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책임론 불거져유족들, "언론플레이로 '사고 책임 당사자→사람구한 영웅'으로 둔갑" 경찰 조사 주저ㆍ보상 문제 난항, 유족들 "도저히 못 봐주겠다" 통한의 울분

붕괴참사로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경주 마우나리조트의 체육관 모습과 최양식 경주시장(작은 사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참사에 대한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경찰은 관련 책임자들을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경찰의 사법처리를 검토 중인 이들은 리조트 관리와 건설에 관계자들이다. 하지만 피해자 유족들과 더불어 일부에서는 "부실건물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건물인허가를 내준 경주시가 1차적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리조트 붕괴 당시 사고 현장에 달려가 인명 구조작업을 벌인 최양식 경주 시장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고 이것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두고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고도의 언론플레이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유가족들을 비롯해 리조트 붕괴사고 피해자들 사이에서 "최양식 시장이 현장 구조 활동을 벌인 것과 리조트 인허가 관련 실무 총책임자로서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시위진압과정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용산참사를 떠올려 보면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에 최 시장은 책임당사자임에도 인명구조 활동으로 책임 사정권에서 비켜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권 실세와 절친 최양식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건립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리조트측이 체육관 지붕 제설작업을 하지 않아 붕괴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재확인됨에 따라 경찰은 이르면 다음 주에 관련자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수사본부(본부장 배봉길 경북경찰청 차장)는 지난 28일 경주경찰서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 "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관련 업체 5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리조트측이 지붕 제설작업을 하지 않아 많은 인명피해를 낸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설계, 시공, 감리상에 문제가 많은 부실공사로 드러남에 따라 과학적 검증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 책임자들을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사법처리 대상자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및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보강 수사 등을 거쳐 어느 선까지 처벌할지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설계와 관련, 당시 건축구조기술사가 서울에 근무하며 설계 구조도면과 구조계산서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강구조물 제작업체가 임의로 확인 도장을 찍은 사실을 밝혀냈다. 건축구조기술사는 구조계산서 검토비 명목으로 강구조물 제작업체로부터 매달 250만원을 받고 도장을 맡겨둔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사가 설계도면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 건축구조기술사의 확인을 받거나 협의해야 함에도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보조기둥 바닥의 볼트를 4개에서 2개로 변경한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경주시청에 대한 본격 수사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청의 인허가 문제나 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병행 중이나 현 단계에서는 건물에 대한 일차적인 문제부터 조사한 뒤 시청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경주시청 조사에 조심스러운 눈치다. 최 시장이 현 정권 실세와 매우 가까운데다 오는 6ㆍ4지방선거에 출마하기 때문이다. 이번 중간수사 결과를 보면 경주시청에 대한 조사내용이나 문제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시공사 시행사 등 건설업자에 대한 잘못만 들춰지고 있다.

심지어 최 시장은 건설사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등 피해자 대열에 합류한 분위기다. 최 시장은 사고와 관련해 해당 그룹인 코오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시장은 지난21일 오후 경주시청에 열린 '마우나리조트 사고 수습 상황 보고'에서 "코오롱 같은 대기업이 조립식 건물을 지어 장사를 해 왔다는 것이 어이가 없다"며 "눈도 안치우고 장사에만 신경 써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유가족들 사이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이 영웅노릇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사고 직후 언론보도를 보면 최 시장 측근의 기민한 대응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일간지 등에는 최양식 경주시장 인명구조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보도돼 있고 심지어 일부 언론은 이를 훈훈한 미담으로 포장해 보도하고 있다. 당시 신문 기사를 보면 최 시장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뛰어 들어가 여학생을 구조한 당시 상황과 시간 등이 매우 상세히 나와 있다.

피해자들 "경주시 책임져야"

피해자들을 비롯한 일부에서 경주시 책임론이 부상하자 경주시는 최 시장의 활약(?)을 등에 업고 사고 책임에서 발뺌하려는 태도를 취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단 경북 경주시는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허가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사고가 난 건물을 2009년 6월 체육관 시설로 허가한 뒤 같은 해 9월 사용 승인을 내 줬다"며 "적법 절차를 거쳐 허가한 건물로서 시공부터 준공검사까지 아무 문제가 없어 사용 승인을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적법하게 허가를 받은 건물의 지붕이 폭설로 쌓인 눈 무게 때문에 붕괴했다는 게 경주시의 결론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고 난 마우나오션리조트가 행정구역상 경주시에 속하지만 거리나 시간상으로 행정 사각지역에 있어 평소 경주시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고건물 면적이 1,200㎡로 현행법상 안전관리 대상 기준 면적인 5천㎡ 이상에 미치지 못해 2009년 이후 5년 동안 단 한 번도 안전 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경주시가 건물을 방치한 채 수수방관해 온 것일 수 있다는 추론과 연결된다.

또 경주시가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이후 뒤늦게 점검대상 제외 건물까지 포함한 안전점검에 나서 '사후약방문'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주시는 이번 리조트 붕괴 사고를 계기로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관내 유사시설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에 나섰다.

대상은 PEB공법으로 지은 연면적 1,000㎡이상의 공장 창고 985개와 강당, 체육관, 다중이용시설, 물류창고, 500㎡ 이상의 중소형 마트 등 모두 1,087개소다.

이 가운데 공장창고 985개소는 자체적으로 점검을 벌이도록 하고, 나머지 102개소는 공무원들이 직접 지붕 제설상태와 건물주변 지반침하, 균열 등을 점검해 보수·보강 및 사용중지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안전관리 대상은 5,000㎡ 이상이지만 시는 이번에 1,000㎡ 이상으로 확대했다. 바꿔 말하면 경주시는 이 같은 관리를 사고가 나기 전에 했어야 하지만 뒤늦게 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경주지역에는 최근 1주일간 폭설이 내렸지만 읍면동 별로 도로 제설작업에 치중하고 관내 취약 시설물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독려나 지도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가 난 체육관도 안전진단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가 리조트 측에만 맡긴 채 손을 놔 결국 사고를 불러 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최 시장이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무려 10명의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는데, 시장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홍우기자 l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