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철수(撤收)'… 침통한 安강한 '친노 응집력'… 희색띤 文'기초공천 무공천' 철회로 결론 安 '무공천' 창당 명분 잃어정치적 이미지·리더십에 손상 선거결과 따라 '가시밭길' 예고문재인 등 친노 상대적 입지 강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오른쪽), 김한길 공동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초공천 폐지 철회 입장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침통한 표정으로 퇴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존 당론을 접고 6ㆍ4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공천을 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후유증이 간단치 않다. 특히 무공천 입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던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정치적 이미지 손상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앞으로 그의 정치적 행로가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정치연합은 10일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결과 '기초선거에서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53.4%인 반면,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46.6%로 나와 이번 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방침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창당 명분이기도 했다. 특히 안철수 대표의 경우 '기초선거 무공천이 새정치'라는 주장을 앞세워 전국 토크콘서트를 통해 무공천의 정당성을 주장할 태세였다. 그러면서 무공천을 먼저 철회한 새누리당을 향해 '불신 정치의 표본'이라며 이번 선거 구도를 '대국민 약속을 어긴 세력(새누리당)과 지킨 세력(새정치연합)'간 싸움으로 몰아가려 했다.

그러나 안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은 이번 결정으로 완전히 어긋나게 됐다. 더구나 3월 말 창당한 지 불과 보름 여 만에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기에 그의 지도자 이미지는 말할 수 없이 구겨진 상태다. 새누리당이 안 대표를 향해 "불과 보름 만에 뒤집을 결정을 놓고 청와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는 게 새정치냐"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안 대표 입장에선 할말이 없게 된 상황이다. 아울러 신당 창당의 외형적 명분이 '기초선거 무공천'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실망과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당원 투표-국민 여론조사 결과에서 공천 유지 여론이 높았다는 점은 새정치연합의 지도부가 민심과 당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스스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김한길-안철수 투톱 체제의 리더십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문재인 의원
반면 친노의 좌장인 의 얼굴은 한결 편해진 모습이다. 신당 창당 이후 주류에게 자리를 내주는가 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초선거 공천 주장을 관철해냈다는 점에서 야권 지지층에게 강력한 추진력과 응집력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부활의 조짐이다. 실제 문 의원은 선대위원장 수락 의사도 밝혔다.

물론 이번 결정 번복을 놓고 야당 지도부가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한 것이란 분석이 있다. 무공천 강행 시 선거에서도 지고 김한길-안철수의 리더십도 추락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리를 택했다 해도 결과까지 모두 좋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만일 선거에서 야당이 패배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으로 불필요하게 힘을 빼게 만든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무공천을 끝까지 고집한 안 대표의 경우엔 대표직 유지도 어려울지 모르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안철수의 정치적 운명은 이번 선거결과에 달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안철수의 네 번째 철수

안 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방침을 밝히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적지 않은 국민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여권 지지층에서는 당연히 비난 일색이지만, 호남 등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도 "결국 이럴 거면서 그 동안 무엇을 위해 그렇게 내부 혼란상을 스스로 초래했느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나오는 말이 '안철수의 아마추어 정치가 야권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안 대표가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결정을 번복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곤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출마권을 양보했다.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대선 당일 결과도 보지 않은 채 미국으로 떠났다. 서울시장 선거 때에도 초반에는 출마 의지를 밝힌바 있고 대선 때에는 '정치 개혁 없이는 단일화도 없다'고 하다가 결국 단일화를 시도했다. 그러다 단일화 경선도 하지 않은 채 후보직을 내놓았다.

올해 들어서는 새정치연합을 만들면서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호언하면서 각계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도 역시 석 달도 채 안돼 민주당과의 통합 선언으로 '도루묵'이 됐다. 이후 '무공천이 새정치'란 말을 앞세워 새정치연합의 공동대표까지 오른 것이다. 이번까지 네 번째 말바꾸기를 한 셈이다.

여당 측 공세야 그렇다 해도 야당 지지층은 물론, 안 대표에 대한 지지층마저도 실망감이 적지 않아졌다. 당장 새정치연합 내부의 불만이 크다. 퇴로 없는 무공천 주장을 고수해 합당 선언 후 당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의 화살이 안 대표에게 고스란히 쏠리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직은 안 대표가 결과에 승복하고 지방선거에 매진함으로써 반전의 모멘텀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혀 일단은 수그러졌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또 지방선거를 끝까지 치른다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당 안팎은 물론 대주주인 친노진영에서 상당한 공격을 가해올 게 분명하다. 이래저래 정치인 안철수의 최대 정치적 위기다.

등 친노는 희색

등 친노진영에선 이번 결정이 전혀 나쁠 것이 없다. 공천 철회도 그렇지만 문 의원의 가장 큰 라이벌인 안 대표의 정치적 치명상이 별반 싫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무공천 논란 과정에서 먼저 공약한 것은 문 의원이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문 의원은 당원 뜻을 물어봐야 한다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도 통합 과정을 주도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만 무공천 방침을 고수했을 뿐 문의원 등 친노진영에서는 무공천이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왔다. 야권분열을 자초한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개적 입장 표명을 자제했을 뿐 당 안팎에서는 무공천=김-안 공동대표, 무공천 철회=친노 등 비주류 라는 인식을 하고 있던 터다.

문 의원은 당장 성명을 내고 "돌고 돌아왔지만 이 길이 국민들 여론이고 당원들 여론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면서 "이제 두 분 당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오로지 지방선거 승리만을 위해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 매진할 뜻을 밝혔다. 다분히 무공천 철회를 환영하는 뜻이 들어 있다.

그러나 안 대표 지지 쪽 이야기는 다르다. 지도부의 일원이자 친안철수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조경태 최고위원은 "새정치를 여망하는 국민 마음에 아픔을 줬다. 이제는 새정치를 이름에서 떼고 민주연합으로 써야 한다"라면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새정치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없어진 것"이라고 당의 결정을 비판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트위터에다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의 노예상태로부터 풀어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지키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특히 중앙정치권과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계속 움켜쥐겠다는 결정이 아닐 수 없는 바, 이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썼다.

앞으로 공천 과정에서 친노와 안대표를 포함한 비노와의 상당한 신경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선거체제로 돌아선 새정치연합은 앞으로 광역뿐 아니라 기초 단위까지 본격적인 공천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친노와 비노간 암투가 발생할 경우 본선에서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당은 安 공격으로 기선 잡을 태세

무공천 약속 파기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결정 번복으로 정작 선거에서는 어떻게 될지 장담키 어렵지만, 일단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주장하며 괴롭혔던 부분은 말끔히 사라지게 됐다는 점을 호재로 보고 있다. 이 참에 안 대표의 새정치 이벤트가 결국은 국민기만극으로 끝났다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안 대표가 계속 말바꾸기를 했다' '그가 또 철수했다' '이제 그만 (컴퓨터가) 다운될 시간이다' '여의도에서도 철수하지 않을지 우려된다'는 등 원색적 비난 표현도 등장했다. '새누리=공천 vs 새정치연합=무공천' 이란 선거구도를 경계했던 새누리당으로서는 그 부담을 어느 정도 털어버리고 새정치연합의 입장 번복을 부각함으로써 유리한 선거구도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그 동안 안 대표 자신이 당원과 국민의 뜻과 다른 것(무공천)을 절대선인 양 얼마나 아집을 부려왔는지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심재철 최고위원은 "그 동안 철수를 안 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철수였다. 공천하지 않는 게 새정치라고 했는데 공천하기로 했으니 구정치로 돌아간 것"이라면서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로 간다더니 잡혀 먹히고 말았다"고 비아냥댔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예 "합당의 이유였던 기초선거 무공천이 철회되면 합당도 원인무효 되는 건 아닌가"라면서 "새정치의 상징이 철회되면 새정치의 간판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원래부터 없었던 새정치는 빼고 민주당만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새민련과 민주당의 차이는 무엇이고, 새민련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답하라"고 대놓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철회를 계기로 중간지대에 있던 무당파나 부동층이 적어도 야당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기존 여야 성향 지지층을 제외한 중간층의 마음을 절반만이라도 잡는다면 지방선거에서의 낙승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무공천 결정 번복은 여야가 모두 같이 했지만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손들고 나선 탓에 국민적 비난을 덜 받을 것이란 계산이다.

반면 끝까지 새정치를 위한 무공천을 고수하겠다던 새정치연합이 막판에 돌아섬으로써 새정치 이미지도 훼손되고 안 대표의 정치적 자산도 위태로워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 안개 속으로

곡절 끝에 여야 1대1 구도는 마련됐다. 이제 여야는 누가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세워 적절한 공약으로 유권자 마음을 가져오느냐에 모든 것을 쏟을 태세다. 아직 선거가 50여일 남은 상태에선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혼란상이 가시지 않은 야당보다 내부 공천 경쟁을 통해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는 여당이 조금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는 있다.

현재로선 국민들의 눈에 여당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야당은 기존 단체장(호남을 제외하고 서울, 인천, 강원, 충남, 충북)이 그대로 재출마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예선전에 대한 시선 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은 영남권을 제외하더라도 서울의 정몽준-김황식-이혜훈, 경기의 남경필-원유철-정병국-김영선, 충남의 정진석-이명수 등 볼만한 예선전 거리가 적지 않다. 선거 초반 분위기를 유도하는 데에는 여당이 유리한 위치란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런 분위기가 선거 끝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다. 여야 후보가 확정되면 그 뒤는 당연히 기호 1번과 2번의 맞대결 분위기로 흐르면서 누가 실수를 하지 않느냐, 누가 결점이 없느냐 등의 다툼이 될 수 있다.

여야 예비 후보자들도 이 같은 선거 결과에 정치 생명을 걸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입이 바싹 마르는 쪽은 안철수 공동대표란 점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치인 안철수의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



최세훈 언론인