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안철수 '투톱' 앞세워 민주당 최대계파 '친노'와 맞짱당내 입지 약했던 김한길 대표 '안철수 카드' 잡고 전세 역전친노계 진영 당분간 상황 주시… 지방선거 끝난 후 반격 나설 듯야권세력 재편과정 '불꽃' 튈듯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1월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있은 상임고문단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고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경우도 드물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신당 창당에 합의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패한 야권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대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와 여당에 맞서 야권으로의 주도권을 찾겠다는 선전포고 이기도 하다. 야권이 통합신당으로 새로운 출범을 예고하면서 여야의 정면 승부도 양보없는 전쟁이 될 전망이다.

한편 민주당은 통합신당으로의 변신에 앞서 친노(친노무현)와 비노 진영은 변혁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신당의 한 축인 새정치연합의 지분 확보 문제는 이미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신당의 당권을 쟁취하기 위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 가운데 야권 세력 구도 재편이 주목 받고 있다.

비노의 반격

민주당 내 친노-비노 진영의 세력 분포는 6대 4정도다.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그룹이 40여명, 이해찬 의원 등 친노 원로 그룹이 5명, 정세균 의원이 주축이 된 범친노 그룹이 19명이다. 비노진영은 김한길계 11명, 손학규계 12명, 박지원계 5명, 고 김근태계 17명 등으로 볼 수 있다.

세력 다툼이 치열한 만큼 친노 진영과 비노 진영의 갈등의 골은 깊다. 최근 친노 강경파 정청래 의원과 비노 강경파 조경태 의원의 입씨름은 계파간 갈등이 수습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지난 달, 정 의원이 "지금 당 지도부 얼굴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고민 된다"며 '문재인 구원 등판론'을 거론했다. 그러자 일주일 뒤 조 의원은 "지금이라도 문재인 의원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문재인 책임론'을 주장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오른쪽)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새정치연합 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비노 대표주자인 김한길 대표는 당의 1인자지만 취임 이후 일부 친노 강경파들에 휘둘려 '존재감이 없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뼈를 깎는 혁신'을 주장하며 민주당의 쇄신을 외쳤던 김 대표는'노골적으로 친노를 배척한다'는 불만이 높아 좀처럼 당이 융합되지 않았다. 급기야 임기가 1년이 넘게 남아있음에도 '조기 전당론'이 불거지면서 대표 자리를 위협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안철수카드'를 내밀면서 보란 듯이 상황을 역전시켰다.

화살 맞은 친노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이 합의에 이른 것도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려야 야권이 살 수 있다'는 명제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신당 창당' 선언 직후 김한길계인 최재천 전략기획본부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 전 범 진보진영에 한'10에 7을 내줄 자세로 야권연대에 임해야 한다'고 말씀을 소중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한쪽 다리를 내어달라고 하면 반대쪽 다리도 내어줄 만큼 이번 합당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이제 화살은 친노에게 돌아갔다. 통합신당에 대해 친노 진영 인사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권통합을 이룬데 대해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표정은 복잡하다. 전문가들은 "친노 진영은 당분간 수면 아래 숨어 있다가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책임론을 펼치며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신당 당권 전쟁 예고

통합신당의 차기 당권은 민감한 문제다. 일단 김한길-안철수 투톱 체제를 내세워 당권 갈등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도부는 9인씩 동수로 구성한다. 기존의 민주당 최고위원 9명에 안 위원장 측 인사 9명이 더해져 새 지도부를 구성한다. 통합신당의 당헌ㆍ당규와 정강ㆍ정책에 새정치연합의 구상을 최대한 반영하는 듯 '5대5 지분'의 통합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신당추진단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임기를 확정하지 않은 만큼 지방선거 이후 당권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본래 김한길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하지만 신당을 창당한다면, 창당 뒤 전당대회를 열어 경선을 통해 지도부를 선출하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창당 뒤 전당대회를 열어 경선을 통해 지도부를 선출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안 위원장 측을 적극 배려하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현재 당내 세력분포 상 조직과 인물에서 열세를 보이는 안 위원장이 당 대표를 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적은 탓이다. 하지만 '안철수 효과'에 대한 기대가 적극 반영된 만큼, 비노 진영의 '안철수 밀어주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안 위원장과 현 민주당 지도부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공동대표 체제는 6월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한 임시지도부가 아니냐"면서 "일단 지방선거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당이 자리를 잡으면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신당의 초기 방향이 중요한 만큼 차기 지도부를 선출 시기가 앞당겨질수록 친노를 비롯한 비노, 안 위원장 측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안철수 세력' 향방

앞으로 야권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안 위원장 측 세력의 향방도 관심이다. 안 위원장은 이번 통합 결정을 2012년 대선 출마 이전부터 함께 해온 측근들과 긴밀히 협의해왔다.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곽수종 경제학 박사, 금태섭ㆍ강인철ㆍ조광희 변호사, 송호철 의원 등이다. 초기 측근 그룹인 이들과의 관계는 통합신당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합당으로 인해 새정치연합 세력 균열은 불가피하다. 그간 '중도개혁'을 주장하던 윤여준 의장 의장과 박호군ㆍ윤장현ㆍ이계안 공동위원장 등은 이번 합당 결정에서 배제돼 논란이 일었다.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새정치연합을 떠났고, 윤 의장은 "신당창당과정엔 함께하겠다"고 했지만 향후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안 위원장을 대선 때부터 도와온 실무팀 인사들과 지역 조직의 반발도 심상찮다.

한바탕 홍역을 앓고 나면, '친안철수계'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번 합당으로 비노 진영은 차기 대권주자로 안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손학규ㆍ정동영 상임고문과 연대할 경우 그간 '비노'로 불리던 야권 세력은 '친안'으로 재편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인적 자원이 풍부한 친노는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을 내세워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변수 곳곳에 산적

야권세력 재편을 위해선 창당까지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당장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방식을 둘러싼 내홍 조짐이 보인다. 민주당과 안 위원장을 묶은 결정적 고리는 '기초공천폐지'다. 하지만 광역후보 등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협력해 공천을 해야 하는 만큼 세부안 마련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당원50%와 일반시민 50%가 참여하는 경선을 채택하고 있지만, 조직력이 취약한 새정치연합에서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신당 내 지분구조가 결정될 수 있어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통합신당은 이념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안 위원장 측과 범486그룹간 갈등도 변수다. 민주당은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새 486인사들이 '더좋은미래'와 '혁신모임'을 발족해 당권파를 견제해왔다. 김기식, 박홍근, 진선미 의원 등 개혁적 성향의 486 초선 의원들과 우상호, 이인영, 송영길, 박영선 의원 등 진보적 인사들이 모였다. 이들은 김한길호의 '우클릭 정책'을 비판하고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키고 개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안 위원장 측이 중도개혁을 주장해온 만큼 두 진영의 융합도 주목된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