공기관을 부실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