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파…증권맨들 “나 지금 떨고 있니”

최근 증권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불황의 늪에 빠진 여의도 증권가에 살을 에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당장 지난해 말 SK증권와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TB증권 등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최근엔 증권업계 ‘알짜회사’로 통하던 부국증권마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전망은 밝지 않다. 올해도 불황이 이어지리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지점이나 인원을 줄이는 증권사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대형사들의 구조조정설이 파다하다. 소문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아직까진 버티고 있지만 머지않아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증권업계 최악이 보릿고개

증권업계가 최악의 보릿고개를 나고 있다. 2013 회계연도(4월~12월) 기준으로 국내 62개 증권사가 1,0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 7,877억원을 거뒀는데 올해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증권사가 적자를 낸 건 2002 회계연도 이후 10년만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강한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특히 수익기반 다각화에 성공하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증시 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 건 지난해 말부터다.

중소형사 일제히 구조조정

KTB증권은 지난해 10월 2008년 출범 이후 첫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리테일 및 IT 인력이 주 타깃이었다. 이를 통해 500여명의 전체 직원 중 20%에 해당하는 1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앞서 NH증권도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을 중심으로 감원 작업을 벌였다.

한화투자증권도 지난해 12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당초 1,600여명의 인력 중 최대 450명을 구조조정하는 안 등을 검토해왔다. 그 끝에 총 350명의 희망퇴직자를 전원 퇴직조치했다. 같은달 SK증권도 200여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신한금융투자도 희망퇴직을 논의 중이다. 이 회사의 경우 직원들이 먼저 희망퇴직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대투증권도 올해 중에 구조조정에 나선다. 지난해 9월 기준 113개이던 지점 수를 80여개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급기야 최근 혹독한 업황에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보여 온 부국증권마저 구조조정에 나섰다. 부국증권은 최근 내부적으로 정규직 약 130명 중 35%에 달하는 45명 가량을 구조조정 하는 안을 마련해 희망퇴직 신청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사 구조조정설 파다

대우ㆍ삼성ㆍ우리투자ㆍ한국투자ㆍ현대증권 등 대형증권사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비용절감 차원에서 임원 수 축소, 지점 통폐합 등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진 일반 직원을 상대로 한 희망퇴직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증권가에 불어 닥친 있는 인력 구조조정 바람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업계에 울려 퍼지면서 일각에선 대형사들도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증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에 이어 최근 다시 한 번 구조조정설에 휘말렸다. 소문은 구체적이다. 희망퇴직 형태로 과장·대리급 직원 500여명을 내보내고 10여개 안팎의 지점을 통폐합할 것이란 게 주된 내용이다.

현대증권의 구조조정설도 돌았다. 지난해 말부터 삼일회계법인에 비용감축을 위한 컨설팅을 의뢰하면서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안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현대증권이 다양한 방안을 통해 700명을 감축할 방침이라는 뒷말이 돌았다.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워낙 업황이 어렵다보니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도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다보니 업계에선 구조조정과 관련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사의 구조조정설이 단지 소문에 그치지 않으리란 견해도 적지 않다. 지난해 대형사들이 거둔 수익을 보면 이런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실제 2013년 회계연도 기준 삼성증권의 당기순이익은 110억원으로 전년의 1,637억원에 비해 93% 급감했다.

삼성증권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현대증권은 3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도 전년보다 55% 줄어든 839억원을 기록했고, 우리투자증권 당기순이익(160억원)도 81%나 감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실적 악화를 고려하면 대형사들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추진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며 “현재 증권가에 불고 있는 인원감축 바람은 조만간 대형사들로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hankooki.com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