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대 기업 전경련 조사…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석유정제업 투자 72.5%↑… 방송·영화 등도 43.3% 늘어날 듯세제·금융지원 뒷받침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영향을 미쳤을까. 재계 주요 기업들의 투자규모가 전년대비 6.1% 늘어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끈질긴 투자 및 고용 요청을 감안한다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국내외 경기침체가 만연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그나마 선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전년대비 소폭 늘어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2012년 말 기준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금융권 제외)들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규모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지 및 조사원 구술조사를 병행, 2013년 투자실적 및 2014년 투자계획 결정 요인 및 정책과제 등을 물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올해 600대 기업의 투자는 지난해 125조3,000억원보다 6.1% 증가한 13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부문별로 따져보면 시설투자는 전년대비 5.9% 증가한 103조1,000억원을, R&D(연구ㆍ개발)투자는 전년대비 6.9% 증가한 29조9,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투자는 유형고정자산에 대한 건물, 구축물, 기계 및 장치, 차량 및 운반구 등과 토지구입 및 조성개발 등에 대한 투자를, R&D투자는 인건비, 제세공과금 등 경상적 지출을 제외한 순수 연구개발비를 의미한다.

600대기업의 최근 10년간을 조망해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컸던 2009년을 제외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해왔다. 특히 2010년에는 29.4%라는 경이적인 성장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성장세가 다소 주춤했으나 2012년의 1.9%를 저점으로 지난해(4.9%)와 올해(6.1%) 점차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석유정제업 투자 가장 많아

업종별로 나눠 살펴봤을 때 제조업의 성장폭이 더욱 컸다.

전체 투자액의 64.7%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경우 석유정제, 자동차 및 부품, 전자부품 컴퓨터 통신장비 등의 분야에서 투자가 확대되며 전년대비 6.5% 증가할 전망이다. 제조업 중에서도 가장 큰 성장폭을 기록한 석유정제 업종은 주요 정유사의 설비고도화 신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 등이 확대돼 전년대비 72.5%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자동차 및 부품 업종은 신차개발 및 성능개선에 따른 R&D투자 및 기타 설비투자 확대로 전년대비 20.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투자액에서 37.0%를 차지하는 전자부품 컴퓨터 통신장비 분야는 IT기기 등 신제품 개발 생산으로 전년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비제조업은 전력ㆍ가스ㆍ수도, 도소매업, 방송ㆍ영화ㆍ지식서비스업 등의 투자 확대로 전년 대비 5.4% 증가할 전망이다. 전력ㆍ가스ㆍ수도 업종은 지난해부터 노후화된 발전ㆍ변전설비 교체와 천연가스, 도시가스 사업 지속으로 전년 대비 12.6% 증가할 예정이다. 국내 소비진작 및 내수경기 활성화 기대에 힘입은 도소매업은 전년 대비 29.4%, 한류 등 문화산업 서비스 다양화에 영향받은 방송ㆍ영화ㆍ지식서비스 업종은 전년 대비 43.3%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전자ㆍ컴퓨터 실적 양호

그렇다면 실제로 600대 기업은 지난 한 해 얼마나 투자했을까.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600대 기업의 2013년 투자실적은 2012년 대비 4.9% 증가한 125조3,000억원 수준이었다.

2013년 투자액의 64.4%를 차지한 제조업 투자는 지난해 경제민주화 및 국내외 경제불안 등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2.5% 증가했다. 제조업 중에서도 전체 투자액의 38.6%를 차지하는 전자부품ㆍ컴퓨터ㆍ통신장비 업종 투자금액이 신제품 개발 및 생산 증대로 전년대비 12.7% 증가하며 기염을 토했다.

비제조업 투자는 전체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전력ㆍ가스ㆍ수도(비중 12.0%), 건설(비중 5.3%) 투자 증가로 전년대비 9.6% 증가했다. 전력ㆍ가스ㆍ수도 업종은 2012년도에 이어 노후화된 발전ㆍ변전설비 교체와 정부 발전계획 등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29.6% 늘어났고 건설 업종은 정부의 다양한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 마련 및 미분양 주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48.4% 증가했다.

정부 정책 뒷받침돼야

600대 기업 중 올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기업(255개)이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기업(145개)보다 약 1.8배 많았다. 투자를 확대하려는 주요 이유는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행투자(24.4%), 신제품 생산 및 기술개발 강화(23.5%), 신성장산업 등 신규사업 진출(22.5%)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테이퍼링과 신흥국 불안, 내수 부진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하지만 기업들이 경쟁력 제고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선행투자에 나설 계획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투자계획을 축소하려는 이유로는 국내외 경기침체 영향(54.5%), 기업결합 및 합병 등 기타(25.4%), 주요 투자프로젝트 집행완료(10.4%) 등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늘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경련에서는 "향후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감세 등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투자 관련 규제완화와 창조경제 등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정책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