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국 미공개 미술품 아직 많아… 검찰 끝까지 추적해 국고로 환수전재국 소장품 50여 점 또 발견… 미술 관계자들 "아직 더 있다"국고 환수 여론에 검찰 칼 들듯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지난해 9월10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청사 앞에서 준비해 온 추징금 납부 이행계획을 간략히 밝히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환수를 위한 검찰과 전씨 일가의 '미술품 전쟁'이 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55)씨가 소장해 온 이른바 '전재국 컬렉션'의 일부가 최근 새롭게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주간한국이 화랑가와 전씨의 미술품 거래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검찰은 전씨가 소장해온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 50∼60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작품의 추정가(총액)는 15억∼20억원에 이르며, 경매를 통한 국고 환수가 유력하게 예상된다.

전씨는 1980년대 후반부터 미술품을 수집해 오기 시작해 소장품이 1,000여 점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작품의 구입 자금과 관련해선 전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검찰은 지난해 5월부터 전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환수를 추진하면서 전씨 일가의 미술품을 압류해 미술품 전쟁의 막이 열렸다. 최근 전씨의 또 다른 소장품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전선이 예고되고 있다.

전시 소장 미술품을 둘러싼 여러 소문과 함께 검찰과 전씨 일가의 미술품 전쟁이 어떻게 귀결될 지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또 다른 '전재국 컬렉션' 확인

<주간한국>은 최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전재국 컬렉션'의 일부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들 작품은 전씨가 24년 간 수집해온 것들로 일반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화랑가와 미술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이 전재국 컬렉션의 전모를 추적하는 중에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 50∼60점을 새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들 소장품 중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등의 고서화, 청전 이상범의 동양화를 비롯해 변종하 유영국 오치균 이대원 김흥주 등 블루칩 현대화가들의 작품이 망라돼 있다고 한다. 데비이드 살르, 샘 프란시스, 클레멘터 등 국제적 명성을 지닌 해외작가들의 작품도 여럿 있다고 말한다.

작품 중에는 보물급에 해당하는 고서화와 억대를 호가하는 국내 유명 작가의 대작도 포함돼 있다고 전한다.

1990년대 중반 전씨가 미술품을 구입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미술전문가와 몇몇 화랑 주인들은 "경매에 나온 작품을 모두 봤는데 내가 소개한 작품들이 빠져 있고, 그 작품들은 거래에도 나오지 않아 (전씨가) 소장해 오다 이번에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두환전대통령 자택에 걸려 있던 이대원 화백의‘농원’. 서울옥션 경매에서 최고가인 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한편, 파주 시공사 수장고 등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야드로, 마이센 등 수천 점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희귀인형도 검찰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3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인형 작품들을 검찰이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이처럼 전씨의 소장품이 새롭게 확인됨에 따라 검찰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전씨의 다른 미술품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檢-全의 '미술품 전쟁' 본격화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환수를 위한 검찰의 미술품 전쟁은 작년 5월 서울중앙지검에 전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 전담팀이 구성되면서 본격화됐다.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고 이중 1,672억원을 미납한 상태였다.

작년 7월16일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시공사 등 1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검찰 수사관들이 서대문 구연희동의 전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재산 압류처분을 하고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일단 '100일 전투'를 선언하고 그해 7월 16~18일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환수를 위해 연희동 자택과 전재국ㆍ전재용 형제가 운영하는 회사, 계열사 사무실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여기서 시가 2억원을 넘는 이대원 화백의 120호(200×106㎝)짜리 대작 '농원'과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천경자 화백의 그림, 배병우 사진작가의 작품 등 약 300점을 압수했다. 9월까지 이어진 수사에서 검찰은 650여 점에 이르는 전씨의 미술품을 압류했다.

미술품 매매가 상당 부분 불투명하게 거래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전씨의 매매내역 전부를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구나 전씨가 미술품을 거래하는 데 막후 역할을 한 큐레이터 전모씨가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미국으로 출국한 뒤 행방이 묘연해 더욱 곤란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전씨의 매매내역 대부분을 밝혀 낸 것은 고도의 전문성과 끈기로 일궈낸 성과로 평가된다. 이렇게 검찰과 전씨 간의 미술품 전쟁 1라운드는 검찰의 승리로 귀결됐다.

검찰(전두환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 부장검사 노정환)은 전재국 컬렉션 실체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국고 환수를 위해 전씨 압류 미술품을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에 각각 300여 점씩 위탁했다.

100% 낙찰 '신화'이뤄

전씨 압류 미술품에 대한 경매는 작년 12월부터 서울ㆍK 두 경매회사를 통해 진행됐다.

서울옥션은 12월18일 1차 오프라인 경매에서 121점(낙찰률 100%)을, 올해 1월 2차 온ㆍ오프라인 경매에서 140점(낙찰률 86%)을 각각 팔아 낙찰 총액 30억9,259원을 거뒀다. 전체 평균 낙찰률은 90%, 추청총액 대비 낙찰총액은 153%에 달했다.

경매 최고가는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 걸려 있던 이대원 화백의 1987년작 '농원'이 기록한 6억6,000만원이다.

K옥션은 작년 12월11일 1차 오프라인 경에에서 121점, 2차 온라인 경매에서 97점을 모두 판매한 데 이어 올해 2월 3차 온라인 경매에서 102점, 지난 3월12일 4차 오프라인 경매에서 97점을 모두 팔아 4번의 경매에서 41억9,535만원을 거둬들였다.

K옥션은 서울옥션에서 유찰된 25점과 검찰이 추가 확보한 44점까지 완판해 애프터 세일을 포함 100%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추정총액 대비 낙찰총액 비율은 무려 169.45%에 달했다

경매 최고가는 김환기의 1965년 뉴욕 시대 유화 '24-Ⅷ-65 South East'가 5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로써 전씨 소장 미술품 경매는 100% 판매에 시장 추정가 대비 낙찰총액이 163.77%에 이르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결과로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과 검찰의 숨은 노력이 거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환수를 위한 미술품 전쟁의 서막은 검찰의 완승으로 장식됐다.

그러나 최근 전재국씨가 소장하고 있는 국내외 유명작가 작품 50∼60점이 새롭게 확인되면서 검찰과 전씨 일가의 미술품 전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화랑가 주변에선 "아직도 전재국이 상당량의 미술품을 보관중이다"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작년 6월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전재국이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한 이래 검찰의 집요한 실체 파악으로 유언비어 등이 상당히 정리됐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술계와 국민들은 아직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술품이 남아 있다면 끝까지 추적해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사동 화랑 등 미술계 인사들은, "검찰이 미술계 소란 및 미술경기 후퇴 등을 염려해 보안을 강조하는 점은 고마운 일이지만, 이미 잔존 작품을 다 확인을 해 두었다면 털 것은 털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 화랑 주인들은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고, 이미 매매여부에 대하여 확인을 해 준 상황이다." "고가의 잔존 고서화 등은 여러 확인 과정을 거친 것 아니냐"면서 추가미술품 확보 부분 등에 대한 검찰의 향후 행보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전씨 소장 미술품을 경매에서 구입했다는 한 컬렉터는 "현장 열기가 대단했다. 그동안 얼어붙었던 미술시장에 변화가 오는 조짐을 느꼈다"면서 "또 다른 작품이 있다면 찾아내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검찰이 전씨 소장의 또 다른 작품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돌면서 인사동 화랑가가 술렁이고 있다. 검찰이 1년 동안 확인한 작품들에서 남은 작품이 무엇이 더 나올 것이며, 또 다시 완판해 미술시장을 완전한 회복세로 이끌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술계와 국민들은 보물급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서화류를 언제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또 전씨가 보관하고 있다는 고가의 각종 희귀 인형류 등은 어떻게 처리할지를 지켜보고 있다. 검찰과 전재국과의 새로운 미술품 전쟁을 날카롭게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재국, 천여 점 미술품 어떻게 모았나
1989년부터 수집… 자금 출처 부친 비자금 의혹

전재국씨가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부터다. 미국 유학 중 부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떠난 직후인 1989년 1월 귀국해 백담사에 잠시 머물다 종합도서출판사인 '시공사'를 설립하면서다.

전씨는 시공사 설립 후인 1989년 5월부터 미술애호 친구인 김모씨와 함께 주말이면 인사동 화랑가를 다니면서 작품 감상을 하다 마음에 들면 즉석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등 '전재국 컬렉션'의 입문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씨가 처음 접한 미술품(구입미술품)은 신학철, 김산하, 황재형, 민정기 등 80년대 시대정신을 표현한 민중미술과 김석, 백윤기 등 조각가들의 작품이다.

1990년대 들어와 지금은 폐업하였지만 당시 국내 선두화랑격인 D모 갤러리를 출입하면서 밈모 팔라디노, 데이비드 살르, 클레멘터, 크리스토, 샘프란시스 등 컨템포러리류의 외국그림과 인사동 불상 화랑 등을 수시로 출입하면서 국내 대가 등의 작품과 민화류를 구입하는 등 컬렉터로서의 활동범위를 넓혔다.

1992년에는 미술전문가인 전모, 한모씨 등을 영입해 당시 작품성이 뛰어나고 장래성이 밝은 것으로 평가되어진 이두식, 배병우 등 55인의 작가를 선정해 책자 발간을 시작했다. 이후부터 3년에 걸쳐 '아르비방'(생동하는 미술) 55인 작가의 종합도록을 발간해 미술문화 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했다.

아르비방 시리즈 발간 시기(93〜96년)에 전씨는 아르비방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거나 장래성이 주목된 작가들의 화실 등을 찾아다니며 작품을 직접 구입하거나 책으로 교환했다.

또한 이 시기(93년〜96년)에는 한국미술연구소 홍선표 교수와 동국대학교 정우택 교수와 더불어 심혈을 기울여 고려불화집을 발간, 센세이션을 일으킴으로써 고려불화를 체계적으로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전씨는 1990년대 중반까지 인사동 모 갤러리 대표 정모씨와 주로 거래했지만 96년 전 전 대통령 구속과 비자금 미술품 수사와 관련해 정씨가 화랑가를 떠난 후엔 불특정 화랑을 직접 방문하거나 대리인을 보내 거래했다.

전씨는 1998년까지 30여 화랑에서 액수 미상의 미술품을 구입했으며, 특히 김영삼정부 출범 후 금융실명제를 도입한 이후부터 더욱 많은 미술품을 사들였다는 소문이 있다.

전씨가 거액의 미술품을 구입한 것과 관련, 전씨가 특별한 재산이 없었기 때문에 구입 자금 출처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일었다.

1998년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이 1호로 창업되고, 2005년 K옥션이 설립되는 등 경매회사들이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뒤에는 경매회사와 본격적으로 거래하면서 구입 및 판매를 동시에 하는 등 전문 투자자의 면모를 보였다.

전씨가 무려 20여명의 가차명을 이용해 서울옥션 등 국내 굴지의 경매회사에 미술품을 사고 팔아 수십억원의 이익을 보았다거나 아버지의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거래했기 때문에 가차명을 사용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무성했다.

전씨는 경매회사를 통한 미술품 관리(구입 및 판매)를 하던 중 조각가 이일호의 조각공원을 인수해 2004년부터 허브빌리지 조성을 본격화하다 이번 '전두환 추징법'으로 인해 압류돼 공매처분 대상이 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전씨는 2004년부터 파주 헤이리 예술단지내에 세계 최초의 도용박물관 건립을 꿈꾸며 각종 해외 인형류 등을 집중적으로 구매했으나, 인형류 일부가 압류돼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등의 사연으로 도용박물관 완공 여부가 중대 기로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