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로 대권 승계 위한 ‘총알’ 마련?

한국타이어그룹 3세들이 현금 마련에 양팔을 걷었다. 자신들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몰아주는 일감을 늘리는 방법을 통해서다. 대부분 재벌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과 상반된 행보다.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선 그 이유가 경영권 승계와 적지 않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세대로부터 ‘지휘봉’을 물려받기 위한 ‘총알’ 마련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 승계 작업을 진행할 경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개인회사에 일감 몰빵

한국타이어그룹 3세들이 현금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이 상당수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을 통해서다. 대표적인 회사가 신양관광개발. 건물 임대ㆍ관리업체인 신양관광개발은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먼저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이 회사 지분 44.12%와 32.6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장녀 희경씨가 17.35%, 차녀 희원씨가 5.88%를 소유하고 있다.

신양관광개발의 매출 99% 이상은 ‘집안’에서 나왔다. 2012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에서 각각 16억9,400만원과 2억1,800만원 등 총 19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계열사에 매출 전부를 의존하고 있어 사실상 자생력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전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신양관광개발이 공시를 시작한 2004년 13억9,600만원을 비롯해 ▦2005년 14억2,800만원 ▦2006년 14억7,400만원 ▦2007년 15억1,600만원 ▦2008년 16억1,400만원 ▦2009년 15억5,600만원 등의 매출이 모두 그룹에서 나왔다.

신양관광개발은 지원사격에 힘입어 올린 매출을 꾸준히 주식시장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노려왔다. 그룹 계열사인 FWS투자자문을 통해서다. 이 회사 역시 조현범 사장이 지분 5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최근 투자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신양관광개발의 지난해 8월1일 공시를 보면 FWS투자자문 투자일임액은 211억6,5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19일 공시에선 총 450억원 투자일임하고 있다.

회사 인수 뒤 내부거래

이외에도 한국타이어 오너가는 ‘자금줄 회사’로 통하는 엠프론티어를 통해 지갑을 불리고 있다. 시스템통합업체(SI)인 이 회사는 조현식 사장(28%)과 조현범 사장(28%), 조희경씨(14.01%) 등이 모두 70.01%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2009년 261억2,100만원이던 내부거래 액수는 ▦2010년 302억6,500만원 ▦2011년 364억7,200만원 ▦2012년 471억3,400만원 등으로 크게 늘어났다.

아예 회사를 인수해 일감을 몰아주기도 했다. 타이어 몰드 업체인 MK테크놀로지가 바로 그 회사다.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은 2011년 각각 20%와 29%씩을 지분을 출자해 MKT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MK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MKT홀딩스는 MK테크놀로지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이들 두 형제가 MKT홀딩스를 통해 MK테크놀로지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MK테크놀로지는 오는 4월1일 MKT홀딩스를 흡수합병할 계획이다. 이 경우 형제가 이 회사를 직접 소유하게 된다.

주목할 대목은 인수 이듬해인 2012년 이 회사는 482억원의 매출액과 1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점이다. 2011년 매출 354억원과 영업이익 20억원과 비교해 각각 36.16%, 545% 폭증한 수치다. 그룹 계열사가 매출의 45% 가량을 책임져준 덕분이다.

경제민주화 역행 비판

오너가의 이런 행보를 두고 재계에선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경제민주화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재벌기업들이 내부거래율를 줄이기 위해 거래를 축소하거나 계열사를 매각하는 현상황과 정반대 행보를 보인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타이어 오너가가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원인을 두고 재계에선 경영권 승계와 연관짓는 시선이 많다.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한 행보라는 견해다. 조 회장이 올해 76세의 고령인 까닭에 이런 주장엔 더욱 무게가 실린다.

실제 한국타이어그룹은 2012년부터 승계 작업을 준비해왔다. 이를 위해 한국타이어에서 인적분할해 예비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를 출범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부터 한국타이어 지분을 4.6%에서 25.0%로 크게 늘렸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다.

지주사 전환과 동시에 주식스와프를 통해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란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15.99%에서 23.59%로 늘렸다. 본인이 직접 지주사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셈이다.

현재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 19.32%과 19.3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대권’ 승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접어든 셈. 향후 승계를 위한 지분 인수나 증여세 등에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식스와프를 통한 경영권 승계 방식은 불법은 아니지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편법 승계 논란의 여지가 크다”며 “정상적인 승계를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방법으로 내부거래를 택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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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