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心 타고 '통일 대박' 터트린다'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바탕위에 '비전코리아 프로젝트' 등 추진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문화 제반 민간 전문가들 참여할 것민간 유력 인사 벌써 '하마평'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지난달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 이곳(통일준비위원회)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인 25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일준비위)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꺼낸 통일준비위는 연초 제시한 '통일대박'의 화두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기구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연장선상으로 보면 된다"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한국의 경제적 대도약을 이루기 위해서 나온 것이고, 통일주비위 구성은 그 연장선에서 한반도의 또다른 대도약을 이뤄내기 위한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통일준비위 신설이 예정되면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 기구가 어떻게 구성되며, 주역할은 무엇이며, 유관기관들과의 관계 설정 등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이 왜 통일준비위 설치를 구상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의 통일준비위 구상은 '통일(기반조성)'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둬 온 데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년 국정운영의 상당 부분을 남북관계 개선에 집중했다. 집권 초기 박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해외 순방을 많이 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박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자주 언급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비전코리아 프로젝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등은 그러한 연장선에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 정책은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의 '유훈(遺訓)'과도 관련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집권할 당시, 국토통일부에 남북회담사무국을 별도 설치하고, 남북 대화의 창구인 남북조절위 등을 발족시켜 여러 차례의 남북회담을 하면서 '7ㆍ4 남북 남북공동선언문'을 합의한 바 있다. 박정희 대통령 주변에서 일했던 측근 원로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궁극적인 '꿈'은 '통일'이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를 구상한 것은 그간 통일 관련 기관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질타이기도 하다. 이들 기관들은 북한과 실질적인 대화를 하지 못했고 '강 대 강'으로 대립하거나 끌려다니는 게 고작이었다. 심지어 민간 쪽에서는 "통일부, 국정원 등이 오히려 통일을 방해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통일부는 2월25일 박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통일준비위를 발표할 때까지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몰랐던 것으로 알려져 향후 위상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한편, 기존의 대북 정책이 정부 주도로 입안, 추진되다 보니 '밀실 추진' 논란에 자주 휩싸였고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해 '남남갈등'을 유발한 측면도 통일준비위 구상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렇듯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를 구상한 배경을 종합하면 앞으로 구성원의 성격과 역할(활동범위), 유관 기관과의 관계도 윤곽이 잡힌다.

구성원의 경우 위원장과 주요 위원들은 민간 인사들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에서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담화 발표 직후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서는 "민간단체, NGO 할 것 없이, 필요하면 외국 NGO까지도 도움을 받겠다"고 밝혀 그같은 가능성을 높였다.

일각에서는 통일준비위 위원장으로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의장, 남북 경협에 이바지해 온 CㆍK씨 등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벌써 여러 사람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통일준비위의 역할과 관련, 단순한 의견 수렴 기구가 아닌 실질적인 실행 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가) 국민적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구체적인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역할이 중복될 수 있는 통일부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의 관계에서 통일준비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의 활동과 관련 " 외교ㆍ안보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제반분야"라고 밝혀 활동분야가 광범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실을 고려해 '경제' 쪽에 무게가 주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도 당초엔 남북 경협 등 경제적 측면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가 최종본에서 범위가 확대됐다. 박 대통령이 "통일은 우리나라 경제 재도약에 큰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한 것이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비전코리아 프로젝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등의 기반도 '경제'이다. 통일준비위가 추진하는 경제는 북한의 현실을 감안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통일준비위의 프로젝트가 보다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남북한에 머물지 않고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 초 남북한을 축으로 러시아와 연계해 동북아를 공동 발전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동북아그랜드플랜'을 처음 제시한 장석중 (주)극동러시아개발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준비위 구상은 매우 바람직한 일로 이것이 더욱 효과를 나타내려면 남-북-러시아 3국이 연계된 종합경제 프로젝트가 추진되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북한의 부당한 영향력을 줄이고 남북경협의 효과도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주장이다.

'동북아그랜드플랜'의 핵심 내용은 남-북-러를 잇는 경연선(서울-연해주), 38선하(휴전선 접경지역-경연선), 간도선하(신의주-혜산-청진-경연선) 등 교통망을 축으로 남한에는 제2 개성공단에 해당하는 해외동포공단을 조성하고, 북한의 동북지역을 개발하는 한편, 극동러시아 연해주, 사할린, 쿠릴열도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발표한 DMZ 내 평화공원 조성, 동북아개발은행 출범, 한ㆍ러 양국이 합의한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의 내용은 '동북아그랜드플랜'에 대부분 담겨 있다.

박근혜정부 집권 2기 국정운영은 '새로운 남북관계', '동북아질서의 재편'에 초점이 맞혀질 전망이다. 통일준비위는 그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향후 통일준비위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종진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