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주력 산업 자리바꿈 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대 그룹이 영위하는 주력산업은 지난 12년간 큰 폭으로 변화해 왔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 공장에 설치한 산업용 로봇. 현대중공업 제공
어느 회사나 주력으로 삼는 산업은 있게 마련이다. '삼성그룹=삼성전자=휴대폰, 반도체', '현대차그룹=현대자동차ㆍ기아자동차ㆍ현대모비스=자동차ㆍ자동차부품', 'SK그룹=SK이노베이션ㆍSK텔레콤=정유ㆍ통신' 등 그룹 이름만 대도 자연스레 주력 계열사와 주력산업이 함께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요 그룹의 주력산업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1대 주력업종의 경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2, 3대 주력산업의 경우 순위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10대 그룹의 주력산업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한국경제연구원은 '2013년도 30대 기업집단 통계분석'을 통해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0대 그룹의 주력산업 순위가 어떤 변동과정을 거쳐 왔는지 매출액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집중의 삼성, 분산의 현대차

삼성그룹의 경우 2001년에서 2002년까지는 ①전자부품ㆍ컴퓨터ㆍ영상ㆍ음향ㆍ통신장비, ②도매 및 상품중개업, ③보험 및 연금업의 매출구성순위를 유지했으나 2003년부터는 보험 및 연금업이 2대 주력업종으로 도매 및 상품중개업과 자리바꿈했다. 삼성화재가 약진한 반면 삼성물산, 아이마켓코리아 등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아이마켓코리아를 2011년 말 인터파크에 매각한 이상 삼성그룹 내 도매 및 상품중개업의 위상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매출 구성비의 크기 측면에서는 세계시장에서 반도체와 휴대폰의 선전에 힘입어 1대 주력업종인 전자부품ㆍ컴퓨터ㆍ영상ㆍ음향ㆍ통신장비의 매출구성비가 대폭 성장한 점이 눈에 띈다. 2001년 33.2% 수준이었던 해당 업종의 매출구성비는 2005년 49.8%로 2012년에는 59.2%로 늘어났다.

현대차그룹의 경우에는 2001년에서 2009년까지는 ①자동차 및 트레일러, ②1차금속, ③금융업의 순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0년 종합건설업이 금융업을 대신해 3대 주력업종에 포함된 이후 2012년까지 ①자동차 및 트레일러, ②1차금속, ③종합건설업 순으로 매출 순위가 유지되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로 그룹 내 종합건설업의 위상이 커진 것이다.

삼성그룹과는 상반되게 현대차그룹의 1대 주력업종인 자동차 및 트레일러의 매출구성비는 2001년 85.9%에서 2005년 78.5%, 2012년 61.8%로 점점 낮아졌다. 그만큼 매출처가 다각화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반면, 2대 주력업종인 1차금속의 매출비중은 2001년 10.3%에서 2008년 17.5%로 높아졌다가 2012년 13.6%로 다시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변동폭 가장 큰 SK

SK그룹은 2001년에서 2003년까지는 ①도매 및 상품중개업, ②전문서비스업, ③통신업의 주력업종 순위를 유지하다 2004년에서 2010년에는 ①전문서비스업, ②도매 및 상품중개업, ③통신업으로, 2011년에서 2012년에는 ①코크스ㆍ연탄 및 석유정제, ②도매 및 상품중개업, ③화학업으로 각각 3대 주력업종이 변화됐다. 10대 그룹 중에서도 가장 큰 폭으로 변화한 셈이다. 또한,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로 SK그룹의 주력업종 지도는 또 한 번의 큰 변동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도매 및 상품중개업이 1대 주력업종이었던 2001년을 제외하고는 전자부품ㆍ컴퓨터ㆍ영상ㆍ음향ㆍ통신장비업이 부동의 매출 1위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가 주력 계열사로서의 역할을 잘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2대 주력업종으로는 GS그룹이 계열분리되기 전인 2002년에서 2003년에는 코크스ㆍ연탄 및 석유정제가, 2004년부터는 화학이 부동의 자리를 지켰다. 2004년에서 2010년까지는 도매 및 상품중개업이었던 3대 주력업종은 2011년부터 통신업으로 바뀌었다. 4G LTE 시장이 열리며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LG유플러스를 염두에 둘 때 통신업이 2대 주력업종으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2001년에서 2012년까지 12년의 분석기간 중 소매업이 부동의 1위 주력업종이었다. 유통공룡으로서의 위상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2대 주력업종과 3대 주력업종으로는 숙박업과 식료품이 각각 매출 2위 및 3위였던 2001년을 제외하면, 종합건설업과 화학업이 연도별로 순위다툼을 했다. 2002년에서 2008년에는 종합건설업이, 2009년에서 2012년에는 화학이 2대 주력업종의 자리를 지켰다.

육해공 운송업이 1~3위 차지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기타운송장비업은 2009년까지 그룹 매출의 90%를 웃도는 부동의 1대 주력업종이었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컸다는 의미다. 해당 업종은 현대오일뱅크의 인수로 코크스ㆍ연탄 및 석유정제업이 2대 주력업종으로 부상한 2010년 이후에도 매출 비중 50%를 상회하는 1대 주력업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대 및 3대 주력업종으로는 2008년까지는 금융업과 금융 및 보험관련 서비스업, 컴퓨터 프로그래밍ㆍ시스템통합 및 관리업이 1% 미만의 낮은 매출비중으로 순위다툼을 했다. 2009년에는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함에 따라 도매 및 상품중개업이 9.1%의 매출비중으로 2대 주력업종으로 부상했으며 2010년에는 현대오일뱅크의 인수로 코크스ㆍ연탄 및 석유 정제업이 도매 및 상품중개업을 3위로 밀어내며 2대 주력업종이 됐다.

GS그룹은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코크스ㆍ연탄 및 석유 정제업이 부동의 1대 주력업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GS칼텍스가 그룹 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2대 및 3대 주력업종으로는 2008년까지는 소매업과 도매 및 상품중개업, 전기ㆍ가스ㆍ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이 순위 다툼을 했으나 2009년에서 2012년에는 ②종합건설업, ③소매업의 매출비중 순위를 나타냈다.

한진그룹은 '수송보국' 정신을 강조하는 회사답게 육해공의 운송업이 1~3대 주력업종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으로 대표되는 항공 운송업이 부동의 1대 주력업종 자리를 지켰고 2대 주력업종은 2008년까지는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 2010년에서 2012년 중에는 수상운송업이었다. 업종별 매출 3위는 2009년 이전에는 창고 및 운송관련 서비스업이, 2010년 이후에는 수산운송업에 의해 3위로 밀려난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이 각각 차지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