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 안갯속… 황우여 뜻 이룰까5선의 황대표 오래 전부터 속내… 서청원 의원도 여전히 유력 인물정몽준·이인제 의원은 '딴 마음'… 계파 안배 이재오·정의화 '물망'

(왼쪽부터) 황우여 대표, 서청원 의원, 정의화 의원.
국회의장의 국가 의전서열은 2위다. 대통령 다음이다. 국무총리보다 돋보이지 않는 데다 정치적 영향력도 크지 않지만 '입법부 최고 어른'이라는 상징성 측면에서도 명예직인 국회의장은 늘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 강창희(68) 국회의장 임기가 오는 5월이면 끝나는데 19대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군이 여전히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차기 국회의장은 박근혜정부 집권 2년 차를 맞아 정책의 완성에 박차를 가하려는 여당과 이를 견제하려는 야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직을 누가 거머쥐느냐에 따라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 나아가 대권 구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명예' 보단 당권 선호?

국회의장은 국회법상 전체 의원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하지만, 사실상 다수당 내부에서 추대된 의원이 당선되는 게 관례다. 여당의 최다선 의원, 혹은 그에 준하는 중진급 의원이 대상이다. 올해는 6월 지방선거, 7월 재보궐선거, 여당 전당대회 등 갖가지 정치 일정이 맞물려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회의장이 되면 당내 권력에선 한발 물러나야 한다. 당적에 관계없이 여야를 아울러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막강한 권력을 지녔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들어서는 매력이 줄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9대 국회부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이 제한된 탓에 정치적 힘이 줄어든 탓이다. 현재 여권에서 거론되는 인사들이 국회의장직보다는 당권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선거, 재보선, 전당대회 등 여권 권력 지형을 바꿀 이벤트가 줄줄이 쌓여 있으니 의원들은 저마다 셈법을 달리하고 있다. 당장 지방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차기 권력지형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여야 일정에 따라 5월로 예정된 국회의장 선출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7선급, 6선급 의원들이 국회의장 대신 다른 선택을 한다면 5선급은 물론 4선급까지 후보군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서청원 의원 선택이 '판' 좌우

차기 국회의장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7선의 서청원(70) 의원이다. 지난해 재보선을 통해 서 의원이 국회에 돌아오자마자 하반기 국회의장을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친박 핵심으로 믿을 수 있는 중진인데다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소통 능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들어 서 의원은 당권 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서 의원 역시 전당대회에 출마할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벌써 전당대회를 위한 조직 정비 작업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은 '서청원-김무성' 대결로 굳어지는 모양새지만, 판이 뒤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당내 권력 재편 과정에서 서 의원이 선택지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최다선인 7선의 정몽준(63) 의원과 6선의 이인제(66)의원은 모두 국회의장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굳힌 모양새고, 이 의원은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속마음 내비치는 황우여 대표

5선의 황우여(67) 새누리당 대표는 현재 가장 국회의장직에 근접한 인사로 꼽힌다. 황 대표는 오래 전부터 국회의장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 대표가 국회의장직을 거머쥐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방선거를 비롯한 정치일정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황 대표의 대표직 임기는 5월까지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현 지도부가 6월 지방선거를 맡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황 대표가 지방선거까지 당을 이끌 경우 국회의장직은 멀어진다.

지방선거 출마 압박도 변수다. 황 대표는 이른바 '중진차출론'에 따라 인천시장 출마를 당 안팎으로부터 권유 받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인사들 중 경쟁력을 가장 높게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시장은 3선이면 출마할 만하다"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김무성ㆍ이재오ㆍ정의화 변수?

새누리당 내 5선 의원에는 황 대표 외에 김무성(63), 이재오(66), 정의화(66) 의원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 19대 총선 이후 친박계가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국회의장 역시 친박계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측면이 있다. 입법부 수장으로 국회를 통솔하는 국회의장은 행정부의 수장인 청와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심(朴心) 논란이 재연돼 친박 독식 문제가 불거지면, 국회의장직에도 계파나 지역 안배 요구가 있을 수 있어 변수로 꼽힌다김 의원은 한때 친박 좌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당에서 친박계와 비박계 간 계파 갈등이 불거지면서 박 대통령과 상관없이 친박 주류와 갈등을 빚고 있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차기 당권에 도전할 뜻을 밝힌 만큼, 당권에 도전한 후 차기 대권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국회의장에 뜻을 두진 않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과 거리가 가장 멀다. 친이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박근혜정부 출범 후에도 정치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왔다. 정 의원 역시 친이계 인사로 2012년 4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돈봉투 사건'으로 물러났을 때 임시 국회의장을 맡은 바 있다. 정 의원은 비주류인데다가 의원들 사이에 지명도가 높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