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살려야 국가경제도 산다전세계적으로 제조업 중요성 부각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국가 차원에서 제조업 R&D에 힘써"범부처 대응전략 마련해야" 지적도

제조업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강조되고 있다. 사진은 기아차 조지아 공장 소렌토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 기아자동차 제공
미국의 출구전략 추진에 따른 금리 상승, 신흥국 금융 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상대적으로 제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경쟁력의 기수가 되는 제조업체들이 재계 전면에 포진해 있는 우리나라도 연구ㆍ개발(R&D)을 통한 제조업 능력 향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하자' 보고서를 통해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처럼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차원에서 힘 실어

금융자본주의로 인한 모순이 드러나면서 산업자본주의의 기반이 되는 제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여실히 드러난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기업의 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위한 R&D에 대해 오히려 정부가 나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OECD 국가 전체적으로 2007년까지 약 7% 수준에 머물렀던 기업 R&D 지출에서 차지하는 정부 비중이 2008년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R&D 분야 중에서도 제품 및 제조공정과 관련된 산업생산기술 R&D는 타 부문보다 특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인 2005~2008년 대비 2009~2012년 동안의 정부 전체 R&D는 8% 증가했고 그 중 산업생산기술 R&D는 63%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제조업 R&D 강화 왜?

그렇다면 주요 선진국들이 제조업 R&D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중국 등 선진 개도국의 제조기술 경쟁력이 강화되며 상대적으로 제조 리더십이 약화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국제경영개발원에 선정한 국가경쟁력 순위로 나타나는 중국의 위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은 기술인프라에서 2001년 47위에서 2013년 20위로 상승했고 과학인프라가 동기간 26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이러한 결과로 1997년 이후 첨단제품의 전세계 수출 비중도 급변했다. 일본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미국은 감소 후 정체했으며 독일은 간신히 현상 유지한 반면, 중국은 1997년 8%에서 2010년 24%로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은 4%에서 5%로 소폭 늘었다.

무선인터넷 등 IT 네트워크 기술의 진전과 3D 프린터 등 3D 기술을 활용한 신공정 기술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IT 기기 및 서비스를 활용해 지역적 제약 없이 신제품을 개발하고, 무선인터넷 기술을 설비에 적용해 공장의 스마트화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3차원 프린터 등을 활용해 저비용, 단기간 제조뿐만 아니라 맞춤형 제조까지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결합한 고부가 융합 제품으로 변화하며 제품 기술 확보가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은 주력 핵심 제품을 대상으로 한 고부가융합 제품 개발에 나서면서 제조 기능을 인소싱으로 전환하고, 부족한 기술을 자체 개발하거나 M&A 등으로 확보하고 있다.

선진국 공통된 정책 눈에 띄어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독일, 일본은 저마다 제조 부문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신규 정책비전과 실행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들 정책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는 R&D 대상을 제품 핵심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공정 기술 혁신을 통한 제조시스템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기존 제품과 공정을 혁신하기 위해 신재료, 에너지 절감 기술, IT기술 등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삼국 모두 제조 기술 고도화를 목표로 하는 신규 기본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촉진할 제도적 인프라를 신설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은 '국가 첨단제조방식 전략 계획', 독일은 'High-Tech Strategy 2020' 및 'Industrie 4.0', 일본은 '일본산업재흥플랜'으로 명명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 독일, 일본은 개별부처별로 진행돼왔던 데에서 탈피하고 주로 범부처(multi-agency) 방식으로 추진, 이를 지원할 법ㆍ제도ㆍ조직 등 촉진 인프라를 신설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범부처 대응 전략 필요

주요 선진국들의 제조업 R&D 강화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대경제연구원은 "제조업 주도국 실현을 목적으로 범부처 대응의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부전략으로는 네 가지를 꼽았다. 우선, 차세대 제조 시스템의 확보를 목표로 국가 차원의 R&D 정책을 수립해 양적 성장과 질적 고도화를 지향해야 한다. 또한, 제조업의 R&D 투자 확대를 촉진하고 혁신 활동을 강화하는 정책도 요청된다. 다음으로 범부처 추진 성격의 국가 프로젝트 관리, 규제 해소 및 개발 기술 보호 등 신기술 개발 촉진을 위한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수 이공계 인력 양성, 퇴직 기술자 활용을 중심으로 한 제조 부문의 우수 인력 확보 및 활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홍우기자 l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