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로 키운 뒤 매각차익 거둬서영이앤티 자회사 서해인사이트, 같은 건물의 키미데이타에 매각100% 일감몰아주기로 덩치 키워 2년 만에 400% 매각차익 주머니로양사 회장 간 암묵적 합의 있었나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인 서해인사이트의 매각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진은 서울시 서초동에 위치한 하이트진로그룹 본사. 주간한국 자료사진
의 석연찮은 계열사 매각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회장 일가가 지분의 99.91%를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100% 자회사로 사실상의 가족회사인 데다 그동안 그룹 차원의 일감몰아주기로 성장시킨 후 적지 않은 매각차액을 거둔 점이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당 계열사를 매입한 상대회사의 경우 사업연관성이 전혀 없는 데다 현재 하이트진로그룹과 같은 빌딩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큰 의혹을 양산하고 있다.

400% 매각차익 거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그룹의 주류기자재계열사인 서영이앤티는 지난 13일 업무대행 용역업체 서해인사이트의 지분 100%(10만주)를 키미데이타에 매각했다. 주당 2만5,000원으로 전체 매각대금은 25억원이었다.

2012년 1월 서영이앤티에서 100% 출자해 설립한 서해인사이트는 두 달 뒤에 하이트진로그룹에 편입됐다. 서해인사이트의 지분 100%에 대한 취득원가가 5억원임을 감안할 때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400%에 달하는 매각차액을 거둔 셈이다.

일감몰아주기 후 매각차익 거둬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
흥미로운 점은 서해인사이트가 그동안 그룹 차원의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해왔다는 점이다. 설립 첫해인 2012년 서해인사이트가 올린 매출은 71억3,800만원이다. 그중 57억2,700만원은 서영이앤티와의, 14억1,100만원은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로 올렸다. 사실상 매출 100%가 일감몰아주기로 달성된 것이다. 양사와의 계약이 모두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된 점,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서해인사이트가 올린 매출 또한 대부분 내부거래로 올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마디로 일감몰아주기로 급격히 덩치를 키운 회사를 팔아 매각차익을 거둔 셈이다.

물론 서영이앤티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한 것이니만큼 서해인사이트의 매각대금이 고스란히 박문덕 회장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단순히 서영이앤티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서영이앤티가 사실상 박 회장의 가족회사임을 염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서영이앤티의 최대주주는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전무로 지분 58.44%를 갖고 있다. 차남 박재홍씨와 박 회장이 각각 21.62%, 14.69%를 보유, 2, 3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회장의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이 보유한 5.16%까지 합하면 총수일가가 지니고 있는 지분이 무려 99.91%에 달한다. 사실상 가족회사나 다름 없다. 내부거래를 통해 2012년 당기순이익을 전년대비 5,100% 이상 불린 서영이앤티인 만큼 서해인사이트의 매각대금까지 더한 후, 2014년 회계연도 배당규모를 키워 박 회장 일가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의 두 아들이 1, 2대주주를 맡고 있는 서영이앤티가 향후 하이트진로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서영이앤티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여러 단계의 계열사 인수와 분리를 통해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7.66%를 확보했다. 우회승계를 통해 하이트진로그룹의 후계체제를 뒷받침할 계열사이니만큼 이번 매각이 주는 함의는 결코 적지 않다.

인수 이유 없는데 왜?

한편, 서해인사이트를 매입한 키미데이타와 하이트진로그룹 간의 석연찮은 관계도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1978년 5월 설립된 키미데이타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희열 키미데이타 회장(52.67%)과 이지우 키미데이타 대표(39.33%)를 포함한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키미데이타가 서해인사이트를 인수한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경비 등 업무대행 용역업체인 서해인사이트와 IT업체인 키미데이타는 사업연관성이 전혀 없다. 또한, 서해인사이트가 하이트진로그룹과의 내부거래가 없이는 사실상 존속 자체가 불가능한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키미데이타의 인수목적은 더욱 모호하다.

이와 관련, 키미데이타의 본사가 서울시 서초동 하이트진로빌딩에 위치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키미데이타의 서해인사이트 인수배경에 이희열-박문덕 회장 간의 암묵적 합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재계 일각의 지적이 비중있게 들리는 이유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