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미니 총선'… 운명 걸린 여야 모두 '노심초사'6ㆍ4 지방선거 현역 의원 출마 러시'금배지 쟁탈' 2라운드 치열할 듯7ㆍ30 재보선 최소 10곳 이상 확실시김문수ㆍ손학규 등 거물급 귀환 예고

7ㆍ30 재보선 판이 역대 최대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올해 정치권 최대 이벤트인 6ㆍ4 지방선거에 현역 의원들이 대거 출마한데다 의원직 상실로 재보선이 확정 내지 예정된 곳까지 합쳐 최소 10곳 이상이 예상된다.

6월 지방선거의 경우 새누리당은 '중진차출론'에 따라 현역 중진은 물론, 장관까지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중진들이 금배지를 때고 배수진을 치는가 하면, 교육감도 옷을 벗었다.

의원직이 상실되거나 재판중인 지역은 7곳이나 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전국 선거가 될 전망이다.

6월 지방선거에 이어 7월 재보선 모두 '중간평가'양상을 띰에 따라 여야 모두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미니 총선'이 되고 있는 7월 재보선의 지형을 살펴봤다.

역대 최대 규모 재보선

7ㆍ30 재보선 규모가 두 자릿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할 것 없이 현역 의원들이 앞다퉈 출마를 선언한데다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도 상당수여서 예년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재보선으로 치를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은 현재 9개 지역의 현역 의원 15명이 광역단체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각종 지방선거 예상 출마 후보자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던'중진차출론'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출마를 결정지었다. 대권주자로 꼽히는 7선의 정몽준 의원(서울 동작을)은 장고를 거듭한 끝에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했다. 친박 핵심인 유정복 의원(경기 김포)은 안전행정부 장관직까지 던지고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짜장면은 삼선 짜장, 지사도 삼선지사'라며 한 발 물러났던 남경필 의원(경기 수원병)도 경기지사에 나서기로 했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원희룡 전 의원도 제주지사에 도전한다.

일찌감치 출마를 결정한 의원들도 있다. 원유철(경기 평택갑)ㆍ정병국(경기 여주ㆍ양평ㆍ가평) 의원은 경기지사직을 위해 팔을 걷었다. 서병수(부산 해운대ㆍ기장갑)ㆍ박민식(부산 북구ㆍ강서갑) 의원은 부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충남지사에는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이 출마 선언을 했고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ㆍ예산)도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지사 후보로 나선 윤진식 의원(충북 충주)은 출마 의사를 보여 의원직 사퇴 여부가 관심이다. 대구시장에는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대구북구을)이 출마 선언을 마쳤고,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도 곧 뜻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시장에는 박성효 의원, 울산시장에는 강길부(울산 울주)ㆍ김기현(울산 남구을)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5개 지역 8명의 의원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전남지사 출마 여부로 박지원 의원과 신경전 을 벌인 이낙연 의원(전남 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은 아예 의원직을 버리고 배수진을 쳤다. 경기지사 후보는 민주당 김진표(경기 수원정) ·원혜영(경기 부천ㆍ오정) 의원이 일찍이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최근 출사표를 던지면서 민주-새정연 내부 혈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광주에서는 이용섭 의원(광주 광산을)이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새정연 측 윤장현 공동위원장과 후보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여야 한다. 전북지사에는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이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송하진 전 전주시장, 조배숙 전 의원 등과의 경선이 예상된다. 이 밖에 전남지사에 주승용(전남 여수을)ㆍ김영록(전남 해남ㆍ완도ㆍ진도) 의원, 제주지사에는 김우남 의원(제주 제주읍)이 움직이고 있다.

금배지 던지는 의원들

현재 재보선이 확정된 곳은 경기 수원을(민주당 신상용)과 평택을(새누리당 이재영) 2곳이다. 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곳도 4곳 있어 현역 의원 출마 바람과 만나 역대 최대 규모의 재보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 확정적인 규모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정치권에서는 최소 10곳, 최대 20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궐선거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금배지를 던지는 의원들이 늘어나서다.전통적으로 의원들은 지방선거에서 절치부심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승부스를 던지기 위해 '의원직 사퇴'카드를 고민해왔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입후보등록일인 오는 5월 15일 전까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 자리에 오르면 의원직을 반납해야 하지만 떨어진다면 다시 의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현역 의원으로선 타격이 크지 않다. 밑질 게 없는 장사인 만큼 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의원직 사퇴는 양날의 칼이다. 자칫하면 '쇼'로 비쳐질 수도 있는 탓이다. 의원들이 사퇴를 하게 되면 국회 회기 중에는 본회의 의결로 비회기 중에는 국회의장 결재로 절차를 밟는다. 관례적으로 반려되는 경우가 많아 '쇼'로 비쳐진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의원들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 '의원직 사퇴'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실제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해 본회의에서 사퇴서가 의결된 경우는 없어 논란 은 여전하다.

"의원들 줄사퇴 막아라"

지방선거에 출마할 현역 의원이 금배지를 던지고 배수진을 친다면 지역 주민들에게 주목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당으로서는 의석 1석이 날아간 셈이 된다. 현역 의원이 사퇴하면 당은 재보선에서 의원직 사수에 나서야 하니 결과적으론'제 살 깎아먹기'가 될 공산이 높다.

의원들이 사력을 다하는 만큼 각 당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현재 국회의석 298석 가운데 새누리당은 156석, 민주당은 126석, 통합진보당 6석, 정의당 5석, 무소속 5석이다. 무소속 중에선 안철수·송호창 의원이 포함돼 사실상 통합신당의 의석은 128이다. 만약 재보선 지역이 14곳 이상으로 늘어나고 통합신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최악의 경우엔 새누리당의 과반이 깨질 수도 있다.

의원직 줄사퇴는 여야 모두에게 부담인 만큼 각 당은 집안 단속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당장 과반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하반기 원내 지형이 여소야대로 바뀔 경우 당장 각종 입법이나 연말 예산 통과 등이 지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황우여 대표는 "넉넉한 의석도 아닌데 현역 의원을 후보로 차출하면 국회가 불안정해진다"고 의원 차출 자제령을 내렸다.

통합신당의 고민은 더 고차원적이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이벤트에서 또 여당이 승리한다면 신당 창당으로 내부 결속이 공고하지 못한 야권에 책임론이 불거져 혼란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의석이 줄어 여대야소 관계를 공고히 한다면 앞으로 야권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노웅래 사무총장이 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공천 후보다 확정 전까지 의원직 사퇴를 자제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잠잠하던 거물들의 귀환

재보선은 거물들의 화려한 귀환을 돕는 통로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4ㆍ24 재보선에서 노회찬 전 진보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노원병에 출마해 당선됐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0ㆍ30 재보선 화성갑에서 출마해 여의도로 돌아왔다. 메머드급 '미니 총선'이 예상되는 7ㆍ30 재보선에서도 여야를 막론한 거물 정치인의 귀환이 예상된다.

새무리당 김문수 경기지사, 손학규ㆍ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모두 재보선에서 중앙정치무대 복귀를 노린다. 이중 김 지사와 손 고문이 재보선에서 '빅매치'를 보여줄지도 관심이다. 김 지사와 손 고문 모두 여야를 대표하는 대권주자로 꼽힌다. 차기 대선을 위해서라면 여의도로 돌아와 대권플랜을 차근차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두 사람은 모두 경기지사를 경험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여야 대표주자인 만큼 의원직 상실로 재보선이 확정된 경기 수원을이나 남경필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로 나설 경우 수원병에서 빅매치가 이러질지가 관심사다. 김 지사의 경우 평택을 출마도 거론되고 있다.

정 고문도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날 태세다. 정 고문은 최근 통합신당 추진단과 만나 재보선 출마를 심도있게 논의했다는 전언이다. 정 고문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역은 서울 서대문을, 경기 수원병이다. 서울 서대문을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로 대법원 선고가 남아있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 경기 수원병은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에 나선 만큼 보궐선거를 치를 것이 확실시된다. 정 고문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한편 새누리당에선 오랫동안 변방으로 물러나 있던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도 재보선으로 귀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이 후보자로 꼽힌다. 그 밖에 통합신당에서는 민주당 측의 박광온 대변인, 박용진 홍보위원장, 천정배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김효석 공동위원장과 금태섭 대변인, 박호군 공동위원장, 홍석빈 공보위원 등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